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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탈모 치료제 시장 ‘수상한’ 지각 변동

‘프로페시아’ 극강 신화 깨지나…2위 ‘아보다트’ 불법처방 판쳐

탈모 치료제 시장 ‘수상한’ 지각 변동

탈모 치료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00년 5월 국내 시판 후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와 함께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해피메이커’ 또는 ‘해피드러그’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명 : 피나스테리드)의 아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페시아는 2009년 하반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의학적 효능이 검증된 유일무이한 먹는(경구용) 탈모 치료제로서 시장을 굳건히 지켜왔다. 의약품 특허가 만료(2008년 1월)되기도 전인 2007년 하반기부터 수많은 국내 제약사가 같은 성분의 복제의약품(복제약) 30여 품목을 출시했을 정도다. 복제약이 출시된 후에도 오리지널 약의 명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2015년 현재까지 피나스테리드 성분 탈모 치료제 시장의 70% 이상을 프로페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탈모 치료제로의 대변신과 도약

‘20세기 신약(新藥)’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프로페시아의 독주 양상을 깬 의약품은 의외로 신약이 아니었다. 그간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로 사용해오던 아보다트(성분명 : 두타스테리드)였다. 아보다트는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2001년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 2004년 4월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아보다트가 성인 남성의 탈모 치료제로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 7월로, GSK는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아보다트의 주요 효능 및 효과(적응증)에 탈모 치료를 추가했다. 아보다트의 제품설명서에 나와 있는 효능 및 효과는 ‘전립샘 비대증의 치료, 증상의 개선, 수술 필요성 감소, 급성 요저류(소변이 모두 배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증상) 위험성 감소’ 등 전립샘 비대증 관련 질환의 치료와 관련된 게 대부분으로, 탈모 치료와 관련해선 ‘성인 남성(만 18~50세)의 남성형 탈모 치료’라고 딱 한 줄이 쓰여 있을 뿐이다.



신약이 아니라서 그럴까. 아보다트는 탈모 치료 적응증 추가 후에도 탈모인과 처방 주체인 피부과 전문의 사이에서 첫 반응이 시들했다. 아보다트는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로도 시장 1위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 시장 1위는 프로페시아의 피나스테리드 성분이 5배 들어가 있는 프로스카였다. 한때 많은 탈모인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프로스카를 싸게 사

4등분해 탈모 치료제로 먹곤 했다. 같은 성분이지만 탈모 치료제로 사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가격이 비싸고, 전립샘 비대 치료제로 사면 가격이 그보다 70~80% 싸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후 과량 복용에 따른 위험성과 건강보험 재정 문란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마저도 시들해졌다.

반면, 아보다트는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리 소문 없이 탈모 치료제 시장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한 것. 인터넷에서 또는 입소문을 타고 떠도는 아보다트 관련 소문의 주요 내용은 ‘프로페시아보다 더 효과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돼 가격도 엄청나게 싸다’는 것.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는 모두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환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약품 가운데 하나다. 둘 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판을 허가한 약품이기 때문에 환자가 굳이 특정 약품을 고집할 경우 처방을 거부할 의사는 별로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제약업계가 추정하는 프로페시아의 연 매출액은 300억 원 정도로, 아보다트는 이미 프로페시아 매출액의 20~30%를 따라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혹자들은 아보다트 매출이 프로페시아 매출액의 30%가 넘는 1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보기도 한다. 불세출의 신약인 후발 주자가 출시 10년 안에 선발 주자의 매출 30% 이상을 따라잡는 것은 보기 힘든 일로, 발기부전 치료제 후발 주자인 시알리스가 유럽과 한국 시장에서 비아그라 매출을 한때 30% 이상 따라잡은 적이 있긴 하다.

탈모 치료제로서 아보다트의 의약품 특허 만료 시점은 2016년 1월.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에 대한 의약품 특허가 2009년 12월로 만료되자 2010년부터 아보다트와 같은 성분인 두타스테리드 복제약을 무더기로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4월 말 현재 전립샘 비대증 치료용 복제약만 19개 품목에 달할 정도다. 이는 4년 만의 일이다. 내년 1월 탈모 치료제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기존 복제약들도 이 시점부터 아보다트처럼 탈모 치료제로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아보다트 불법처방의 위력

탈모 치료제 시장 ‘수상한’ 지각 변동

탈모 치료제 시장 1위 제품인 ‘프로페시아(오른쪽)’와 이를 맹추격하는 후발주자 ‘아보다트’.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 점유율이 낮은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의 무더기 복제에 나선 이유도 내년 1월 탈모 치료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건 누가 봐도 빤한 일이다. 더욱이 프로페시아가 만 18~41세 남성을 탈모 치료 적용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아보다트는 지난해 1월 약품 재평가를 통해 적응 대상을 41세에서 50세까지로 확장해 판매에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전립샘 비대증은 40대 중반을 넘어선 남성에게 많이 생기기 때문에 아보다트의 경우 탈모 치료 전문가인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비뇨기과나 내과 전문의가 처방하기에도 부담감이 적다. 한마디로 탈모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전립샘 비대증 치료용 처방전을 내도 건강보험당국에 적발돼 진료비가 삭감될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탈모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그리 싸지 않은데도, 탈모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거나 인터넷을 통해 ‘가격이 훨씬 싸다’고 소문이 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아보다트는 1정에 0.5mg 단일 제형이라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처럼 따로 사서 쪼개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전혀 없다. 또한 아보다트의 경우 전립샘 비대증 치료용으로 처방전만 받으면 1개월치 약값이 병 · 의원 진료비를 포함해 2만 원 선에 구매할 수 있다. 만약 아보다트를 탈모 치료제용 처방전으로 구매하면 1개월치 기준으로 진료비를 포함해 5만5000~6만 원 이상 든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아보다트의 탈모 치료제용 매출액 산정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용으로 팔려 나간 많은 제품 가운데 탈모 치료제용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제조사나 판매사도 알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처방받은 환자들의 병명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아보다트 싸게 사는 법’ ‘탈모 치료제 싸게 사는 법’이란 제목의 안내문구가 넘쳐난다. 피부과가 아닌 비뇨기과나 내과에 가서 전립샘 비대증 환자인 것처럼 꾸며 아보다트를 처방받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내용들이다. 서울에 개원한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프로스카의 경우 과량 복용에 따른 부작용 문제가 많아 처방전을 부탁받아도 잘 달래 거절할 수 있지만 아보다트의 경우 탈모 치료용이나 전립샘 비대증 치료용이나 같은 제형의 약이라 별 부담 없이 처방해주는 의사가 적잖다”며 “특히 전립샘은 40대가 넘으면 자연적으로 비대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50세까지인 아보다트의 경우 건강보건당국에 부당 처방으로 적발돼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탈모인과 탈모인 단체가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현실과 별개로, 탈모 치료 환자에게 전립샘 비대증 치료 처방전을 내는 행위는 현행 의료법 위반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어렵게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탈모 치료제 시장 ‘수상한’ 지각 변동
프로페시아 vs 아보다트

GSK 측은 탈모 치료제 아보다트의 성공 원인을 ‘빠르고 우수한 발모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GSK 측은 “기존 5알파 환원효소(5α-reductase) 억제제가 2형 효소만 억제하는 데 비해 아보다트는 1형과 2형 모두를 억제하기 때문에 모발 수 증가가 더 많다. 더욱이 아보다트는 오리지널 경구용 치료제 가운데 한국인 대상 남성형 탈모 임상시험 결과 모발 수 증가에서 유익한 효과를 보인 유일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GSK 측 주장에 대해 프로페시아 제조판매원인 한국MSD는 물론, 국내 학계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5알파 환원효소 억제 효과 부분부터 알아보자. 남성형 탈모의 주요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변환돼 만들어진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변환하려면 반드시 모낭에 존재하는 5알파 환원효소가 분비돼 매개체로 작용해야 한다. 즉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DHT 농도를 떨어뜨리면 탈모를 막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5알파 환원효소에는 1, 2형이 있는데 GSK 측 주장은 “프로페시아 같은 피나스테리드 계열은 2형의 5알파 환원효소만 억제하는 데 비해 아보다트 같은 두타스테리드 계열은 1형과 2형을 모두 억제하기 때문에 DHT 농도가 더 많이 감소하고, 따라서 모발 수는 더 많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피부과 전문의 사이에선 “DHT 억제율이 높다고 모발 수가 증가한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거나 “DHT 생성에 주로 관여하는 것은 2형 5알파 환원효소이기 때문에 1형 5알파 환원효소의 억제는 탈모 치료와 상관없다” 등등 많은 이의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 유일 제품’이란 부분에 대해서도 오히려 “한국에서만 탈모 치료제로 허가가 났기 때문에 약의 안전성이나 안정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않은 거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프로페시아의 경우 1997년 미국 FDA의 시판 승인을 받은 후 전 세계에서 탈모 치료제로 오랜 기간 써왔지만 아보다트의 경우 현재까지 한국에서만 탈모 치료제로 적응증을 인정받아 5년 가까이 사용돼왔다.

성욕 감퇴, 발기부전, 사정 장애 등 성기능과 관련한 부작용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 양쪽이 모두 1% 내외에서 성기능 관련 부작용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부작용 발생 빈도가 미미한 데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둘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다”면서도 “그래도 더 오랜 기간 사용된 프로페시아가 좀 더 나은 것 같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GSK 관계자는 “아보다트는 현재 일본을 비롯한 9개국에서 탈모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미국의 경우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에 3상에서 임상시험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 2014년 1월 미국피부과학회지에 실린 9개국 39개 기관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아보다트가 피나스테리드 계열보다 12주와 24주째에 남성형 탈모의 모발 수 증가가 더 빠르고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과연 아보다트는 탈모 치료제 시장 극강의 세계 1위인 프로페시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전 세계에서 탈모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다는 한국에서 이미 그 결전의 1라운드 종이 울렸다.



주간동아 2015.05.04 986호 (p50~52)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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