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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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이나 무력개입 카드 뽑나

푸틴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나라…야누코비치 대통령 실각 5월 25일 대선

  • 유덕영 동아일보 기자 firedy@donga.com

    입력2014-03-03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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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우크라이나 무력개입 카드 뽑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과 야권의 권력 장악 등으로 정세가 급변하는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야권이 중심이 된 임시정부가 ‘친(親)러시아’에서 ‘친EU’로 기울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침묵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이대로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국가들을 모아 EU에 대응할 경제통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을 구성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에 가입을 종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관세동맹은 유라시아경제연합의 전 단계다. 우크라이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러시아 우방이다.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 중 인구 2위, 경제규모 3위인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않는 경제통합체는 반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러시아가 옛 소련권 최대 국가인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영향권을 이탈해 정치적, 외교적 손실이 생기는 것을 더 크게 우려한다고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원조를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권 내에 두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약속한 150억 달러(약 16조1000억 원) 원조를 구실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차로 3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사태가 터지자 2차(20억 달러) 지원은 미루고 있는 것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 이주 노동자들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무역 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등의 압박 수단 동원도 가능하다.



    군사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선택지 중 가장 위험한 카드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인접국 조지아 때문에 러시아의 이익이 위협받는다며 공격한 전력도 있다. 국제 사회도 이 점을 매우 우려한다.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군사 개입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러 크림 반도에선 독립 주장

    친러 성향 지역인 크림 반도에서 친EU를 선언한 임시정부에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되는 것도 러시아 무력 개입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세바스토폴 등 크림반도 곳곳에서는 며칠째 임시정부를 성토하고 러시아의 보호를 요청하는 집회가 열렸다. ‘분리독립’ 주장까지 나와 내전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 하원 대표단을 이끌고 크림 반도를 방문한 레이니트 슬루츠키 CIS 문제담당위원장은 “러시아어를 쓰는 우리 동포가 안전에 위협을 받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주민투표나 의회 결정으로 합병 요청이 들어오면 러시아는 이를 신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월 23일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방법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맞서 EU도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공세적으로 우크라이나 끌어안기에 나섰다. 엘마르 브록 유럽의회 외교위원장은 새 정부가 수립되면 200억 유로의 경제 지원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협력협정 체결에는 실패했지만 EU는 우크라이나를 역내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자 유혈 사태 책임자들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고 독일, 프랑스, 폴란드 외무부 장관을 키예프로 보내 정부와 야당 간 대화를 중재했다. 또 거국내각 구성과 헌법 개정,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실시 등 정치 개혁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EU와의 협력협정이 불발된 탓이 크다. 우크라이나가 협력협정 추진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의 반발과 구체화되는 경제 보복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우크라이나로서는 수출의 25%를 담당하는 최대 교역국 러시아의 경제 보복을 감당하기 어렵다. 미콜라 아자로프 당시 총리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유일하게 가능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의 경제 성장은 크게 둔화했다. 2011년 5.2%였던 성장률은 유로존 경제 위기가 찾아오고 러시아마저 경기가 나빠지면서 2012년 0.2%, 지난해엔 0.0%로 뚝 떨어졌다. 방만한 재정 집행으로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약 7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또 18개월 안에 갚아야 할 부채가 4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EU와 협력협정 체결을 추진하면서 기계 제작 및 조선 분야에서 러시아와 거래가 사실상 중단돼 3개월 동안 50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촉구하며 EU와 협력협정을 체결하면 사실상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러시아의 보복은 확실했지만 EU 등 서방 지원은 불확실했다. 우크라이나가 EU와 협력협정을 맺으면 옛 소련권 관세동맹 시장을 잃을 게 분명했지만 EU는 이 손실에 대한 보상에 소극적이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차관 지원 조건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에 등을 돌리기 어려웠다.

    러, 우크라이나 무력개입 카드 뽑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야누코비치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 논의를 중단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손잡은 데 항의하는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야권 지도자들 대선후보로 거론

    협력협정 체결을 무산시킨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7일 우크라이나에 통 큰 선물을 안겼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30% 이상 인하(1000㎥당 400달러에서 263달러로)하고, 국채 매입 방식으로 150억 달러의 대규모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어려움에 빠진 형제 국가를 돕기 위해서”라며 “우크라이나와 EU의 협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장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U와 협력협정이 불발되자 국민이 들끓었다.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마이단) 등에 수만 명이 모여 정부 결정에 항의했다. 지난해 12월 8일엔 최대 100만 명(시위대 추산)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2004년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을 탄생시킨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는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 요구로 이어지며 극한 충돌로 치달았다. 저격수까지 동원되면서 2월 18~20일 사망자가 100명 이상(야권 주장·정부 집계 77명) 발생했다. 이후 사태가 급변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키에프에서 달아났고, 야권이 권력을 장악했다. 우크라이나 최고회의는 야누코비치의 실각과 조기 대통령선거(대선)를 선포했다.

    임시정부 권력에 정통성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일단 우크라이나는 2월 25일부터 대선 일정에 돌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25일을 대선일로 정했다. 현재 대선후보로는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대표 비탈리 클리츠코 등 반정부시위를 이끌었던 야권 지도자 대부분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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