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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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후 이차전지주 급등락에 천당·지옥 오가는 개미들

이차전지주 ‘단타’ 급증… 매도 리포트 낸 애널리스트 길 막고 항의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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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11-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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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이차전지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투자자와 2차전을 벌이고 있다. [동아DB]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이차전지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투자자와 2차전을 벌이고 있다. [동아DB]

    30% 급등 후 3.7% 추가 상승했다. 그러다 14.2% 급락했고 다시 1.09% 내렸다. 한국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 얘기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이차전지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개인투자자도 하루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침에 빨간불(수익 구간)이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12%가 됐다”는 내용의 손실 인증 글과 “미수 몰빵 대성공”이라는 수익 자랑 글이 혼재하고 있다. 주가 급등락이 이어지자 이에 분노한 투자자 중 일부가 관련 기업의 매도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를 막아서고 폭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매도 없으면 무서울 게 없다”

    공매도 금지 첫날인 11월 6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66%, 7.34% 급등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뉴스1]

    공매도 금지 첫날인 11월 6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66%, 7.34% 급등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뉴스1]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2차전을 벌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 전쟁’을 벌였는데, 이번 조치로 무게 추가 기울면서 주가 급등이 나타난 것이다. 11월 6일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를 필두로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이차전지 기업 주가가 줄줄이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첫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5.66%, 7.34% 상승했다. 코스피의 경우 하루 만에 134.03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코스닥시장 역시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3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5분간 효력 정지)가 발동하기도 했다. 코스닥 사이드카는 코스닥150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6% 이상 상승하고, 코스닥150지수가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3% 이상 상승하는 일이 동시에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개인투자자는 즉각 환호했다. 한 주식 커뮤니티는 공매도 금지 첫날 커뮤니티 대문 사진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꿔 주가 상승을 자축하기도 했다. 네이버 에코프로 종목토론방에는 이날 “윤 대통령이 개미들을 살렸다” “공매도가 없으면 무서운 게 없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이번 조치에 가장 기뻐한 이들은 하반기 힘든 시간을 보낸 이차전지주 투자자들이다.

    이차전지 관련주는 7월 말을 기점으로 연이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에코프로의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 직전인 11월 3일 주가가 최고가(153만9000원) 대비 58.6% 하락한 상태였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같은 날 주가가 최고가(62만9000원) 대비 36.1% 하락해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반면 같은 기간 이차전지주 공매도 대차잔고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에코프로는 이 기간 공매도 잔고가 6449억 원까지 줄어들었다가 1조7474억 원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원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늘어나는 단기 트레이딩

    충북 청주시 오창읍 에코프로그룹 본사. [에코프로 제공]

    충북 청주시 오창읍 에코프로그룹 본사. [에코프로 제공]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단기 트레이딩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첫날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26조56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월 초(11조8406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튿날에도 거래대금이 20조 원을 넘기는 등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단기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개중에는 “버티면 이긴다”며 다른 투자자에게 매도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이들도, “끝이 좋지 않을 테지만 잘 탈출해 마지막에 물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 중심지는 에코프로다.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의 주가 향방이 여느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부 투자자를 중심으로 “에코프로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는 11월 7일에도 주가가 3.7% 상승하며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같은 날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각각 10.23%, 4.85%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11월 8일 에코프로 주가가 14.2% 하락하자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대차잔고가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점도 ‘에코프로 강세론’에 힘을 보탰다.

    이런 가운데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최근 부진한 실적을 보인 점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에코프로는 11월 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영업이익이 650억 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69.3% 감소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리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1월 8일 에코프로 적정 주가를 42만 원으로 하향하며 매도 의견을 냈다.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주된 이유다. 김 연구원은 “자회사들의 가치를 합산해 지주사 에코프로 가치를 현가 할인하면 10조9000억 원이 도출된다”며 “현 주가는 사실상 밸류에이션 공백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질 가치를 초과한 버블 영역에서 변동성 전투 참전은 결국 벌금으로 돌아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역시 11월 7일 광물 가격 하락 등을 주된 이유로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며 목표가 12만 원을 제시했다. 보고서 발간일 가격 기준으로 주가가 57.8% 하락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니킬 반다리 골드만삭스 상무이사는 “출하량 증가에도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해 매출이 감소했다”며 “4분기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주요 증권사 역시 에코프로비엠 목표가를 일제히 낮췄다.

    증권가에 화내는 개인투자자

    개인투자자와 증권사 간 눈높이 차가 커지면서 감정이 격앙되는 양상도 펼쳐졌다. 급기야 이차전지주 매도 리포트를 낸 연구원에게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11월 8일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카페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IFC몰 앞에서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낸 김 연구원의 행로를 가로막고 항의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매국노’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감정이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한동안 개인투자자의 긴장감은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와 주가 변동성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 결과도 관심을 받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8월 25일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년 3월 16일 이뤄진 공매도 금지 조치 전후로 주식시장을 실증 조사한 내용인데,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이후 가격 효율성이 저하됐고 주가 변동성은 확대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측은 “공매도 금지는 극단적 수익률 발생 빈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전면 금지 같은 극단적 접근 방식보다 그 기능을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실행 방법론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매도 금지가 주가 변동성을 높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큰 시기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위기 시점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진 만큼 당연히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은 코로나19 사태나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아니라서 과거처럼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신규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지 당장 공매도 대차잔고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쇼트커버링으로 인한 주가 급등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투자 요인이 줄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수급을 이끌어야 하는데, 이미 이차전지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이끄는 데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매도 수탁 국내 증권사 역할, 의구심 들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월 6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월 6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DB]

    해외 IB의 불법 공매도 적발로 시작된 ‘불법 공매도와 전쟁’이 수탁 증권사로 확대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1월 5일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에서 “공매도 거래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약 10개의 IB를 전수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금감원장은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국내 증권사도 법규 준수 및 운영상 문제가 없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다음 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국내 증권사들이 법상, 시스템상 공매도 거래에서 적정 수준의 역할을 했는지, 그것이 적절했는지 매우 강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5월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 증권사 중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투자증권(5조6712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이 42조9854억 원에 달했는데, 신한투자증권에서 이 중 13.2%를 담당한 것이다. 삼성증권(5조5142억 원), 한국투자증권(4조9880억 원), 미래에셋증권(4조4374억 원)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해외 IB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바 있다. 홍콩계 BNP파라바와 HSBC가 2021년 각각 400억 원,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이들 IB는 카카오, 호텔신라 등 100개 넘는 종목을 공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실물 주식을 차입하지 않은 상태로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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