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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빚더미 피하려다 ‘지옥철’ 된 9호선

수요예측 잘못에 증차 타이밍 놓쳐…숨 막혀도 참고 타야만 하는 시민들

빚더미 피하려다 ‘지옥철’ 된 9호선

빚더미 피하려다 ‘지옥철’ 된 9호선

‘혼잡도 240%’ 논란을 일으키며 포화 상태가 된 서울시 메트로 9호선 열차 안.

‘서울 잠실에서 김포공항까지 38분.’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가 운영하는 9호선이 3월 28일 서울 강남권에서 연장 개통됐다. 종합운동장역과 신논현역을 잇는 2단계 연장 구간이다. 9호선은 서울시가 지하철에 급행열차를 최초 신설한 노선으로 2009년 7월 1단계인 개화~신논현 25.5km 구간이 개통됐다. 마지막 단계인 3단계(종합운동장~보훈병원 구간)가 2016년 완공되면 개화~보훈병원 사이 39.2km 구간이 완성된다.

예상 적자 줄이려고 수요 낮게 예측

서울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편리한 9호선. 하지만 실상은 ‘지옥철’이다. 9호선 총승객 수는 4월 7일 기준 51만1918명으로 일주일 전인 3월 31일(47만6971명)보다 7.3%(3만4947명)나 증가했다. 급행역 이용객은 4월 7일 33만3827명으로 3월 31일(31만4176명)보다 6.3%(1만9651명)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혼잡난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승객 수는 계속 치솟고 있다.

9호선의 혼잡은 예견된 일이었다. 2014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혼잡도 상위 1~4위는 오전 7시 50분부터 오전 8시 20분까지 염창~당산, 당산~여의도, 노량진~동작, 여의도~노량진 구간이었다. 모두 9호선 급행열차 구간으로 네 구간의 혼잡도는 212%에서 237%에 달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하 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의 최진석 연구위원은 “혼잡도가 240%를 넘으면 탑승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일반적으로 혼잡도 150%에 맞춰 철도 운영 정책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숨 막히는 9호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먼저 2005년 실시한 승객 수요예측조사에서 오차가 컸다. 연구원은 9호선 수요예측을 2005, 2011년 두 차례 수행했다. 2005년 예측한 2014년 기준 승객 수요는 실제 수요의 63%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9호선 하루 이용객은 38만4423명인데 연구원 측은 24만588명으로 적게 추산한 것.



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수요예측은 민자사업임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실시했다”고 해명하면서도 “2011년 재실시한 연구에서는 2014년 실제 수요의 96%였다”고 밝혔다. 또 “2011년 당시 2단계 연장 구간 개통 시점의 차량 공급 수요는 총 186량(6량, 31편성)이 필요하다고 예측했지만 서울시가 차량을 적게 공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9호선은 연구원의 예측치인 186량보다 42량(23%)이 적은 144량만 운행하고 있다. 왜 열차 공급이 부족한 걸까.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교통계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9호선 민자사업 구조 개편에 매달리다 증차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9호선 운임 논란은 2009년 개통 당시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9호선은 급행열차 신설 및 토지 매입비 등으로 다른 지하철 노선보다 건설비가 많이 들었다. 또한 민간자본이 투자한 최초의 지하철이었다. 현대로템이 1대 주주(지분율 25%),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2대 주주(24.5%)로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밖에 현대건설, 포스코ICT, 중소기업은행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배당금에 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운임을 1450원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요금을 900원으로 못 박았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민자사업 구조 개편 논란이 인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 때부터다. 당시 재선을 앞둔 오 시장이 서울 강서권 출퇴근자들을 의식해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운임을 900원으로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빚더미 피하려다 ‘지옥철’ 된 9호선

2013년 10월 ‘서울메트로 9호선 사업 재구조화’에 따른 시 재정 절감 효과를 발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결국 9호선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1634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3년 3월 서울시에 ‘운영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540억 원을 지원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 세금이 기업 먹잇감이냐’는 여론도 들끓었다.

박원순 시장은 기업들이 9호선 운영에서 손을 떼게 하려고 2013년 10월 ‘9호선 사업 재구조화’를 실시했다. 기업들이 갖고 있던 9호선 주식을 매매한 것이다. 9호선 1단계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사업자 주주를 교체하고, 9호선 운임 결정권을 서울시로 이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로써 9호선의 1단계 구간 건설에 투자한 현대로템 등의 기업은 9호선 운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박 시장은 “재구조화를 실시함으로써 총 3조2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절약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추가 전동차 투입 2016년에나 가능

하지만 재구조화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필요한 차량 증가 신청이 늦어졌다. 서울시는 2013년 기획재정부에 전동차 추가 구매비 중 511억 원을 요청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도시철도 건설사업은 초기 차량 구매비의 4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는데, 9호선 2단계 사업에 투입될 전동차 68대 비용 1279억 원의 40%가 511억 원이었던 것.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운행 중 증차분은 초기 차량 구매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해 시와 기획재정부 사이 예산 공방이 오갔다. 뒤늦게 예산 마련에 나선 서울시는 추가 전동차 20량을 2016년 9월, 50량을 2017년 말에나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뒤늦게 달래는 모습이다. 먼저 차량을 보완하기 위해 인천공항철도 열차를 9호선 노선에 투입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실현은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광역도시철도과 관계자는 “공항철도와 9호선 열차가 기술적으로 판이하다”며 “솔직히 말해 실무자들은 거의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열차 전압이나 신호체계가 워낙 달라서 기술적으로 수정해도 투입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실효성도 없는 방안을 전시행정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는 3월 30일부터 출근시간(오전 6~9시)에 한해 가양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운행하는 무료 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월 30일 705명이던 승객은 4월 8일 1007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숨 막혀도 빠르게 가는 지하철이 낫다”며 지옥철을 견디고 있다. 선정릉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회사원 양모(30·남) 씨는 “버스를 탔다 지각해 상사의 눈초리를 받는 것보다 지옥철이 낫다. 숨 막히는 것이 급행의 대가라고 생각하며 꾹 참고 다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연구위원은 “증차는 내년 가을에나 될 전망이라 당장은 시민들의 희생이 요구된다”며 “승객들이 다른 노선을 택하거나 러시아워를 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빚더미 피하려다 수요예측을 잘못하고, 늑장 대응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떠안긴 9호선. 지옥철이라는 누명을 벗으려면 승객들은 앞으로 아침잠을 얼마나 포기해야 할까.



주간동아 2015.04.13 983호 (p54~55)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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