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3

2014.01.27

공유가치창출과 창조경제 ‘두 바퀴’

저성장시대 기업 자발적·사회적 책임 속에 성장동력 찾아야

  • 김정남 KPMG 기후변화·지속가능경영본부 실장 jungnamkim@kr.kpmg.com

    입력2014-01-27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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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가치창출과 창조경제 ‘두 바퀴’

    동아일보와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공동 주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이 2011년 12월 6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국내외 비즈니스 리더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기조연설 모습.

    저성장시대, 수익성은 낮아지는 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사회적 감시를 받으며 정보공개 압박,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기업은 저마다 재무성과와 사회적 책임의 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팍팍하다.

    이런 시점에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2011년 우리에게 던진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CSV)이라는 화두가 경영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며 2년 만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전담부서인 CSV 경영실을 만들어 민희경 부사장을 실장으로 두는 것은 물론, 지주사 임원과 각 계열사 대표로 구성된 ‘그룹 CSV 경영위원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CSV 경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CSV, CSR 대체 개념 아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과연 CSV를 통해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성과도 창출해 임직원, 정부, 고객, 주주, 경영자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먼저 CSV를 얘기할 때면 항상 듣는 질문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아직 CSV 개념을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CSR 시대는 가고 CSV 시대가 도래했다’ ‘CSR는 CSV의 일부이다’ 같은 말은 기존 CSR,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활동해온 기업 담당자와 전문가에게 혼란을 준다.



    실제로 CSR와 CSV는 대립되고 대체되는 관계인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에 대한 논란은 CSR에 대한 오해와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실무 업계나 학계에서는 CSR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혼용해 사용하며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 또 재무, 비재무 부문 모두를 포괄해 다루고, 관련 활동은 장기적으로 비용보다 이익이 클 것으로 가정한다. 즉 CSR는 기업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 활동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CSR 활동이 사회적 책임의 일부인 사회공헌에 머물러 진행되는 탓에 CSR가 일방적인 기부와 책임으로 인식돼 기업에게는 불편한 용어가 된 것으로 보인다.

    CSV는 ‘기업의 전문적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이익도 충족하는 전략’으로, 기업에게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경영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기존 CSR가 갖는 ‘사회적 책임을 통한 경제, 환경, 사회적 성과의 균형’과 다르지 않으며 모두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글로벌 CSV 컨설팅사 FSG(www.fsg.org)의 마크 크레이머 대표도 지난해 5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1회 공유가치 전문가 과정에서 CSV가 완전히 새롭거나 완성된 개념이 아니며 수정, 발전돼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존 개념과 대립 및 갈등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CSV와 CSR 두 개념은 대체되는 것이 아닌 상호 협력해야 하는 개념이다. 필자가 지난 10년간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을 해오며 기업에게 자문하고 함께 고민한 CSR는 사회공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제, 환경, 사회적 이슈 등 기업에 위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모든 부문이 포함된다. CSR와 CSV 모두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전략 방향이나 과제와 관련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3년 10월 열린 신경영 20주년 기념만찬에서 “우리가 이룬 큰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기대와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구실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국내외 투자자에게 삼성전자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숫자도 중요하지만 존경받는 회사가 돼야 한다. 산업에 대한 기여, 사회적 책임, 직원 만족 등 다양한 면에서 평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언급한 활동을 추진하는 데는 경영자에게 책임과 압력으로 인식되는 CSR보다 가치창출과 자발성에 기반을 둔 CSV가 거부감이 적을 수 있다. 적절하고 다양한 CSV 사례를 개발해 확대한다면 기업은 CSR 내재화를 좀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CSR 성과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무자도 CSV 성과분석을 통해 도출된 경제적 수익을 CSR 활동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인식하는 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기업 CSR 실무자들이 CSV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공유가치창출과 창조경제 ‘두 바퀴’
    CSV, 창조경제 실천 도구

    공유가치창출과 창조경제 ‘두 바퀴’

    2013년 12월 19일 CJ그룹 서울 남산 본사에서 KOICA와 CJ그룹이 베트남-인도네시아 CSV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영목 KOICA 이사장(왼족)과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

    CSV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며, 그 결과로 기업에 매출과 수익성 확대를 가져와 기업, 사회 모두에게 긍정적 결과를 안겨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CSV 사례로 인정받으려면 기업의 전문적 역량을 기반으로 추진하고, 관련 활동 전반에 대한 명확한 절차 정립과 성과 도출이 요구된다. 특히 주의할 점은 CSV에서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는 ‘그림’에서와 같이 고객 가치와 별도로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가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기업이 실행한 고객 가치 창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가능성을 보이는 활동과는 구별된다.

    그런데 CSV는 완성된 개념이 아니라 사례 개발을 통해 발전하는 것인 만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다음 3가지 CSV 실천방안을 제시하며 이해를 돕는다.

    첫째, 제품, 서비스, 시장을 재인식하는 활동이다. 기존에 고객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소비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갖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가치와 함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대표적 사례가 톰슨로이터가 인도 농부들에게 제공한 기상정보 서비스다. 이는 인도 저소득 농민의 여건과 경제적 수준에 맞는 저렴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연 5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서비스에 진출한 사례다.

    둘째, 가치사슬 내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우리가 저탄소 녹색경영으로 추진해온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저감, 자원 재활용 제고와 폐기물 저감, 용수 사용량 절감과 폐수 저감 활동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작업 여건 개선, 협력사 지원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 관련 부분도 포함된다. 국내 사업장이나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개도국) 사업장에서 비교적 적용이 쉬운 분야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기업의 전문 역량을 활용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기존 CSR, 환경경영 활동과 구분되는 부분이다.

    공유가치창출과 창조경제 ‘두 바퀴’

    말레이시아공항공사와 ‘Clean Air Zone 제품지원 협약식’을 가진 코웨이. 2011년 4월 5일 박재영 코웨이 현지법인장(왼쪽)과 탄스리 바시르 아메드 말레이시아공항공사 사장이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셋째, 외부적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방안이다. 코웨이 말레이시아 법인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표 참조). 국내 기업이 처음 진출한 해외 지역에서는 판매망이나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경쟁이 쉽지 않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 이러한 어려움이 크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 진출 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사가 강점을 보여온 코디네이터에 주목했다. 단순히 코디네이터를 채용하는 전략이 아니라 여성 실업과 편모 문제에 따른 빈부격차를 인식하고 생계가 곤란한 중·하층 여성을 코디네이터로 채용하면서 자기계발 기회를 준 것이다. 이런 전략은 여성 실업 문제 해소와 지역사회 고용활성화에 기여했고, 결국 판매망이 늘어나 매출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는 CSV 방안의 한 사례다.

    올바른 사례 개발 시급

    이렇듯 CSV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기업이 자발적,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CSR 내재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사회와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를 개발하는 일은 창조경제 실행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CSV는 완성된 개념이라기보다 계속 발전하고 그 근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끄는 이슈다.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인터넷 강연 사이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펼친 토론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다.

    공유가치창출과 창조경제 ‘두 바퀴’
    포터 교수는 TED에서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으며 사회, 시장과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저성장시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기업 처지에선 모든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며 그 속에서 수익 창출과 연계해야 한다는 절박함일 수도 있다.

    반면 샌델 교수는 “사회에서 돈과 시장의 구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있는 시장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사회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즉 기업의 시장논리가 모든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기보다 제한돼야 하는 범위가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CSV가 사회적 관심에 부응하고 CSR를 내재화하면서 창조경제 실현에 도움을 주려면 올바른 사례 개발이 시급하다. 자칫 CSV가 시작은 거창했지만 전통적 기부와 봉사활동 중심의 사회공헌에 머물거나, 겉으로만 그럴듯한 CSR이나 CSV에 이용(CSR·CSV washing)된다면 채 꽃이 피기도 전 시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CSV가 줄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단기적 성과와 시각에 매몰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Tip

    CSR |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이 영리활동뿐 아니라 사회 전체 이익까지 추구하며 환경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에 기울이는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CSV | 공유가치창출. 기업의 전문적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이익도 충족하는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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