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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렙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가 있는 집이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는 소녀는 참으로 근사하고 우아할 것이라 상상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 표현된 소녀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고급스러운 실내장식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특히 필자처럼 딸 없이 아들만 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시각에서는 더욱 부럽고 아름답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가정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르누아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189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룩셈부르크 미술관에 전시할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린 것입니다. 당시 르누아르는 세잔의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친구인 앙리 르롤의 집에 놀러갔다 그 집 딸들의 행복한 모습을 기억해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때 자매가 손님인 르누아르를 위해 바그너 곡을 연주했다고 합니다. 온화한 색채로 화면에 가득한 그림은 마치 일상의 한순간을 정지화면으로 보는 것 같죠.

그림은 세로가 긴 직사각형 구도로, 그림 중앙에는 두 명의 예쁜 소녀가 등장합니다. 화면 중앙, 푸른색의 허리 리본이 달린 흰색 드레스를 입은 금발 소녀는 화면 오른쪽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려고 악보를 보고 있습니다. 금장의 보면대 위 악보를 자세히 살펴보려는 듯, 소매를 걷은 그녀의 하얗고 고운 왼손은 악보집을 잡고 있고 오른손은 피아노 건반 위에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금발 소녀는 이본느입니다. 이본느 옆에는 악보 넘기는 것을 도와주려는 듯 서 있는 또 다른 소녀가 있습니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갈색머리 소녀는 언니 크리스틴으로 이본느와 함께 악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크리스틴은 오른손으로 이본느가 앉은 의자 등받이 위를 잡은 채 피아노 상판 위에 왼팔 팔꿈치를 짚은 자세로 중심을 잡고 악보를 보려 몸을 앞으로 살짝 숙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두 소녀의 얼굴은 하얀 피부에 볼은 발그레한 홍조를 띠고 있습니다.

피아노 상판 위에는 활짝 꽃이 핀 푸른색 꽃병이 놓여 있습니다. 자매 뒤쪽으로는 초록, 노랑, 붉은색이 조화로운 커튼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이 커튼 너머로 몇 점의 그림이 보여 편안하고 잘 정리된 집 안 풍경을 배경으로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르누아르는 소녀들의 모습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의뢰받은 그림에 최선을 다하고자 파스텔화 1점과 유화 6점을 그렸습니다. 같은 구도에 제작 시기도 같지만, 세부 표현과 크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1892년 4월 20일 프랑스 정부는 르누아르의 여섯 작품 중 하나를 선택했고, 5월 2일 4000프랑을 지불한 뒤 그림을 인도받았습니다. 여섯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이고,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품은 배경 묘사를 생략해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에게 집중한 것이 특징입니다.



주간동아 2015.07.20 997호 (p79~79)

  •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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