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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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위안이라도…” 기부행렬

국민들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 전하기 뜨겁고 뭉클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4-05-07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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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의 위안이라도…” 기부행렬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불세트를 기부했다.

    “지금 현재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성금모금은 저희 유가족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며 생활재난을 당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잃은 저희에게 성금은 국민에게 너무 죄송한 일임을 알려드립니다. 만약 이 사고로 안타까운 마음에 성금을 하신다면 투명한 방식으로 한 라인으로 구성하여 모금액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상 저희 유가족은 지금이라도 투명한 사고 진위 파악을 요청하며 동의하지 않은 성금모금을 당장 중지하여주시기 바랍니다.”

    4월 29일 세월호 사고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서 가운데 일부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려고 전국 곳곳에서 성금과 구호물품 지원이 쏟아지지만, 이를 바라보는 유가족의 복잡한 심경을 전하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 동참…추모 노래도

    이날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하자 일부 기부금품 모집단체들은 기부금품 사용에 관한 권한을 향후 전체 유가족대책위원회가 구성된 후 이들에게 위임할 계획이며, 현재 모금하는 기부금에 대한 우선 사용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기관에 등록한 기부금 모금에 대해선 법률이 정한 절차를 정확히 밟아 기부자들의 뜻을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 측에 전달할 예정이므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투명성 논란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국민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뭉클하다. 각계각층의 기부행렬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대표가 각각 5억씩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배우 전지현, 김보성, 박재민, 주상욱, 온주완, 박신애, 정일우, 하지원, 설경구·송윤아 부부, 가수 김종국, 미쓰에이 수지, 애프터스쿨의 유이, 2PM의 준호, 팝핀현준·박애리 부부, 래퍼 산이, 방송인 박경림, 개그맨 김병만, 드라마 작가 김은숙, 드라마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두산베어스 김대우 선수, SK 김광현 선수 등 수많은 이가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방송인 이휘재처럼 가족 명의로 성금을 기탁한 이들도 있다. 가수 김창완의 ‘노란리본’,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 등 희생자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노래가 발표돼 추모 마음을 대신하기도 했다. 기업과 단체의 기부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한 4월 29일 안전행정부(안행부)는 28일 현재까지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기부금을 모금하겠다고 등록한 사단법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국민일보,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사단법인 한국재난구호 등 5개 단체를 공개했다. 이들 단체는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기부금 모금을 위한 특별 계좌를 따로 마련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해피빈(happybean.naver.com), 다음의 희망해(hope.daum.net) 등을 통한 온라인 기부도 함께 받고 있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금 목표액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 안행부에 등록하고, 1000만 원 이상일 경우에는 모집 지역과 목적, 금품 종류, 목표액, 사용 방법 등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해 광역 시도에 등록하도록 정해져 있다. 법률에서 뜻하는 ‘기부금품의 모집’이란 서신과 광고, 그 밖의 방법으로 금품 출연을 권유하는 행위로, 기부금 모금 등록을 한 단체들은 반드시 공개된 장소에서 기부금품을 접수해야 하며 기부자에게는 원칙적으로 기부금영수증을 발부해야 한다. 또한 모집 결과와 사용 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할 경우 관계 서류와 장부를 관계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단, 자발적 기부나 물품 지원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도 초기의 자발적 기부활동이나 현금이 아닌 물품을 통한 지원, 연예인의 자발적 기부는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안행부 한 관계자는 “과거 일부 사례 때문에 국가적 재난이나 재해 등이 발생할 때마다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단체들이 그것을 함부로 유용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안행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품 모집과 관련된 사용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등록을 마친 단체의 경우 모집 금액과 사용 명세 등을 정리해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에 따르면 기부금품 모집 단체는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무적으로 결과를 게시하고, 회계감사를 받도록 돼 있다. 또한 감사 등을 통해 횡령이나 유용 등의 정황이 포착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며, 형법상으로도 횡령배임죄에 해당하므로 현실적으론 기부금품 횡령이나 유용이 공공연히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제도적 장치가 존재함에도 과거 국가적 재난 혹은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불거져 나왔던 기부금 횡령과 유용에 관한 국민의 불신을 쉽사리 불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2013년 회계감사를 통해 일부 직원의 횡령사실이 적발돼 해당 직원이 자살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었던 대한적십자사의 경우 2010년 회계감사에서 이미 비슷한 정황을 포착했음에도 당시 제대로 회계감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점이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2010년 회계감사 당시 내부 비리가 속속 밝혀지면서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이후 인사조치를 통해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한편 시민감시위원제도를 도입하고 홈페이지에 사이버신고센터를 신설하는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추가로 마련하기도 했다.

    기부금 영수증 처리 가능한 곳에

    “조금의 위안이라도…” 기부행렬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이 실종자 가족에게 지급할 구호품을 나르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홍선화 대외협력팀장은 “기부금을 투명하게 사용하려면 기부금품 모집 단체뿐 아니라 기부자의 책임감 있는 모습도 중요하다”면서 “기부할 때는 단돈 100원이라도 기부금 영수증 처리가 가능한 단체인지를 확인하고, 해당 단체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과거 기부금 집행 명세를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했는지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특별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할 경우 정부기관에 모집 등록을 한 단체는 따로 가상계좌를 개설해 모금한 금액을 전면 공개하고 사용처를 밝히게 돼 있다”며 해당 계좌의 개설 여부도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한편 구호물품의 접수를 담당하던 전남 진도군청 측은 4월 22일 구호물품 접수를 마감하고, 물품이 소진되거나 필요한 물품이 추가로 발생할 때 기존 기부 의사를 밝힌 기업과 개인을 중심으로 추가 기부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진도군청의 요청으로 구조자들과 희생자 가족에게 필요한 이불, 옷가지 등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던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측도 경기 파주와 경남 함양에 설치된 재해구호물류센터까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개인 물품지원을 당분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4월 27일 진도경찰서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가장해 구호물품을 빼돌린 혐의로 이모(39) 씨를 구속하는 등 구호물자의 난립과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관리조차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관계자들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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