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2014.05.07

위안화 밀물…금융시장 큰손 중국인

주식과 외환 중국 영향력 점점 증가…중·장기적으로 반갑지만 않은 미래

  •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cslee@lgeri.com

    입력2014-05-07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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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가, 환율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금융시장이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중국과 한국 금융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주가는 동반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경향이 늘어났다(그래프 1 참조). 두 나라 금융시장이 신흥시장에 속해 있다 보니 글로벌 충격이나 선진국의 경기 동향으로부터 동일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외부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중국 금융시장 변화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 상황과 연동 분위기

    먼저 주가를 보자. 글로벌 위기 이전(2002~2008년 6월)에는 중국 주가가 1% 변화할 경우 우리나라 주가 변화폭은 0.11%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변화폭이 위기 기간(2008년 7월~2010년 6월) 0.32%로 높아졌고, 이후(2010년 7월~2014년 3월)에도 0.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미국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위기 이전 미국 주가가 1% 변할 때 한국 주가 변화는 0.52%였지만 금융위기 기간에는 0.17%로 줄어든 것이다. 이후에는 다시 0.51%로 커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주식시장에만 한정하자면 미국 주가의 영향력이 여전히 가장 크지만, 중국 주가 변화가 우리나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커졌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이런 흐름은 외환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글로벌 안전통화인 스위스 프랑화를 기준통화로 놓고 원화 가치에 대한 미 달러화,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4대 주요 통화의 영향력을 추정하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달라진 모습이 금세 드러난다. 위기 이전에는 위안화가 1% 변동할 때 원화는 0.46% 변동해 달러화나 유로화의 영향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위기 기간에는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고정되다시피 하면서 원화와 위안화 간 연계성이 약화했지만, 위안화가 다시 유동화되기 시작한 2010년 6월 21일 이후 현재까지는 위안화의 영향력이 훨씬 높아졌다. 위안화의 1% 변화에 원화는 0.7% 정도 반응하는 것. 주가와 마찬가지로 환율에 대해서도 위기 이전에 비해 위안화의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진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위기 이후 미 달러화의 변화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엔화의 영향력은 위기 이전이나 이후 모두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2010년 이후 한국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해외 통화로 위안화가 자리를 굳혔다는 뜻이다.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진 것은 교역이나 투자 등 실물경제 면에서 한국 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것과 관련 깊다. 2000년 11%에 불과하던 대중 수출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 초반에 달했고, 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높아져 2013년에는 26.1%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액도 2002년 36억 달러에서 2013년 말 550억 달러로 늘었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 시장의 변화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다시 우리 경제에까지 파급되는 간접적 경로도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움직임이 중국 경제 상황 변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위안화 밀물…금융시장 큰손 중국인
    사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주로 실물요인에 기인해 금융요인과는 관련성이 높지 않다. 실물경제뿐 아니라 투자자금의 유출입으로 나타나는 한국과 미국, 유럽 금융시장 간 연계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중국 투자자금의 규모 자체가 아직 크지 않기 때문이다.

    3월 말 현재 중국 자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12.2조 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 95.1조 원의 12.9%를 차지한다. 단일 국가로는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이어 3위인 국내 채권 보유국이다. 중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8.7조 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 424.6조 원의 2%에 불과하다. 국내 채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중국계 자금의 유출입이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그래프 2 참조).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은 앞으로도 교역이나 투자 같은 실물요인을 고리로 한중 금융시장의 연계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등과 관련해 중국 경제의 급락 우려가 가시지 않는 등 중국 경제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니, 중국 경제지표에 따라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일희일비하는 일이 반복될 개연성도 높다.

    금융 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질 여지도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중국 투자자금 규모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 공적 부문에서 해외 투자 수요가 여전하다. 민간 해외 증권투자에 대한 제한조치도 점차 완화되고 있어 민간자금의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듯 해외 증권투자를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출입 빈도와 규모 커질 것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중국 투자자금이 증가한다면 이는 미국과 유럽계 위주인 외국인 투자자가 다변화한다는 뜻이다. 이들 자금이 미국, 유럽 투자자금의 빈번한 유출입이나 대규모 유출을 상쇄하는 완충 구실을 해주리라 기대할 수도 있다. 더욱이 중국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므로 당분간은 급격한 유출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도 적어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 자본이 한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나간다면 포트폴리오에서 우리나라 자산의 편입 비중이 적절한 수준에 이르는 시점이 올 것이다. 이 경우 중국 투자자금도 미국이나 유럽계 자금처럼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 변화에 따라 유출입 빈도와 규모가 점차 커질 수 있다. 자국 경제 상황이 악화하거나 충격이 발생했을 때 중국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투자자금을 급속히 회수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충격이 실물과 금융이라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한층 증폭될 수 있다. 반갑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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