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9

2020.12.18

“밀레니얼 취향 잇는 중고품 거래로 성장가도, 스니커즈 거래만 50만 건”

〈유튜브에서 번개장터로 자리를 옮긴 최재화 CMO 인터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0-12-15 16: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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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개장터 최재화 CMO.  [지호영 기자]

    번개장터 최재화 CMO. [지호영 기자]

    코로나가 지배한 올 한 해 중고 거래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취향을 잇는 거래’가 모토인 중고품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2년 연속 거래액 1조 원을 넘기며 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11월까지 번개장터의 거래 건수는 1100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고 거래액은 19% 늘어난 1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거래에 참여한 이용자는 250만 명에 달한다. 

    올해 3월 2일 구글 한국지사에서 번개장터로 자리를 옮긴 최재화 신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12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번개장터 본사에서 만났다. 최 CMO는 고려대학교 경영대 출신으로 구글 한국 지사에서 일하며 유튜브 한국 유저 마케팅 총괄을 역임했다. 유튜브 전에는 OB맥주, 베인앤컴퍼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번개장터 직원들은 20대 초반 인턴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최CMO가 관장하는 마케팅본부의 주력 인원은 밀레니얼 세대다. 최 CMO는 번개장터를 ‘중고 거래계의 유튜브’로 만든다는 꿈을 설계하고 있다. 번개장터가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다른 유사한 서비스와 얼마나 다른지, 어떻게 달라질지 물어봤다.

    유튜브에서 일한 경험 살려 마케팅

    번개장터에서 거래되는 스니커즈.

    번개장터에서 거래되는 스니커즈.

    -번개장터에서 보낸 한 해는 어땠나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전에 몸담은 회사들이 완성형에 가까운 브랜드였다면 번개장터는 같이 브랜드를 만들어가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에요.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는 시장에 어떻게 맞춰가야 하나 파악해야 한다면, 여기서는 내가 이해한 시장과 고객에 대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죠. 

    내부적으로는 마케팅팀 본부를 구축한 게 가장 큰 변화예요. 입사했을 때는 3명인 팀이었는데 지금은 20여 명의 팀으로 성장했어요. 테크 플랫폼은 구글 G메일 사례에서도 그렇듯 마케팅을 잘한다고 잘되지는 않아요. 제품의 힘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의 번개장터도 그랬어요.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마케팅을 하고, 타운홀 미팅을 매달 하다 보니 조직 내에서도 마케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어떤 마케팅을 전개했나요.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기존 충성 고객인 MZ 세대(1980년대 초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가 더 즐겁게 앱을 쓰고, 번개장터 앱을 쓴다는 데 자부심을 갖도록 활동을 했습니다. 또 하나는 35세 이상의 고객들에게 번개장터를 알리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번개장터가 어떤 서비스인지 알리는 데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도 매주 방송이 나갈 때마다 가입자가 늘어요. 스타의 소장품도 개수가 적긴 하지만 30초 만에 ‘완판’되고요. 처음 ‘신박한 정리’ 제작진에 간접광고를 하고 싶다고 할 때만 해도 어떤 회사이고, 뭘 하는 곳인지 하나하나 다 설명해야 했는데 지금은 달라요.”

    -스타와의 협업도 많더라고요. 

    “대표적인 게 리플렉스예요. 우리가 ‘플렉스(flex)한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리(re)플렉스한다는 개념을 활용했어요. Mnet ‘고등래퍼’에 나온 하선호, 이로한 외에 리듬파워와도 작업했는데요. 패션 제품이 많이 거래되다 보니 애장품과 취미용품에 얽힌 사연도 설명하고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 수 있는 셀러브리티의 취향템을 거래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왔고, 내년에도 정기적으로 이어갈 예정이에요.”

    -직원들이 쉴 수 있는 ‘번개 바(BAR)’에 붙은 포스터가 인상적이었어요. (‘번개 바’에는 미디어 아트 작가 송호준의 ‘요트 프로젝트’ 관련해서 ‘꿈은 없고요. 그냥 요트 하나 갖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송호준 작가는 2013년 사비를 들여 개인 인공위성을 발사한 미디어 아트 작가인데요. 이번에 가진 걸 다 팔고 그 돈으로 요트를 사서 바다로 가고 싶다는 꿈을 위해 그동안 소유했던 물건을 정리했어요. 그렇게 해서 모은 수익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취향을 지지해 주지요. 이번 프로젝트에 이어 시즌2도 기획하고 있어요.”

    취향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스타굿즈를 거래할 수 있는 공간. [번개장터 앱 캡처]

    번개장터에서 스타굿즈를 거래할 수 있는 공간. [번개장터 앱 캡처]

    -평소에 직접 번개장터를 애용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정말 꾸준히 거래하고 있어요. 앱을 사용하다가 예기치 못한 버그를 발견하기도 해서 회사에서 버그 리포트도 1등이에요(웃음). 지난달에도 판매로 50만원을 벌었고요. 옷을 좋아해서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경험이 있는데, 철 지난 옷도 많이 정리하고 요즘은 LP를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번개장터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누린 비결은 뭘까요. 

    “일단 앱의 형태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대안이 출범 당시에 번개장터 뿐이었어요.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동호회, 카페 게시판 등 다양한 곳에서 중고 거래가 이뤄지지만 게시판에서 댓글을 달고 거래하는 건 불편해요. 자연스럽게 앱이 편하다 보니 이용률이 높아졌어요. 트위터에서도 물건을 판다면서 번개장터에 올린 글을 포스팅하죠. ‘덕후’들이 어느 정도 모인 뒤에는 번개장터에서 다양하고 많은 취향템과 취미템을 사고팔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선순환이 이뤄진 것 같아요.”

    -MZ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른 패러다임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유튜브에서 일하며 찾은 답은 무엇인가요. 

    “MZ세대는 진정성과 다양성으로 접근해야 해요. 유튜브만 해도 잘 만들어진 아이돌 뮤직 비디오와 내가 그냥 찍은 홈 브이로그가 공존할 수 있고, 두 개 다 지지를 얻을 수 있잖아요. 이건 진정성 덕분이에요. 영상의 질이 좋지 않더라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고 이해가 되면 지지를 보내는 거죠.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다양성이 중요해졌어요. 최근 가장 화제였던 건 개그맨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산슬 캐릭터도 됐다가 지미유 캐릭터도 되는 ‘부캐(부캐릭터)’ 개념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회사든, 미디어든 획일화된 메시지를 보내는 시대는 끝났고, 다양한 니즈를 맞춰줄 수 있는 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번개장터도 ‘브그즈트’와 ‘번개장터 데일리’라는 이름으로 각각 다른 분위기의 SNS 계정을 만들어 소통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브랜드도 이용자들과 소통하려면 다양한 정체성이 필요할 거 같아요.”

    -유튜브 한국 유저 마케팅 총괄로 있었을 때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유튜브가 개인 간 비디오 공유 플랫폼이라면 번개장터는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인 셈인데요. 한마디로 비전을 설명하자면 ‘거래계의 유튜브’라고 할 수 있어요. 유튜브가 글로벌 시장으로 커져 나간 것처럼 번개장터도 충분히 잠재력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여기는 왜 개인뿐 아니라 업으로 하는 중고 거래 상점과 명품 업체가 많을까 의아했어요. 그런데 유튜브도 일반인부터 방송국, 연예인, 크리에이터까지 다양한 주체가 영상을 찍어서 올리잖아요. 영상의 질도 천차만별이고요. 내가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게 거래되는 플랫폼이라면 이런 모습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번개장터에서 가장 많이 팔린 건 어떤 제품인가요. 

    “모바일기기가 51만 건(거래액 1500억원), 스니커즈가 50만 건(거래액 720억원), 스타굿즈가 62만 건(거래액 87억원) 거래됐어요. 스니커즈는 대표 인기 아이템인데 전년 대비 거래량이 약 20% 증가했어요. 스타굿즈도 전년 대비 32% 거래량이 늘었는데,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남성 그룹의 굿즈 거래 건수가 전체의 72%(45만 건)에 달했죠. 화제가 되는 스니커즈는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페스티벌이 당장은 어렵지만, 향후에 공연과 추첨, 플리마켓이 어우러지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어요.”

    -가입비나 이용료가 따로 없는데 매출은 어디서 나오나요. 

    “기본적으로는 광고와 번개페이 수수료로 매출이 나와요. 전문적으로 제품을 광고하지 않더라도, 갖고 있던 제품을 빨리 팔고 싶어서 광고비로 1만~2만원을 지출한다면 더 좋은 의사결정이 될 수도 있죠. 1000원 단위로 결제할 수 있다 보니 저도 늘 1만원씩 충전해놓고 수시로 써요. 

    번개페이는 수수료를 구매자가 3.5% 부담하는 방식인데, 안전결제 서비스로 돈을 보관해놨다가 구매를 확정하면 제품 판매자에게 송금하는 형태예요. 전국구 거래 장터이다 보니 취향템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어요. 서울에 살면서도 제주도에 있는 물건이 사고 싶다면, 사야죠. 피규어나 스타굿즈, LP 등을 안전하고 편하게 거래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내폰 시세’는 11월에 시작했는데 가지고 있는 중고 스마트폰 시세를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번개장터에 보내면 검수부터 정산까지 빠르게 할 수 있는 서비스예요. 매입부터 판매까지 앱에서 이뤄지니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어요.”

    중고 거래계의 유튜브 꿈꿔

    번개장터에서 많이 팔린 취미 관련 용품.  [번개장터 제공]

    번개장터에서 많이 팔린 취미 관련 용품. [번개장터 제공]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과 번개장터가 다른 점은 뭘까요. 

    “거래되는 물건의 카테고리를 보면 차이점이 보여요. 번개장터는 누군가의 취향, 취미를 아주 중요하게 여겨요. 경영진이 의지를 갖고 특정 카테고리를 활성화해야겠다가 아니라, 유저들이 해당 영역을 많이 쓰면 저절로 활성화되는 형태죠. 스타굿즈도 각자 팬 사이트 게시판에서 거래하다가 불편해서 번개장터로 넘어왔어요. 동호회 내부 게시판에서도 취미용품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데 그걸 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윈윈(win-win)이지 않을까요.”

    -번개장터 초보자에게 거래할 때 팁을 주세요. 

    “상점마다 별점 후기가 있는데 별 4~5개 후기가 10개 이상인 상점은 비교적 신뢰할 수 있어요. 개인 전화번호를 확보해서 앱 외부로 끌어내 사기를 치려는 세력들이 있는데, 그런 패턴을 계속 연구해서 이용자들이 사기꾼을 거를 수 있게 배너를 띄우고 있어요. 사기꾼 패턴을 정리해둔 게시글을 거래 전 꼭 5분만 읽어보는 걸 추천해요. 중고 거래는 기본적인 제품 시세를 알아야 해요.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제품으로 현혹하는 사기꾼이 많기에 너무 싸다면 구매 전 주의하세요. 이용자들의 행태를 보고 놀란 것 중 하나는 상점을 인스타그램처럼 쓴다는 거였어요. 좋아하는 상점이 생기고 나와 비슷한 성향이거나 라이프스타일이 겹친다고 생각하면 팔로잉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 피드를 살펴보고, 대표적인 사기 패턴을 읽어보고, 사려는 물건의 시세를 알아보고 거래를 시작하면 좋을 거예요. 구매자에게만 수수료가 붙는 안전 결제 시스템인 번개페이 활용도 적극 추천해요.”

    -중고품 거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과도 흐름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신박한 정리’에서도 출연자들이 물건을 정리할 때 버릴 물건을 넣는 ‘버림 박스’와 필요한 제품을 넣는 ‘필요 박스’만 있었는데, 쓸 만한 물건이 필요한 분들에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중간에 ‘욕구 박스’를 추가했어요. 무언가를 싸게 사고 싶어서 중고 거래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버리는 물건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중고 거래를 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결국은 이 모든 활동이 제로웨이스트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강남 일부 지역에서 포장 택배를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물건을 보내면 번개장터에서 친환경 포장재로 포장해서 배송까지 해줘요. 이런 식으로 거래하기 편한 서비스를 계속 확장해 갈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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