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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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식만 죽 쑤는데 환장하겠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파마 “종목 고른 투자자 시장수익률 뛰어넘지 못해”

  • 강상규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M 소장 mts9kang3@mt.co.kr

    입력2013-10-28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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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주식만 죽 쑤는데 환장하겠네

    10월 15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20.69포인트(1.02%) 오른 2040.96으로 마감함으로써 연중 최고치 기록을 넘어섰다.

    “지수(index)는 오르는데 왜 내 종목은 떨어지나.”

    10월 18일 한국 코스피지수(KOSPI)는 지난 2년 2개월간 갇혀 있던 박스권을 뚫고 2052.40으로 상승 마감했다. 미국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 500 index)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Russell 2000 index)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듯 주식시장이 오른다고 해서 주식투자자 모두가 웃는 건 아니다. 주식시장 전체를 나타내는 지수는 오르는데, 자신이 투자한 종목은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울상 짓는 개인투자자도 즐비하다. 이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걸 누가 알랴.

    ‘행운 대 기술’의 대결

    이에 대해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유진 파마 시카고대 재무학 교수는, 특정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투자는 시장 전체 움직임을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일갈한다.



    그는 2010년 오랜 연구 동료인 케네스 프렌치 다트머스대 교수와 함께 1984년부터 2006년까지 20년이 넘는 방대한 기간에 액티브 주식투자를 한 뮤추얼펀드의 성과를 분석하고 그 연구결과를 재무학계 최고 학술지 ‘저널 오브 파이낸스(Journal of Finance)’에 발표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연구논문의 제목이 ‘행운 대 기술’이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소위 ‘투자할 만한 종목’을 골라 가장 적정한 타이밍에 주식을 사고팔면서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도모한다. 따라서 많은 리서치 비용과 복잡한 투자 기법이 요구된다. 이에 반해 패시브 펀드는 시장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게 만들었기에 이러한 비용이 거의 수반되지 않고 항상 시장수익률과 동일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자 사이에선 많은 리서치 인력과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포진한 액티브 펀드 또는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투자가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믿음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파마 교수와 프렌치 교수의 최근 연구결과는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투자자는 지수 변동을 따라가는 시장수익률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액티브 주식투자에 수반되는 제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

    내 주식만 죽 쑤는데 환장하겠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펀드회사이자 인덱스 펀드를 전문으로 운용하는 미국 뱅가드가 2003년 9월 24일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물론 아주 가끔 특정 종목 투자로 대박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구논문 제목처럼 ‘행운(luck)’일 뿐 ‘기술(skill)’은 아니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연거푸 대박을 내는 종목을 고르는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비슷한 연구결과는 인덱스 펀드로 유명한 뱅가드의 2009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뱅가드는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주식시장이 10% 이상 하락한 시기 액티브 주식펀드의 성과를 조사했는데, 액티브 펀드의 성과는 하락장(bear market)이든 상승장(bull market)이든 상관없이 특별한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액티브 펀드매니저가 소위 ‘되는 종목’ 선정이나 적절한 마켓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특정 연도의 하락장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액티브 펀드매니저라 할지라도 다음번 하락장에선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거두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특정 연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행운’ 때문이지 펀드매니저의 ‘실력’ 때문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액티브 투자 아닌 패시브 투자해야

    ‘루저의 게임에서 이기기(Winning the Loser’s Game)’라는 투자 지침서를 집필한 찰스 엘리스의 조사에 따르면, 주식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1989년부터 2008년까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의 약 85%가 시장 전체를 따라가는 시장수익률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왔다.

    엘리스의 연구결과를 보면 모든 액티브 펀드매니저가 ‘루저(loser)’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소수의 뛰어난 액티브 펀드매니저가 존재해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월등한 성적을 내는 게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약 15%에 달하는 스타 펀드매니저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15%에 속하는 ‘위너(winner)’를 미리 파악할 수만 있다면 이들에게 돈을 맡겨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스타 펀드매니저를 미리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과거에 좋은 성적을 낸 펀드매니저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과거에 저조한 성적을 보인 액티브 펀드매니저는 미래에도 계속 열등한 성과를 낼 개연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따라서 엘리스는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투자보단 그냥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를 하라고 권고한다.

    한편, 종목 선정과 마켓 타이밍이 정말 뛰어나다는 헤지펀드는 어떨까. 파마 교수는 헤지펀드를 무척 싫어하는데, 심지어 헤지펀드를 “투자자를 속여 돈을 빼앗고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는 아주 나쁜 것”(‘블룸버그 웰스 매니저’, 2002)으로 치부할 정도다. 많은 재무학 연구논문은 헤지펀드가 투자자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머니게임에서 프로를 이기려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역설인 셈이다.

    파마 교수는 개미투자자들이 또다시 “지수는 오르는데 왜 내 종목은 떨어지나”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면, 얼른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 방식을 버리고 시장 전체를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로 갈아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만약 운 좋게도 특정 종목으로 대박을 낸 경우에도, 절대 우쭐하지 말고 얼른 패시브 투자로 바꾸라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다음번엔 액티브 투자로 대박이 아닌, 깡통을 찰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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