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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인사적폐’ 청산 못 하면 ‘도로’ 추미애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박범계, ‘인사적폐’ 청산 못 하면 ‘도로’ 추미애

박범계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2월 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동아DB]

박범계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2월 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이번에는 취임 인사를 위해 방문한 것이라, 현안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만남 후 박범계 장관은 검찰 고위급 인사를 앞두고 “윤 총장을 적어도 두 번은 만나겠다”고 말했다. 검찰 인사에서 총장을 ‘패싱’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는 태도가 분명히 달라졌다. 

기세등등하던 개혁 투사는 다들 불우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4가지 혐의가 인정됐다. 선무당처럼 굴던 추 전 장관은 사실상 청와대에 의해 경질됐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대학의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으로 경찰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그동안 권력비리 수사를 막아온 이성윤 서울지방검찰청장은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 플라잉 어택을 가한 정진웅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는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한동훈 검사장을 감찰하는 용도로 제공받은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윤 검찰총장 감찰에 활용한 박은정 검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법원은 대통령이 재가한 검찰총장 징계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로써 억지로 총장을 쫓아내려던 권력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이제 와서 발뺌하나, 사실 이 사태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 모두가 그의 지시나 묵인 아래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개혁 투사들의 말로

‘사건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동아DB]

‘사건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동아DB]

결국 권력은 사법부의 판단과 악화하는 여론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신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대하는 유화적 태도는 그 전환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전환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 입장에서는 강요당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진정한 변화인지, 아니면 그저 변화 제스처에 불과한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그것을 가늠할 시금석이 바로 검찰 고위급 인사다. 전임 장관은 검찰총장 측근이라는 이유로 수사 좀 한다는 엘리트 검사들을 모두 지방이나 한직으로 쫓아내고, 고위직에 온통 제 사람을 심어놓았다. 대개 부족한 실력을 과도한 충성으로 때우는 그런 이들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이성윤 지검장. 

채널A 사건은 그 본질이 ‘권언유착’의 공작정치로 밝혀지고 있다.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프레이밍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동훈 검사장을 음해하기 위해 녹취록을 날조한 최강욱 의원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채널A 수사팀은 이 사건에서 검언유착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는 외려 ‘유시민 이사장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한 검사장의 명시적 발언이 등장한다. 이 사건에서 ‘제보자’를 자처하던 사기꾼 지모 씨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법정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사건은 아직 끝나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이 해당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이성윤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의 아이폰을 포렌식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무혐의를 유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란다. 이 불행한 사건은 이렇게 한 편의 코미디가 돼버렸다. 

그동안 그가 무슨 짓을 했던가. 울산 시장선거 개입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에 혼자 반대했다. 수사팀에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추가 기소하려 하자 결재를 거부했다. 최강욱 의원에 대한 기소도 결재를 거부하는 바람에 기소가 결국 차장 전결로 이뤄졌다. 법원에서 징역 8월형을 받은 범죄를 아예 덮어버리려 한 것이다. 

그 밖에도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 최근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마디로 요직을 두루 거치며 권력비리에 손도 못 대도록 ‘방탄검사’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 덕에 그가 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사건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이성윤 지검장 · 한동훈 검사장 거취 주목

다른 한편 권력의 눈 밖에 난 개인들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무리한 수사를 해왔다.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압수수색까지 해가며 탈탈 털었다. 하지만 13개 건 고발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 총장의 장모는 하필 법무부에서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하는 날짜에 맞춰 기소했다. 이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였다고 우길 것인가. 

한동훈 검사장은 누명을 뒤집어쓴 채 압수수색 과정에서 부하 검사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그리고 그를 향한 음해공작 전모가 이미 다 드러났음에도, 아직 혐의를 벗지 못한 채 누군가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어낼 양자컴퓨터를 발명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게 검사로서, 아니 그 전에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박범계 장관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번 인사에서 이성윤 지검장은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그야말로 자기들이 개혁으로 척결하겠다고 하던 그 정치검찰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전임 법무부 장관들이 검찰에 남겨놓은 인사적폐를 청산하지 않는 한 신임 장관도 결국 추미애 시즌2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전임 장관의 전횡에 희생당한 검사들의 피해를 회복하려는 구체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유능한 검사들이 그저 총장 측근이라는 이유로 장관의 눈 밖에 나 지방이나 한직으로 밀려난 바 있다. 한동훈 검사장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서울에서 용인으로, 거기서 진천으로 연거푸 좌천됐다. 이 부당한 인사는 철회돼야 한다. 신임 장관은 이전 장관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시금석은 이성윤 지검장과 한동훈 검사장이다.

진중권 교수는… 날카롭고 정교한 논리로 좌우 진영을 넘나드는 논객. 진보에 대한 비판을 넘어 보수진영에 혁신과 재건을 제시한 책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등을 펴냈다.





주간동아 1276호 (p10~1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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