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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환자 늘어 역학 조사에도 구멍 숭숭, 소모적 추적 방식 바뀌어야”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깜깜이 환자 늘어 역학 조사에도 구멍 숭숭, 소모적 추적 방식 바뀌어야”

  •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에 확진자 추적과 통보 지연 속출, 역학조사관 피로도 가중
    ●현장 전문가 “초기대응 매뉴얼은 무증상 환자 급증한 상황에 맞지 않아” 지적
충남 아산시 선별진료소에 파견된 이승용 공중보건의(공보의)는 8일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접촉한 뒤 2주일이 지나서 확진 검사를 받으러 선별진료소를 들린 방문자 때문이다. 그는 “시기적으로 자가격리를 마쳐야 했을 때였다. 알고 보니 해당 주민 역시 8일에야 접촉 사실을 알았다. 최근 확진자가 워낙 많이 발생하다보니 방역 당국이 접촉자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무료진료는 정부가 방역 구멍 인정한 셈”

15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15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섭게 증가하면서 역학 조사 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78명이라고 밝혔다. 사흘 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1000 명대에 재진입하면서 최다 확진기록(13일·1030명) 역시 경신됐다. 

전체 확진자의 70% 가량이 몰린 수도권은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는 14일부터 3주간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에 임시 선별진료소 150곳을 설치했다. 무료 검사를 시행해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낼 계획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별진료소에 파견된 한 공보의는 “역학 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무료 진료를 하는 것은 정부가 방역 구멍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보의 역시 “단순히 코로나19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경우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확진자’ 역시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더한다. 중대본은 15일 기준 감영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전체의 22.8%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역학조사지원단장을 맡은 오범조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깜깜이 감염은 대중교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야간운행 감축으로 감염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달 24일부터 오후 10시 이후 대중교통 야간운행을 20% 감축했다. 그 후 시내버스는 이달 5일부터, 지하철은 8일부터 9시 이후 운행을 30% 줄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도리어 깜깜이 확진자 비율은 증가했다. 11월 넷째 주 전체 확진자의 18%를 차지한 깜깜이 확진자 비율은 그 다음주 18.8%로 증가했다.



“확진자 동선 파악은 1차적 문제일 뿐”

특전사 군인들이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역학조사 지원을 위해 서울 용산구보건소에서 데이터 입력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특전사 군인들이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역학조사 지원을 위해 서울 용산구보건소에서 데이터 입력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방역 ‘구멍’이 커지자 정부 및 지자체는 역학조사 지원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페이스북에서 ‘군과 경찰, 공무원, 공중보건의를 긴급 투입해 역학 조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11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역학조사 지원인력으로 군, 경찰, 공무원 등 810명을 수도권 지역에 파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추적조사 지원 △역학조사 통보 △긴급 검체 수송 등의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 역시 14일부터 시 공무원 251명이 서울시재난안전대책본부 현장대응반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역학조사 매뉴얼을 재정립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역학조사 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역학조사관이 주도적으로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던 확산 초기와,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지금은 상황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역학조사관이 긴급히 필요로 하는 것은 확진자의 동선 파악을 돕는 지원인력이 아니다. 역학조사관이 대규모 감염 상황에서 진단검사 및 격리의 범위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는 새 매뉴얼을 만들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교수의 말이다.
 
“확진자가 늘면서 역학조사관으로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알콜중독자나 정신질환자를 모아놓은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경우 확진자 동선 파악은 1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추가 감염 우려 때문에 시설을 이용하던 비 감염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면 이들이 거부한다. 기존 매뉴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역학조사관이 난감해진다.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는 상황 역시 검사자 설정을 어렵게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의료인력의 ‘번 아웃’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서로가 지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K방역 자화자찬하지만…”

확진자 경로 추적에만 매달리던 기존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현장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센터에서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한 탁상우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현재 이뤄지는 확진자 경로 조사는 진정한 의미의 역학조사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추적조사(Contact tracing)’에 가깝다. 역학조사는 추적 조사에서 나온 정보를 활용해 가설을 인과론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활용해 방역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총괄한다”며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는 현 상황에서는 추적조사에 그치는 지금의 방식은 효과가 떨어진다. 역학조사관들이 정보를 취합해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까지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오 교수 역시 “확진자 동선을 완전히 찾아내는데 집중하는 현재의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K방역이라며 자찬하지만, 의료인력을 소진시키는 방식일 뿐이다. 이마저도 확진자 수가 적을 때나 가능했다”며 “향후에는 사람이 밀집한 공간이나,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쉬운 공간에서 어떻게 해야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을지 방책을 세우는 데 역학조사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1269호 (p29~31)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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