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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1차 발사가 남긴 값진 선물

[궤도 밖의 과학] 독자적 발사체 기술 보유를 향한 여정… 6월 15일 2차 발사 성공 기대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누리호 1차 발사가 남긴 값진 선물

지난해 10월 21일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오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21일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오르고 있다. [뉴스1]

최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21일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았다. 빈틈없는 발사를 위해 1시간가량 연기됐으나, 이상 없이 추진제와 액체 산소를 충전한 후 멋지게 날아올랐다. 2단과 3단 로켓으로 이어지는 점화, 정지의 찬란한 릴레이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마땅히 분리돼야 할 위성 덮개와 더미 위성도 차례대로 떨어져나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온 국민은 숨죽이며 한국 우주 기술의 눈부신 성과를 지켜봤다. 예상한 대로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는 완벽했다. 단, 도착 예정이던 최종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을 뿐이다. 굳이 성공과 실패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시도였다.

한국 발사체 기술은 꽤 오래전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1993년 KSR-1(Korean Sounding Rocket-1)이라는 이름의 고체연료 관측로켓을 발사했는데, ‘사운딩(sounding)’이라는 단어는 원래 수심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항해 용어다.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세계 일주를 하면서 무거운 밧줄을 깊은 바닷속으로 던져 깊이를 쟀는데, 아마 이와 비슷하게 무언가를 측정하기 위해 하늘로 밧줄을 던지듯 로켓을 발사하는 상황이라 이 같은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싶다. KSR-1을 성공적으로 두 번이나 발사한 후 1997년과 1998년에도 각각 두 번째 관측로켓인 KSR-2를 발사했다. 한국은 본래 고체연료 로켓부터 성실히 연구하고 있었다.

액체연료 로켓에 눈을 돌리게 된 건 북한의 영향도 있다. 1998년 북한은 액체연료 로켓이라고 주장하며 백두산 발사체이자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구조가 간단하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정해진 추력을 내다 연료가 전부 소진돼야 꺼지기 때문에 정밀한 제어가 어렵다. 그만큼 오차가 있을 수 있고, 액체연료 로켓보다 추진력이 약해 장거리 발사에는 불리하다. 반면, 액체연료 로켓은 추진력이 강하고 추력 제어도 가능해 원하는 여러 궤도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필요한 장비와 기술력이 상당하다. 운동장 안에서 캐치볼을 하듯 서로 기량을 주고받던 상황에서 갑자기 운동장 바깥으로 멀리 날아가버리는 공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포수처럼, 생각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는 북한의 로켓을 보고 한국 역시 액체연료 로켓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이제 보유한 기술을 최대한 모아서 새로운 발사체에 도전할 차례였다.

나로호부터 쌓인 20년 노력의 결정체

액체연료 로켓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장치 중 하나는 터보펌프였다. 엔진 내부에서 연소를 위해 연료와 산화제를 집어넣고 폭발 전 아래로 빠르게 밀어내려면 터보펌프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쉽게 만들 수 없었기에 우선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계식 장치를 달아 연료가 빠져나가는 만큼 헬륨탱크를 개방해 압력을 유지하고, 그 힘으로 로켓을 밀어 올렸다. 최초의 가압식 액체연료 로켓 KSR-3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제 더는 관측로켓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어서 이전보다 광범위한 표현으로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약자인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이제 드디어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등장하는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1987년 4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MTCR)라는 국제조약이 갑작스럽게 만들어졌다. 발사체와 관련된 기술 교류가 막혀버린 것이다.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서 상위권 모범생이 많이 모여 있는 학습 모임에 참여하려고 하는데, 들어가려면 전교 10등 안에 들어야 하는 상황과 같았다. 실력을 높이려면 우선 자신의 실력부터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누구도 한국을 도와주지 않는 힘든 상황에서 놀랍게도 이해관계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러시아다. 당시 러시아는 독자적인 로켓을 새로 개발하기 위해 예산이 필요했고, 한국은 러시아의 기술력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원인 조사를 러시아가 중심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흩뿌려진 잔해가 지상에 떨어져도 러시아에서 전문가들이 나와 직접 수거해가기 때문에 우리는 로켓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악조건에서도 한국은 3번의 나로호 발사 기회를 얻었기에, 적절한 문제와 어려움을 접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들이 결국 누리호 개발로 이어졌다.



누리호는 세상 혹은 우주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75t급 로켓 4기가 모인 1단, 75t급과 7t급으로 각각 구성된 2단, 3단은 전부 액체로켓이다. 1차 발사를 위해 추진제와 연료를 공급하는 아파트 16층 높이의 엄빌리컬 타워도 새로 설치했다. 타워는 엄마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누리호 발사를 위한 산소와 연료를 각 단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추가로 건설한 제2발사대는 과거 나로호를 발사했던 제1발사대에 비해 면적도 2배나 크고,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도 2배가 더 많이 나온다. 로켓이 최대 추력일 때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정확히 로켓을 놓아주는 지상 고정장치도 독자 기술이다.

현재 무게 1t 이상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는 오직 6개국뿐이다. 나로호 때 발사한 위성은 성인 두 사람 몸무게 정도의 소형 위성이지만, 이제 한국도 그 10배 이상의 대형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당연히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1차 시험발사 과정에서 반드시 검증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었다. 먼저 연료와 산화제를 저장하는 원기둥 모양의 추진제 탱크가 발사 과정에서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두께를 3㎜ 이내로 아주 얇게 만들었고, 지름이 짧은 3단 추진제 탱크는 알루미늄 캔 두께 수준까지 줄였다. 한 손에 잡히는 음료수 캔이야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47m가 넘는 거대한 발사체 안에서 강력한 힘을 버틴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3500도 넘는 고온과 대기압의 60배라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로켓은 무리 없이 작동해야 한다. 폭발이 만들어내는 열과 소음에 발사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초당 1.8t 물을 뿌려서 식히는데, 발사 순간 발사체 주변으로 생기는 구름 같은 연기의 정체가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기화된 물이다. 심지어 이런 로켓 4기가 함께 모여 300t급의 추력을 내는데, 완벽하게 균형을 맞춰 마치 하나의 로켓처럼 발사되는 걸 클러스터링 기술이라고 부른다.

누리호의 첫 번째 발사는 이러한 모든 시험발사 단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달하며 차근차근 진행됐다. 1.5t 무게의 인공위성 모사체는 비록 정해진 궤도에 정확히 오르진 못했지만, 앞으로 몇 번의 시험발사를 통해 우주 비행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지구 저궤도까지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누리호 1차 발사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도 700㎞ 높이의 태양 동기 궤도를 목표로 올라간 누리호는 3단 로켓이 조금 빨리 연소를 멈춰 저궤도에 올라타지 못한 채 다시 지구로 내려왔다.

그렇다면 누리호 1차 발사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우선 이번 발사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연애에 비유하자면, 일단 애인을 만나 연애 경험을 쌓는 것이 목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상형을 만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주목적은 연애를 하는 것이지 이상형을 만나는 것까진 아니었다. 이제 경험을 쌓아 이상형을 만나면 된다. 이번에 올린 건 무게만 같은 질량 모사체라 불가능했지만, 아마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이 실제 위성이었다면 추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원 궤도로 향할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불필요한 연료를 써야 해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연애 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을 고려해도 어쨌든 연애는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즉 1차 발사를 아쉬운 마무리라던가, 통한의 몇 분이라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건 그리 권하지 않는다.

이제 두 번째 시험발사가 준비돼 있다. 첫 비행을 통해 액체 산소의 부력 상승이라는 현실적 조건도 알게 됐다. 헬륨탱크는 이제 훨씬 단단히 고정돼 있으며, 산화제 탱크에 균열을 가해 산화제를 누설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졌다. 이제 성능 검증 위성과 큐브위성 4기, 위성 모사체가 탑재돼 태양 동기 궤도로 올라갈 예정이다. 발사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거리까지는 광학카메라로 촬영하다 이후 보이지 않는 높이까지 올라가면 제주와 남태평양 팔라우의 레이더를 활용해 발사 경로를 추적할 것이다.

우리가 만약 모든 과학기술 성과를 이분법적으로 성공이나 실패로만 판단한다면, 불가능에 도전하는 연구자가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 과학기술의 위대한 진보는 당연히 될 것 같은 일이 아니라, 누구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시작된다. 애초 정해놓은 목표는 목표일 뿐, 이를 향해 달려가며 흘리는 피와 땀은 절대 헛되지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개선 과정에서 쌓인 경험치는 과학기술 전반에 놀라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개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질책과 비난만 난무한다면, 도대체 어떤 과학자가 앞으로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겠는가. 당연히 해낼 수 있는 지루한 광경만 지켜보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 더 많은 불가능한 시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칭찬받아야 할 성취 기록들

한국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물론 연구계의 분위기에도 아쉬움은 있다. 대중이 볼 수 있는 수많은 홍보 채널에서 오직 드러나는 건 화려한 성공 기록뿐이다. 어떠한 실패 과정도 모르는 채 성적표만 공개되는 상황이라면 부모는 점수만을 근거로 아이의 성취를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가 매일매일 밤새 코피를 흘리며 학업에 열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얼마나 위대한 목표를 세웠는지보다 중요한 점은 훌륭한 성취를 이루는 길에서 순항하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어떤 부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지켜볼 수 있다면 아이가 받아온 성적표를 실패나 성공으로 결론짓지 못한다. 오직 할 수 있는 건 노력한 아이를 품에 꼭 안아주고, 다음번에 훨씬 더 위대한 도약을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는 일뿐이다.

다가오는 6월 15일 누리호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1차 발사 이후 8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천 개 데이터를 밤새워 분석하고, 빠르게 수리해 두 번째 시험발사가 더는 늦춰지지 않도록 고생한 연구자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아마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으리라. 과학에 실패란 없다. 예측과 다른 결과와 새로운 발견, 그리고 누적된 경험에 감사하며 다음 단계로 묵묵히 걸어가는 지성들만 있을 뿐이다. 이번엔 성공만이 아닌, 모든 과정에서 벌어진 성취의 기록을 기대해본다.

궤도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과 ‘투머치사이언스’를 진행 중이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주간동아 1343호 (p56~59)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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