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7

2017.07.19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디지털은 아날로그가 있어야 완성된다!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7-07-18 15: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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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의 반격’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완벽히 대체한 것처럼 여겨지는 지금, 왜 다시 아날로그가 돌아오고 있는지를 탐사, 분석한 책이다. 음악 책은 아니지만 음악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저널리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색스가 서문에 밝힌 이 책의 집필 동기 때문이다.

    색스는 2012년 동네에 문을 연 음반 가게 옆을 지나다 어리사 프랭클린의 옛 음반을 듣고 그 자리에서 구매했다. 창고에서 다시 턴테이블을 꺼냈고, 그 후 집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속하지 않게 됐다. 그는 이 경험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많은 경우 오래된 아날로그 도구나 아날로그적인 접근법이 더욱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아날로그의 타고난 비효율성을 점점 탐하게 되고 아날로그의 약점은 새로운 강점이 된다.’

    이 책에 음악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두 번째 이유는, 저자가 이 책의 첫 장을 레코드판(Vinyl) 부활 이유를 분석하는 데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음악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하는 분야는 두 개, 스트리밍과 바이닐이다. 음원 다운로드와 콤팩트디스크(CD)는 끝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기준으로 바이닐 판매량은 2007년 99만 장에서 2015년 1200만 장 이상으로 늘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를 통해 디지털 음원을 산업화할 때만 해도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되던 바이닐이 부활을 넘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말하듯 단순한 추억 때문이 아니다. 태어나 한 번도 바이닐을 구경하지 못했던 세대가 이 시장의 주요 고객이 돼가고 있다. 힙스터의 상징처럼 여겨지며(이는 한국도 비슷하다). 이런 현상의 이유를 밝히려고 저자는 미국 내슈빌에 있는 레코드 공장으로 가 음반 생산 과정과 공장의 부활 과정을 취재하고 레코드스토어연합이 어떻게 ‘레코드 스토어데이’라는, 바이닐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축제를 만들게 됐는지를 밝힌다(한국에서도 ‘서울레코드페어’라는 이름의 비슷한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그리하여 한 달에 1만 원 남짓이면 무한정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왜 20달러 이상 내고 레코드를 사는 사람이 급증하는지를 분석한다.또한 왜 아티스트들이 새 앨범을 바이닐로 찍어내는지를 말한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나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트리밍 서비스와 계약하지 않으려는 것은 거기에서 얻는 수익이 푼돈이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은 검증된 기술이지만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성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과 만나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포맷으로 재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레코드뿐이 아니다. 몰스킨 노트와 로모그래피, 독립잡지와 출판, 보드게임,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업무에서 차용하는 탈(脫)디지털 환경 등을 통해 디지털의 미래는 결국 아날로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저자는 역설한다. 사례는 풍부하고 직관은 핵심을 찌른다. 이를 통해 저자가 도달하는 결론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온라인, 즉 디지털은 오프라인, 즉 아날로그에서 경험과 신뢰의 완성을 이룰 수밖에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난들, 결국 술 한 잔 기울여야 진짜 내 사람이 되듯.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꽂힌 음악을 결국 어떤 형태로든 소장하고 싶어지듯. 디지털이 줄 수 없는, 오감 이상의 경험은 아날로그로만 충족 가능하다는 당연한 명제 말이다. 이 명제야말로 혼돈의 이정표로 가득한 이 시대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나침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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