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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로 되돌아온 영국, ‘동아시아판 NATO’ 가입하나

인도·태평양 적극 진출…‘중국 때리기’ 앞장서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남중국해로 되돌아온 영국, ‘동아시아판 NATO’ 가입하나

올해 하반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와 공동 훈련 예정인 영국의 퀸엘리자베스호 항공모함 전단. [Royal Navy]

올해 하반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와 공동 훈련 예정인 영국의 퀸엘리자베스호 항공모함 전단. [Royal Navy]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 전략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추진해온 국가 비전을 말한다. 존슨 총리는 글로벌 브리튼 전략에 따라 유럽연합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 세계 다른 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G7 의장국인 영국 정부는 6월 대면 회의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인도, 호주, 한국 3개국을 초청했다. 이는 앞으로 G7을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10개국(D10)으로 확대하려는 목적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 진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대영제국 시절 영광 재현하려는 영국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
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PA]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 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PA]

영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진출하려는 것은 대영제국 시절인 19세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속셈이다. 당시 대영제국은 제1차 아편전쟁(1840~1842)에서 청나라에 승리하며 난징 조약을 맺고 홍콩을 넘겨받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엄청난 부도 축적했다. 하지만 영국은 1997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서서히 후퇴해왔다. 게다가 영국은 유럽연합의 일원으로 군사력과 경제 분야에서 독자적인 주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 갈수록 강대국 면모를 상실해왔다. 결국 영국은 2016년 독일 주도의 유럽연합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에 버금가는 국가의 위상을 되찾고자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존슨 총리 등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의 이런 비전을 실현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진출에 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한 1단계 전략의 일환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CPTPP에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멕시코, 페루 등 11개국이 가입돼 있다. 이 협정은 이들 11개국과 미국이 2016년 맺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수정해 만든 것이다. TPP는 발효도 되기 전인 2017년 2월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폐기될 뻔했으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다른 10개국을 설득해 CPTPP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CPTPP는 개방 강도가 강한,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역내 전체 교역상품의 95%에 무관세 △데이터 이동 자유화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노동 인력 등의 이동 자유화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금지 등이다. CPTPP 회원국은 총인구 5억 명, 국내총생산(GDP) 10조5700억 달러(약 1경1711조 원)로 세계 경제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의도는 무엇보다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공백을 CPTPP 가입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영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유럽 국가로는 첫 회원국이 된다. 존슨 총리는 “영국은 CPTPP 가입을 통해 글로벌 자유무역의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각국에 적극 진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미국의 CPTPP 가입에 따른 이득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과 시행으로 홍콩이 더는 중국과 아시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만큼, 영국은 동남아에 새로운 교역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 CPTPP를 주도하는 일본은 영국의 가입을 환영하고 있다. CPTPP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CPTPP는 영국이 가입하면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16%로 높아진다. 



영국의 CPTPP 가입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없는 CPTPP 가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이는 일본을 상대로 CPTPP 가입 장벽으로 꼽히는 국영기업 정책과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강제 이전 제한 등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 규칙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영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국영기업 보조금 지원 금지 등 국제무역 규칙 강화를 주장하면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영국이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가입을 미루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대신해 CPTPP에 먼저 들어가 중국의 가입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는 설도 제기된다.


英·中 관계 홍콩 사태 후 악화일로

실제로 영국은 바이든 정부를 대신해 ‘중국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1월 31일부터 홍콩 주민의 영국 이민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내렸다.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 주민은 영국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영국 내 거주·노동이 허용되고, 5년 뒤에는 영주권을, 다시 1년 뒤에는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의 혜택을 받는 홍콩 주민은 전체 인구(750만 명)의 72%인 540만 명에 달한다. 영국 정부는 향후 5년간 32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의 홍콩 주민이 BNO 여권을 통해 영국으로 이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가 하면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중국 관영 국제텔레비전(CGTN) 방송사가 중국공산당의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다며 방송 면허를 취소했다. CGTN은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의 자회사로, 영어 등 외국어로 100여 개국에 방송을 송출하는 채널이다. 오프콤은 또 CGTN이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보도할 때 공정성을 훼손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추가로 제재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며 대중(對中) 연합전선 구축을 추진하자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영국 정부의 이런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예 BNO 여권의 효력을 중지시켰고, 홍콩 정부도 BNO 여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방송 규제기관인 국가 라디오·텔레비전 총국(광전총국)은 영국 공영방송 BBC의 월드뉴스 채널에 대해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인권 문제와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왜곡 보도를 이유로 1년간 자국과 홍콩에서 방송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영국과 중국의 관계는 한때 ‘황금시대’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우호적이었지만 지난해부터 화웨이의 5G(5세대) 통신 장비와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양국 관계는 영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 가입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쿼드는 ‘동아시아판 나토’로도 일컬어진다.


중국, 영국의 쿼드 가입 움직임에 불만 표출

영국 정부는 이미 쿼드 가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영국이 일본과 군사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쿼드 가입을 위한 포석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은 2월 3일 일본과 외무·국방장관(2+2) 회담을 가지고 올해 하반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퀸엘리자베스호 항공모함과 일본 해상 자위대의 공동 훈련을 합의했다. 폴 마든 주일 영국 대사는 “퀸엘리자베스호 항모 전단 파견은 영국이 자유롭고 열린 국제 질서를 지원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진출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일본은 앞으로 군사 및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제2의 동맹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1902년 제정러시아의 남하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동맹관계를 맺은 바 있다. 영·일 동맹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금이 가기 시작해 1923년 파기됐다. 양국은 119년 만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밀월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쿼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바이든 정부로서는 영국의 쿼드 가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영연방 일원인 호주는 환영하고 있다.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쿼드가 퀸텟(Quintet:5인조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영국의 쿼드 가입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영국은 더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는 중국과 영국은 앞으로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될 수도 있다.





주간동아 1277호 (p49~51)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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