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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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43조 적자 딛고 퀀텀점프 할까

애플·삼성전자 등 빅테크 참전에 메타버스 시장 열기 고조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3-08-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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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후, 라이코스, 다음, 싸이월드, 네이트온의 공통점은? 한때 시대를 풍미한 정보기술(IT)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옛 영광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이제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 서비스는 어느 산업보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다. 시장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경쟁자가 치고 들어오면 언제든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가 일견 무모해 보이는 메타버스 산업에 계속 도전하며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이유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혼합현실(VR) 기기 ‘퀘스트’를 착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혼합현실(VR) 기기 ‘퀘스트’를 착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메타버스 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 인수

    2004년 미국 하버드대 학생이던 마크 저커버그가 학교 기숙사에서 창업한 페이스북은 2012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페이스북은 일찌감치 거금을 들여 신흥 인터넷 서비스를 인수하고 나섰다. 2012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인스타그램을, 2014년에는 190억 달러(약 25조 원)를 들여 와츠앱을 인수했다. 결국 무위에 그쳤으나 트위터, 스냅챗도 페이스북의 인수 물망에 올랐다. 페이스북이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하고 스타트업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이들 서비스가 언제든 자사를 위협할 경쟁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성장할 조짐이 보이면 거금을 들여 인수해 싹을 자른다”는 평을 듣는 페이스북은 2014년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에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그간 페이스북이 관심을 보이던 인터넷 기업이 아닌, 제조업체를 인수해 관심을 끌었다. 오큘러스는 ‘리프트’라는 가상현실(VR) 기기를 만드는 회사로, 초창기 메타버스 산업의 대표 주자였다. 페이스북은 2021년 회사 이름을 메타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사업에 진심임을 내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 선두주자가 ‘외도’에 나선 이유는 뭘까.

    메타가 SNS 비즈니스에만 몰두하기에는 비(非)사업적 영역의 리스크가 커졌다. 2016년 영국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데이터를 미국 대선에 악용해 논란을 빚었다. SNS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2018년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사과하기도 했다.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가 SNS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그 중심에 선 페이스북이 큰 사회적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당시 논란으로 SNS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강화되면서 페이스북 기반의 광고 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021년 4월 론칭한 애플 iOS 14.5 버전부터 각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에게 광고주식별자(IDFA) 추적을 허용할지를 묻는 대화창이 뜨게 됐다.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앱은 기기에 접근할 수 없는데,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맞춤 광고를 영위하던 페이스북은 큰 타격을 입었다. 구글도 안드로이드에서 앱 추적 금지 등 사용자 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그 결과 메타는 지난해 7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주가 역시 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처럼 SNS를 토대로 한 기존 사업 모델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메타는 메타버스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하는 메타의 핵심 사업부는 2020년 신설된 ‘메타 리얼리티 랩스’다. 지금까지 메타 리얼리티 랩스의 누적 적자는 약 4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저커버그 CEO는 “투자자들이 포기해도 나는 메타버스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고, 앤드루 보즈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메타 리얼리티 랩스에 대한 투자는 합리적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메타버스 산업에 빅테크가 속속 뛰어들면서 일찌감치 깃발을 꽂은 메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애플은 6월 ‘비전 프로’라는 새로운 공간 컴퓨팅 기기를 발표했다.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인데, 애플이 공개한 컴퓨팅 기술의 미래 청사진은 화려하다. 다만 애플 신제품의 본질은 혼합현실(MR)로 구현하는 메타버스다. 이미 메타가 출시한 ‘퀘스트 프로’를 통해서도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띄워 컴퓨터 작업이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애플 비전 프로 가격은 3499달러(약 460만 원)에 달할 예정인데, 퀘스트 프로는 999달러(약 132만 원)로 일단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글래스’ 상표권을 출원하고 구글, 퀄컴과 협업에 나서는 등 MR 사업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디지택트(디지털+콘택트)에 대한 관심이 잠시 시들해졌지만, IT 공룡들의 참전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메타의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앱) ‘호라이즌 월드’. [메타 제공]

    메타의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앱) ‘호라이즌 월드’. [메타 제공]

    이미지 인식 AI 통해 메타버스 기술 고도화

    그 결과 올해 초부터 메타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90달러(약 11만8700원)까지 하락한 메타 주가는 올해 7월 300달러(약 39만5700원) 선을 회복했다. 2021년 9월 기록한 최고가 378달러(약 49만8500원)를 조만간 회복하리라는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 시점에서 관련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메타의 잠재력이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메타는 MR 디바이스 ‘퀘스트’는 물론, VR 기반의 소셜서비스 ‘호라이즌 월드’로 메타버스 자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의 현실감을 높일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AI) 모델 SAM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십조 원 적자를 감수하고 지속적으로 투자에 나선 메타가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퀀텀점프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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