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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체리 같은 자두, 깎아 먹는 수박

바나플, 슈거멜론 등 이색 과일 인기…당도 높이고 혼자 먹기 딱 좋은 크기로 개량

체리 같은 자두, 깎아 먹는 수박

체리 같은 자두, 깎아 먹는 수박
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전현정(30) 씨는 과일을 사려고 슈퍼마켓에 갔다 독특한 수박을 발견했다. 보통 수박보다 훨씬 작은 ‘미니 수박’이었다. 크기는 일반 수박의 4분의 1, 가격은 4990원으로 일반 수박(9000~1만2000원)에 비해 비쌌지만 전씨는 호기심에 상품을 구매했다. 전씨는 “보통 수박은 너무 커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미니 수박은 보관이 쉽고 크기도 1인 가구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신종 ‘이색 과일’이 뜨고 있다. 수박을 비롯해 바나나, 자두, 멜론 등이 기존과 다른 모습으로 시장에 나왔다. 다른 품종과 교배했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재배해 맛과 향을 개량한 과일들이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과일들, 그 실체는 무엇일까.

미니 수박은 크기가 멜론만한 수박이다. 사과처럼 껍질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애플수박’이라고도 부른다. 무게는 일반 수박(7~10kg)의 5분의 1(1.4~2kg) 정도. 당도는 일반 수박과 비슷한 10브릭스(Brix) 안팎이고 씨가 참외씨처럼 작아 먹기 편하다. 6월 중순 기업형 슈퍼마켓 롯데슈퍼와 일부 편의점에서 첫선을 보인 미니 수박은 큰 수박을 보관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1~2인 가구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미니 수박은 충남 논산시의 야심작이다. 논산시 농업기술센터와 농가 단체 ‘미니수박사업단’이 농가 활로 개척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산 종자를 구매해 재배했다. 이상규 미니수박사업단 대표는 “시장 반응이 좋다. 19개 농가가 약 2만3100㎡(7000평) 면적의 비닐하우스에 심었는데 농가마다 약 150만~5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모양 변형해도 ‘단맛’은 지킨다



체리와 자두를 교잡한 ‘나디아 자두’도 소비자의 이목을 끈다. 이 과일은 크기는 자두만하지만 껍질색은 체리처럼 검붉다. 기자가 직접 구매해 먹어봤더니 육질은 자두와 비슷하고 맛은 체리에 가까웠다. 가격은 1팩(600g)에 5980원으로 일반 자두(1.2kg 기준 6000~7000원)에 비해 2배 정도 비싸다. 종자는 호주산으로 2013년 국내 상용화에 성공해 현재 경기 안성시와 경남 거창군에서 재배하고 있다.

바나나도 영양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기존 바나나와 차별화했다. 신품종 바나나인 ‘로즈바나나’ ‘바나플’은 길이가 일반 바나나의 3분의 1이고 껍질이 얇다. 로즈바나나는 당도가 24브릭스로 일반 바나나(16브릭스)에 비해 높고 비타민E의 일종인 토코페롤을 함유하고 있다. ‘사과(apple)처럼 상큼하다’는 뜻으로 이름 붙인 바나플은 피부 미용과 건강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과 폴리페놀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할인점 이마트에 따르면 일반 바나나는 전년 동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매출이 17% 줄었지만 바나플은 86.7%, 로즈바나나는 31% 늘었다.

기존 과육과 색깔이 다른 과일들도 출시됐다. 대형할인점 롯데마트는 6월 25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슈거멜론’을 선보였다. 일반 머스크멜론보다 당도가 높고(15브릭스) 속이 붉은 멜론이다. 이마트도 과육이 망고처럼 노란 ‘망고수박’을 판매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일반 수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지만, 망고수박 매출은 10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색 과일들이 비싼 가격에도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과일에 식상해진 소비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미니 수박처럼 작은 과일은 1~2인 가구가 소비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종남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연구센터 박사는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독특한 모양, 맛, 영양분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과일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 농가의 위기 돌파 측면에서 개량 과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전문가 “GMO 우려 없어”

체리 같은 자두, 깎아 먹는 수박
아무리 신기한 과일이라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2009년 무렵 일본에서 인기 있던 ‘하얀 딸기’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 이유는 기존 딸기에 비해 맛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개량 과일은 과일 본연의 맛과 차이가 있다. 아무리 당도를 높여도 기존 과일의 신선함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에서 잘 팔리려면 무엇보다 맛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색 과일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재배 과정이나 성분은 의문을 남긴다. 당도 높은 바나나, 체리 같은 자두 등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김영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당도를 높일 때는 과일 수확 전 수분 공급을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물을 제한해 과일에 ‘갈증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도가 높아지면서 수분은 줄고, 일반 과일에 비해 크기가 작고 단단해진다. 서로 다른 과일을 교잡해 개량 과일을 만들 때는 각 과일의 씨앗과 꽃가루를 접합해 새로운 육종을 만들어 재배한다. 소비자들이 GMO(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해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박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품종 개량 과일 중에는 GMO가 없다”며 “GMO는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재배되는 개량 과일은 그보다 간단한 작업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여름철 특수인 이색 과일 유행은 얼마나 지속될까. 식품 전문가들은 “장기적 트렌드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가 나날이 다양화하는데 그 현상이 과일에도 영향을 미친 것뿐이다. 기존 과일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다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미니 수박처럼 작은 식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2015.08.10 1000호 (p74~75)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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