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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단풍? 가을 치질 경계령

알고 보면 국민 60~70%가 환자…배변 5분 이내, 비데·물휴지 사용 권고

  • 최영철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3-10-28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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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 단풍? 가을 치질 경계령
    가을색이 완연하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커지면서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기 쉽지만 항문 쪽 질환, 즉 치질 환자도 급증한다. 치질은 혈관장애의 일종인 까닭에 항문이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와 근육이 수축하고 이는 모세혈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숨어 있던 치질 증상이 새롭게 발견되거나 악화된다.

    치질은 항문 정맥의 혈압이 상승하면서 모세혈관이 부풀어 올라 생기는 질환으로, 흔히 ‘항문의 고혈압’이라고도 한다. 치질은 국민의 60~70%가 앓을 만큼 흔하지만 은밀하고 더러운 부위에 생기는 질환이라 주변 사람이 잘 알지 못할 따름이다. 치질은 보통 치핵, 치루, 치열을 묶어서 하는 말이지만, 치핵이 가장 많아 치핵과 치질을 같은 말처럼 쓴다.

    치핵은 항문관의 점막하 조직이 복압 상승과 변 찌꺼기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압박받아 주변 조직에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이 덩어리에 상처가 나 출혈이 생기거나 밑으로 내려와 항문 밖으로 삐져나오는 질환이다. 일단 치핵이 생기면 항문에 출혈, 통증, 가려움증, 부풀어 오름, 삐져나옴 같은 증상이 가장 흔하게 생긴다. 사람에 따라서는 배변습관에 변화가 오기도 한다.

    치핵은 증상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눈다. 배변 시 출혈만 있으면 초기 단계고, 안쪽 점막이 밖으로 밀려나왔다 다시 들어가면(환자는 못 느낄 수 있음) 2기, 항문 안쪽 점막이 바깥쪽으로 밀려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경우는 3기, 치핵이 돌출돼 손으로 밀어 넣어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단계가 말기인 4기이다. 2기부터는 반드시 수술로 점막을 제거해 치질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주변 사람이 모르는 ‘항문의 고혈압’



    20~40대 젊은 여성의 경우 불규칙한 식습관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만성변비, 임신으로 인한 자궁 크기 변화, 출산 당시 압력 등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임신과 출산,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도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스마트폰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배변습관과 운동량 저하도 한 원인이다.

    남성의 경우 치질 증상이 2가지 이상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치핵 환자가 많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항문선이 깊고 괄약근이 튼튼해 치질에 걸릴 가능성은 적은 대신, 배변 후 남은 오물이 세균감염을 일으켜 고름집을 만드는 치루에 걸리기 쉽다. 또한 잦은 알코올 섭취는 항문 내 혈관을 자극하고 부풀려 치루와 치핵이 함께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화장실에만 가면 20~30분씩 죽치고 있는 사람은 특히 치질을 조심해야 한다. 신문을 들고 들어가 하루 뉴스를 다 보고 나오는 이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에는 변기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카카오톡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항문에 지속적이고 강한 힘이 계속 가해지면 결국 치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임신 전이나 출산 후 여성이라면 특히 치질을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치질 증상이 있는 환자 대부분이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돌출돼 걸을 때나 앉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단계가 돼서야 병·의원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좌욕, 생활 치료, 약물 투여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단계로, 수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항문에 통증, 가려움증, 부풀어 오름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야 수술하지 않고 치질을 치료할 수 있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횟수가 잦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혈변은 대장염과 대장암의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단풍? 가을 치질 경계령
    치질 기운이 있다고 생각되면 일단 물과 섬유질, 유산균 등 변비를 줄여주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매일 2~3차례 각 5~10분씩 온수 좌욕을 통해 항문 주변 혈관의 혈액순환을 도와줘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기르고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을 5분 이내로 조절한다. 만약 치질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임신을 계획할 때 미리 병·의원을 찾아 약물치료나 수술을 통해 치질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비데 사용도 권장한다. 항문 주위에는 잔주름이 있는데, 이 주름 속에 남은 변 찌꺼기가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의 온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데가 없다면 배변 후 따뜻한 물로 아랫도리를 정갈하게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데 또는 샤워기를 사용할 때는 항문에 강한 자극이 갈 정도의 물 세기나 뜨거운 물은 오히려 염증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삼간다.

    초기 치질 환자 또는 치질을 예방하고 싶은 사람은 이렇듯 섭생과 생활 태도만 조금 바꿔도 치질을 치료하거나 미리 막을 수 있다. 치질 기운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직장 정맥에 압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소를 회피하는 게 상책이다. 변비를 유발하는 생활습관은 물론, 웅크린 자세로 오래 앉아 있기, 오래 서 있기 등을 피하고 설사가 잦고 비만하다면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제거해야 한다.

    만약 음주를 피할 수 없다면 주 1회 정도로 줄이고 연거푸 이틀씩 과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과음은 정맥 혈관을 터뜨리는 주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치질을 예방하는 운동 방법도 있다. 앉아 있을 때 항문에 힘을 줬다 뺐다를 반복하는 케겔운동이 그것으로, 남성의 경우 항문 질환과 전립선 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여성은 요실금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요법 효과 없으면 수술이 최선책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강원경 교수는 “그 어떤 경우에도 변기에 10분 이상 앉아 있거나 항문에 과도하게 힘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런 습관은 치질 외에도 직장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직장류, 괄약근이 빠져나오는 탈항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치질을 방치할 경우 출혈이 지속돼 빈혈이 올 수 있으며 탈항이 심하면 장 절제를 해야 될 정도로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후 수술을 받으면 통증이 더 심할 뿐 아니라, 항문 협착 등이 올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한다.

    약물요법이나 생활요법으로 치질이 치료되지 않고 더 심해진다면 방법은 수술밖에 없다. 출혈만 있고 별다른 증상이 없는 1도 치질의 경우에는 좌욕, 식이요법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치핵 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2도 이상의 치질은 치핵 조직을 근본적으로 잘라주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강 교수는 “수술 후에도 변비를 예방할 수 있는 식습관, 항문에 압력을 주지 않는 생활습관, 변기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정확한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배변습관 등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항문 주위는 항상 따뜻한 물로 청결하게 해야 하며 향이 나지 않는 비누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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