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9

2013.08.05

대박 or 쪽박, ‘날씨’에게 물어봐!

기업들 기후변화 리스크 주요 경영 변수로 관리 ‘발등의 불’

  • 박환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hipark@seri.org

    입력2013-08-05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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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or 쪽박, ‘날씨’에게 물어봐!

    5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후변화 방재산업전.

    요즘은 날씨 이야기가 언론의 주요 기사가 되고, 많은 사람에게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한 행사를 앞둔 때만 관심을 받던 날씨가 이제는 항상 눈여겨봐야 할 정도로 일상생활과 기업경영 활동에서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 더워진 여름, 더 추워진 겨울, 폭우·폭설·가뭄 등 변덕스러운 날씨, 그리고 이상기후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그로 인해 기업, 개인,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영향을 받는 실정이다. 날씨 때문에 발생하는 기후위험은 개인의 일상생활과 건강까지 위협한다. 또 기업 처지에게는 다양한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됐다. 각국 정부는 기후위험 때문에 재해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형편이다.

    장기적 위협에서 현실적 위협으로

    일반적으로 기후변화는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온난화로 이해된다. 그러나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기후변화를 온난화와 기후변동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기후변동성은 기온, 강수량 등 기상요인이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의미하는데, 요즘처럼 무더위, 혹한, 폭우, 가뭄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기온과 강수량 변화폭이 커지는 것을 ‘기후변동성이 확대된다’고 표현한다.

    1991~2012년 서울 평균기온 자료를 분석해봤다. 최근 3년간 평균기온은 평년기온(1971~2000년 평균)에 수렴되지만, 기온변동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평균기온 상승을 의미하는 온난화는 주춤하지만, 기온변동성이 커지면서 기후변화 위협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위협으로 인식되던 기후변화가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기후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의 일상생활, 기업의 경영활동, 정부의 위기관리체계도 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후위험은 특히 기업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업은 다른 경제 주체에 비해 기후위험에 더 취약한 편이다. 기후변동성은 정부와 개인, 기업 각각에게 1차적으로 피해를 발생시키고, 그에 대한 대응책인 정부 정책이나 법안 설계 및 변화, 개인의 소비취향 변화가 기업에게 2차 피해를 준다. 즉 기업은 기후위험에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업의 대응은 크게 두 방향으로 전개할 수 있는데, 첫째 전사 차원의 경영 시스템 재정비, 둘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의 활용 등이다.

    경영 시스템 재정비를 위해서는 기후위험을 주요 경영 변수로 관리하고, 기존 사업의 가치사슬을 전반적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일상화되는 기후변동성 확대를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고, 전사 전략 및 운영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변동성과 지구온난화가 영업, 공급망, 시장 등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계량화해 관리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너럴 모터스(GM)는 53개국 글로벌 사업장의 기후변동 취약성을 수치화한 취약성 지도를 작성해 활용한다. GM뿐 아니라, 기존의 전사적 리스크 관리체계에 기후변동성 확대를 핵심 리스크에 포함하고, 기후변화 전담조직을 구성해 소임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다. 화학기업 듀폰은 기후변화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최고경영자(CEO)가 최고환경에너지관리자를 의미하는 CNO(Chief Environment · Energy Office)도 같이 맡는다.

    두 번째로 생산, 공장입지, 물류, 판매 등 기존 사업의 가치사슬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원자재 부족 등에 대응하려고 생산 효율화뿐 아니라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는 생산방식을 개발하는 기업도 늘었다.

    세계 1위 맥주기업 앤호이저부시 인베브는 ‘최소의 물로 더 많은 맥주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수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10년간 250억 캔 분량의 물을 절약했는데, 이는 올림픽 수영장 규모의 풀을 4500개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공장입지 선정 시 기후위험 발생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업도 있다. 코카콜라는 보틀링 공장입지 선정 시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확보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일본 전자업체들은 2011년 태국 홍수에 따른 침수피해 이후 인도네시아 등을 생산 집적단지에 추가하는 ‘태국+1’ 체계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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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사업 가치사슬 고도화

    기상정보를 제품 수요 전망에 반영하는 기업도 있다. 일본 다이킨공업은 판매현황과 기후정보를 공정에 실시간 반영해 생산 대기시간을 1개월에서 3일로 단축했다. 이와 같은 생산 및 판매방식 개선으로 일본 내 에어컨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은 기후위험을 핵심 변수로 관리하고 기존 사업의 가치사슬을 고도화함으로써 기후위험에 대응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주목해야 할 사업 분야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후변화 위협이 고조되면서 날씨와 관련된 5대 분야가 유망 사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 분야들은 현재 시장 규모가 작거나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거나 기존 기술을 기후환경 분야에 접목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첫째, 기상정보 서비스는 지금까지의 단순 기상 관측과 예측 서비스에서 다양한 산업 활동, 기업경영, 재해 방지 등을 위한 컨설팅이나 방재 서비스 등으로 사업 분야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웨더뉴스는 세계 1위 기상정보 전문기업이다. 초기에는 해운 관련 기상정보만 제공했으나 점차 항공, 육상 등 전 분야로 넓혀가고 있으며 지진 예측 서비스도 제공한다. 관측 장비뿐 아니라 5명 이상이 직접 관측한 정보를 통합해 더 정확한 기상정보를 전달하며, 이런 높은 예측력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매년 13%씩 성장해 2012년 매출 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둘째, 기상방재장비 분야 역시 정보통신기술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기상관측과 방재장비가 기존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관측장비 세계 1위 기업인 핀란드 바이살라는 140여 개국에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상관측장비를 공급한다. 각국 기상청과 공항에 기상장비를 공급하는 것 외에도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정밀산업에 습도측정기 같은 기상측정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올린다.

    셋째, 원자재 및 재무위험관리는 기후변동성 확대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재보험 기업인 스위스 리는 식량문제와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후적응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가뭄으로 인한 식량생산 감소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의 기후위험지수와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 및 보급한다. 또 스위스 리는 중국 메이옌 수력발전소와 함께 강수량 부족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강수량 지수기반 보험상품을 개발했는데, 2012년 올해의 날씨위험관리 사례로 선정될 만큼 주목받았다. 더욱이 빠르게 증가하는 아시아 인프라를 고려할 경우 향후 날씨위험관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박 or 쪽박, ‘날씨’에게 물어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2011년 7월 시간당 100mm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우면산.

    넷째, 질병관리서비스 분야에서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질병 가능성 예측, 바이오기술에 기반을 둔 질병확산방지 서비스가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008년부터 빅 데이터를 활용한 독감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곤충을 개발해 질병 확산을 억제하는 영국 옥시텍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09년 옥시텍은 매개체를 역이용한 확산억제기술로 모기 증식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케이맨 제도와 카리브 해에서 유전자변형 모기 300만 마리를 방출해 그 지역의 뎅기열 전염 모기 개체 수를 80%나 감소시켰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기술인 수처리 및 전력저장 분야가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는 심각한 물 부족과 피크전력 수요를 초래할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수담수화 및 전력저장 기술이 부각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하이플럭스, 일본 NGK 등이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특히 하이플럭스는 오염물질을 분리해낼 수 있는 미세공을 가진 막을 이용해 기존 방식보다 효과가 뛰어난 수처리 기술을 지녀 해수담수화 기업 글로벌 8위에 올랐다.

    쾌적한 환경 누리려면 대가 지불해야

    이제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에 가까이 와 있는 현실적인 위험이다. 기후변화 위협이 커짐에 따라 편안하고 쾌적한 기후환경을 누리는 것이 더는 공짜가 아닌,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모든 주체가 기후변동성과 지구온난화에 적응하고 위험을 완화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기후환경은 공공재적 특성이 강하므로 민간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려면 정부의 주도적 구실이 중요하다. 정부 투자 및 지원정책과 함께 한국 기업이 보유한 제조경쟁력, 정보기술(IT), 빠른 사업 추진력 같은 강점을 활용해 기후 관련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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