주간동아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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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연속 우승 신화’ 바이에른 뮌헨의 위기

[위클리 해축] 독일 축구 ‘녹슨 전차’ 시대 재현… UEFA 챔피언스 리그 3시즌 내리 8강 그쳐

  •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4-01-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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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빅리그에서 11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축구팀이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메가 클럽이자 독일 축구의 뿌리라고 불리는 전통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다. 2012-13시즌부터 시작된 바이에른 뮌헨의 리그 우승 행진은 지난 시즌까지 계속됐다. 이제 분데스리가 우승은 마치 기본 옵션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헨이 특정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는지 평가하는 잣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가 됐다. 쉽게 말해 리그 우승은 기본이고 여기에 몇 개의 트로피를 더 거머쥐어 유럽 정상에 올랐는지가 바이에른 뮌헨의 성적표 체크리스트가 된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말 그대로 독일을 평정한 챔피언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번, 그 전신 유러피언컵에서 3번 우승한 전통의 강호다. 독일은 물론 유럽으로 시야를 넓혀도 ‘바이언’(바이에른 뮌헨 애칭)의 위상은 하늘을 찌른다. 전 세계 축구팀 중에서 그 가치와 매출·수익을 기준으로 삼아도 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슈퍼 클럽이다. 이런 평판 덕에 모든 대회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것은 당연지사다. 축구 팬 사이에는 “바이에른 뮌헨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바이에른 뮌헨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토마스 투헬 감독. [GETTYIMAGES]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토마스 투헬 감독. [GETTYIMAGES]

    바이에른 뮌헨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도 늘 합리적 지출을 고집하며 안정적 경영을 해왔다. 축구 시장에서 선수 이적료가 천문학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전력 보강을 위한 머니게임에 한동안 동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항상 우승컵을 가져가는 바이에른 뮌헨은 견실한 구단 운영과 빼어난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팀으로 평가받았다.

    머니게임 없이도 우수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바이언의 높은 위상이다. 언제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모든 선수가 가고 싶어 하는 ‘꿈의 축구팀’으로서 탄탄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 덕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 같은 매력을 충분히 활용해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자연스레 최고의 전력을 갖출 수 있었다. 분데스리가 라이벌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선수들조차 기회가 오면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 입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2010-11, 2011-1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에이스 마리오 괴체(MF)와 로베르트 레반도스프스키(FW), 마츠 훔멜스(DF)를 잇달아 영입한 ‘사건’은 바이언의 위상을 잘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자본을 앞세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의 약진 속에 바이언의 아성이 조금씩 금가기 시작했다. EPL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선수들이 저마다 품는 목표에도 변화가 생겼다.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꿈의 클럽과 리그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구단 인프라나 연봉을 비롯한 대우는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이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분데스리가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이에 바이에른 뮌헨도 예전과 달리 거액의 이적료를 쓰며 전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은 최고의 선수들은 줄고 있다.



    문제는 독일 축구계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일 축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높이는 매우 높다. 가령 독일 국가 대표팀이 월드컵 8강 성적표를 받아들면 ‘녹슨 전차’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우승에 실패했다는 ‘슬픔’에 빠졌다. 절치부심 끝에 독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정상에 오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녹슨 전차 시대를 마치는 듯했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 후 독일 대표팀의 경쟁력은 빠르게 쇠퇴했다. 이제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으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큰 원인은 팀 경쟁력을 확보할 좋은 선수가 사라진 탓이었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제 독일 축구의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 아닌 16강 진출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

    독일 국가대표팀이 불안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선수. [GETTYIMAGES]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선수. [GETTYIMAGES]

    필자가 갑자기 독일 대표팀 얘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독일 축구가 바이에른 뮌헨이고, 바이에른 뮌헨이 독일 축구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은 2019-20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후 지난 3시즌 내리 8강에 그쳤다. 이렇게 실망스러운 성적표는 앞으로 닥칠 더 큰 위기의 조짐일 수 있다. 독일 대표팀 경쟁력 약화는 바이에른 뮌헨의 전력을 보강하는 데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언제부턴가 독일 대표팀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눈독을 들일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바이에른이 머니게임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은 시대 흐름에 편승한 측면도 있지만, 독일 바깥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전력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결과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해 여름 총 1억2000만 유로(약 1700억 원)를 들여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을, 5000만 유로(약 700억 원)에 김민재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섰다. 당연히 리그 우승 사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서다. 당장 돈 걱정 없이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 만큼 재정이 탄탄하다는 것은 분명 다행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겨우겨우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위태로운 모습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독일 현지 언론에선 애꿎은 김민재 선수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과거의 영광이라는 화려한 후광을 제외하고 순전히 경기력만 평가할 때, 바이에른 뮌헨이 여전히 ‘최고’인지 증명해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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