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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호남 법무장관 내정은 총선용?

차기 총장 영남 출신 배치 위한 사전 포석…검찰 사후 인사 초미 관심

호남 법무장관 내정은 총선용?

호남 법무장관 내정은 총선용?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1일 황교안 국무총리 취임으로 공석이 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김현웅(56·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검찰청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4기인 김진태(63) 검찰총장보다 후배여서 ‘기수역전’ 인사로 화제가 됐다. 청와대는 인선에 앞서 김 총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12월 1일까지 남은 임기를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수역전 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강금실 장관(13기)-송광수 총장(3기), 천정배 장관(8기)-김종빈 총장(5기), 이명박 정부 시절 이귀남 장관(12기)-김준규 총장(11기) 이후 역대 4번째로 기록될 예정이다.

호남 출신 법무부 장관 기용 노림수

김 내정자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학과 학사·석사 졸업 후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부산지방검찰청(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춘천지검 검사장, 서울서부지검 검사장, 광주지검 검사장, 부산고등검찰청(고검) 검사장, 법무부 차관을 거쳐 현재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검찰 내부에서 김 후보자는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법무 행정 및 검찰 업무에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06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장 시절 법조비리 수사를 지휘하며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구속하는 등 특별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김 내정자가 7월 6~7일 무렵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 자리에 오르면 현 내각에선 전남 함평군 출신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호남 출신이 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내정자의 발탁을 두고 내년 4월 총선을 노린 원거리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호남 출신을 선거관리 주무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야당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또 김진태 검찰총장이 경남 진주 출신이라 지역 안배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효과를 낼 수 있고, 차기 총장에 영남 출신을 선발할 구실을 얻기 위한 측면도 있다.

김 내정자 발탁 이후 법조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김진태 총장의 거취 문제다. 김 총장의 임기는 12월 1일까지인데 청와대에서 임기를 채워달라고 주문하긴 했으나 이를 수용하고 자리를 지킨다 해도 자신이 지휘하던 사람을 윗선으로 모시는 형국이라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총장직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총장이 임기를 채우더라도 그의 후임 인선 문제는 검찰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차기 총장은 내년 4월 있을 총선의 부정선거 수사를 총지휘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차기 총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먼저 영남 출신 검찰 내부 인사들이다. 호남 출신 법무부 장관이 나와 지역 안배가 이뤄진 데다 여권 처지에선 선거 수사를 지휘하는 인물이 여권의 전통적인 강세지역 출신이면 나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호남 법무장관 내정은 총선용?
영남 출신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대구 출신인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대검찰청 차장이 있다. 김 차장은 대구 청구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87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출발했으나 3년 뒤 검사로 전직했다.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3과 과장 등을 거쳐 2009년 청주지검장으로 영전하면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며 TK(대구·경북) 출신 가운데선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김현웅 내정자와 1959년생 동갑에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이 서로에게 부담될 것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선 이미 “TK 출신 인사를 총장 자리에 앉히려고 지역 안배 차원에서 장관을 호남 출신으로 앉혔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 16기 가운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이득홍(53) 부산고검장과 임정혁(59) 법무연수원장이 있다. 대구 출신인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장과 첨단범죄수사부장 등을 거치며 디지털 수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출신지에서 약간의 메리트를 갖고 있다. 임 법무연수원장은 서울 출신으로 대검찰청 공안과장과 공안부장을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인데, 현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공안통 출신에 영호남 인사가 아닌 중립적 인사라는 점에서 총장 후보군에 포함되고 있다.

17기 총장 발탁 가능성도

장관의 기수를 고려해 한 해 아래인 17기 인사들도 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가장 유력한 이로는 김경수(55) 대구고검장이 꼽힌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부산지검 특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2010년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영전하면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후 2013년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했는데 17기 가운데 고검장 승진 순으로는 선두주자다. 성품이 온화하고 핸섬한 마스크에 언변이 뛰어나 대검찰청 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검찰 내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김현웅 내정자보다 기수가 아래인 데다 PK(부산·경남) 출신으로 차기 총장의 지역 안배 차원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지난해 세월호 오너 일가 수사 도중 유병언이 사망하면서 책임지고 사퇴한 최재경(53) 전 인천지검장도 물망에 오른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대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최 전 지검장은 검사 재직 시절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거친 특수통이다. 2009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검사장급 승진을 했는데 당시 동기 가운데 가장 빠른 승진이었다.

그러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친구인 김광준 검사에게 비리 사건과 관련해 문자메시지로 언론 취재 대응 방안을 조언한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후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지난해 인천지검 검사장으로 세월호 관련 수사를 지휘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지만 결국 사퇴했다. 특수통으로 업무 면에선 유능하다는 평이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차기 총장 자리에 안착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외 김희관(52) 광주고검장과 박성재(52) 서울중앙지검장도 거론된다. 김 고검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거쳐 22세에 소년등과해 검찰 내부에선 두뇌가 명석한 천재형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기존 수사기법이나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현웅 내정자와 출신지가 겹쳐 차기 총장에서 멀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호남 법무장관 내정은 총선용?
내년 1월 검찰 인사 후폭풍

박 지검장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는데, 17기 동기들이 워낙 쟁쟁한 것에 비하면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어 올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할 당시에도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적 메리트를 바탕으로 기수를 고려할 때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고 출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고교 후배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선 16기 혹은 17기 가운데 총장이 발탁되면 현재 고검장급인 15·16기 주요 인사가 법복을 벗어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지 아래 기수가 총장이 되면 용퇴하는 것이 검찰 조직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총장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직의 나이가 갈수록 젊어지는 것도 문제다. 만약 17기에서 차기 총선 수사를 지휘할 총장이 나오면 내년 1월 검찰 인사 폭은 검사장을 포함해 차·부장급 이하로도 확대될 수 있고, 전국적인 범위가 될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비록 17기에서 총장이 나오더라도 선배 기수들의 엑소더스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관예우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들을 받아줄 대형 로펌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지금 웬만한 대형 로펌은 고위직 검찰 출신이 포화상태인 데다 매출도 급감해 받아줄 여력이 없다. 더욱이 검사장급 이상은 법복을 벗은 후 2년 안에 대형 로펌으로 가려면 법무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치적 부담도 크다. 일단 가면 관직이나 선출직으로 진출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년 4월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입사 제의를 거부하고 개인 법률사무소를 내거나 아예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원로 변호사는 “15, 16, 17기에 정말 훌륭한 인물이 많다. 이들이 검찰을 조기에 떠나는 것은 검찰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놓고 생각해도 손실이 크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마당에 사법연수원 기수 문화는 타파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6.29 994호 (p12~14)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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