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4

2013.07.01

‘동물의 왕국’ 나미비아엔 힘바족과 야생이 산다

원시자연 속으로 ‘사파리 투어’ 경이로운 생명 체험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naver.com

    입력2013-07-01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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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의 왕국’ 나미비아엔 힘바족과 야생이 산다

    1 사막에 핀 선인장과 식물을 관찰하는 모습. 2 아침이면 그날 행선지와 주의사항을 가이드로부터 듣는다. 3 나미비아의 사자가족.

    아프리카는 우리 인류가 시작된 어머니의 땅이자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거대한 대륙이다. 열악한 자연환경에서 수많은 야생동물과 원주민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동물의 왕국 나미비아는 모든 것이 뜨겁게 살아 있다. 강렬한 햇빛, 생존경쟁에 나선 동물, 아름다운 열대식물, 초원을 달리는 치타와 누 무리의 행렬이 원시의 자연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원주민의 풋풋한 인정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에서 그동안 말로만 듣던 사파리를 여러 번 체험해보니 감동적이었다. 사파리는 BC 1500년 전후 중국 왕이나 귀족이 자기 정원에서 야생동물을 기르던 것에서 기원했다. 처음 아프리카를 찾은 유럽인들은 코끼리, 표범, 사자, 코뿔소 같은 야생동물을 사냥했다. 이후 사냥보다 동물 생태를 관찰하는 사파리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총 대신 망원경이나 카메라를 들고 움막 또는 안전한 차량 안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한다.

    사자, 표범 같은 맹수류는 사파리 차량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차량에서 내리면 위험해진다. 맹수는 사람이 탄 차량을 한 덩어리로 봐서 자신보다 센 동물로 여기고 덤비지 않지만, 차량보다 작은 사람이 오가면 먹이로 생각하고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린 후 갑자기 만난 사자가 자기 쪽으로 달려오면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출 듯 긴장된다. 곳곳에 숨은 맹독성 뱀도 위험하다. 이 때문에 사파리 투어 도중 차에서 내리는 일은 금지사항이다. 다만 가이드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지역에선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 허락된다.

    한 달 동안 오버랜드 여행을 하면서 참으로 진기한 것을 많이 보고 느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텐트 밑으로 빗물이 스며들 때는 마치 호수 위에 떠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밤에 호젓이 텐트 밖으로 나갈 때는 야행성 맹수와 독사를 조심해야 했다. 텐트에서 자노라면 한밤중에 야생동물이 지나가는 미세한 소리까지 들린다. 당연히 긴장감이 감돈다. 이른 새벽 붉게 물든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면서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듯한 이번 여행이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나미비아 사막의 신비



    ‘동물의 왕국’ 나미비아엔 힘바족과 야생이 산다

    4 야생 치타와 사파리 투어.

    국경을 넘어 보츠와나에서 나미비아로 입국했다. 일행은 트럭에서 모두 내려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친 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나미비아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나라로, 희귀한 야생동물이 많이 살아 관광객이나 학자가 많이 찾는다. 사막이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데 크게 나미브 사막, 중앙고원, 칼라하리 사막으로 나뉜다. 그중 나미브 사막은 바위가 많고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불모지로 생물이 살기에 부적합하다. 대서양 해안을 따라 1900km나 길게 이어졌다.

    이곳 사막은 대륙성 열대기후로 매우 건조하다. 생물이 도저히 살 수 없으리라 느껴지지만, 실제로 가서 관찰하면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웰위치아는 언뜻 보면 풀 같지만 실제로는 평균수명이 500년 이상 되는 나무다. 땅에 길게 자리해 수분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려 하는데, 몸체는 대부분 땅속에 파묻히며 암수딴그루다. 한낮이면 지표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가는 불모의 사막이지만 이곳에서 수백 년 동안 사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식물도 있다. 또한 등에 맺힌 이슬을 목덜미까지 굴려서 마시는 딱정벌레와 도마뱀, 물을 주면 오므린 꽃잎을 벌리는 식물 등 생태계는 신비롭기만 하다. 또한 태양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채감이 무척 아름다운 사막이기도 하다. 절묘한 각도로 휘어진 사막 모습도 경이롭다.

    나미비아 원주민인 힘바족은 옛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반유목민이다. 현지에서 힘바 또는 ‘붉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양을 치며 사는 유목민이었고, 오늘날에도 전통의상과 생활양식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힘바족 마을로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캠프장인 팜웨그에서 북쪽 카오콜랜드를 향해 270km나 되는 먼 거리를 사륜구동 차량으로 달려야 했다.

    힘바족은 대부분 마른 편인데, 여자들은 붉은 머리를 길게 땋아 늘어뜨린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 부족 여자와 아이는 철 또는 조가비로 만든 목걸이, 팔찌 등 독특한 모양의 장신구로 멋을 내며,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기념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예부터 힘바족은 몸에 진흙과 기름을 발라 사막의 거친 기후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힘바족이 사는 주택은 원뿔 모양으로, 진흙과 가축 배설물을 벽에 발라 건조시켜 만들었다. 이들은 가축을 위한 목초지를 찾아 1년에 몇 차례씩 이동한다.

    이른 아침 힘바족 마을로 향하는 길에 광활한 대지가 나타나고, 타조와 스프링복 같은 동물이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 저 멀리 얼룩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도 펼쳐진다. 험난한 산길을 오르고 확 트인 초원도 달리면서 오후에 힘바족 마을에 도착했는데, 마을 바깥쪽으로 울타리가 쳐 있고 내부에는 움집 여러 채가 자리했다. 힘바족은 4~5가구가 모여 사는데, 주로 먹는 것은 고기와 우유, 옥수수다. 움집 내부에는 이렇다 할 생활용품은 없었고, 나무상자 몇 개와 주둥이가 좁은 우유통이 있었다.

    치타파크에서 비명 소리

    ‘동물의 왕국’ 나미비아엔 힘바족과 야생이 산다

    5 힘바족 여자들의 독특한 머리 모양. 6 힘바족 집 내부.

    움집 안에 있던 한 힘바족 여자가 마을에서 50여km 떨어진 곳에서 채취한 붉은색 돌을 빻은 뒤 우유 지방과 함께 섞어 만든 가루를 몸에 바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힘바족 여자는 염소가죽으로 만든 짧은 치마로 아래는 가렸지만, 유방은 그대로 드러낸 상태였다. 아주 어려 보이는 소녀도 실제로는 남편이 있었는데, 힘바족은 전통적으로 어린이도 결혼할 수 있다고 한다. 남편과 잠자리는 초경 후에 하며, 일부다처제인 관계로 힘바족 마을에선 한 남자가 아내 여러 명을 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나 양 같은 가축을 5마리 정도 주면 아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이 있는 힘바족 남자는 아내가 여러 명이라고 한다.

    치타는 몸집은 작지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지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육식성 동물이다. 최고속도가 시속 112km나 돼 웬만한 동물을 다 추월하지만 오래 뛰지 못하고 주로 단독사냥을 한다. 맹수치곤 작은 편이라 표범이나 하이에나 같은 동물에게 밀리는 편이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치타를 많이 보는 행운이 따랐다.

    나미비아에 있는 치타파크를 방문하면 아프리카에선 보기 힘든 치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눈을 오랫동안 응시하지 말고, 꼬리는 만지지 마세요. 빠르게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면 안 되고, 가방이나 물건을 바닥에 놓지 마세요. 그러면 모두 안전할 겁니다.” 치타파크를 운영하는 넬 씨가 우리 일행에게 당부한 말이다. 이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민첩하게 생긴 몸매에 동그란 점들이 온몸을 수놓은 치타들이 나타났다. 사람을 보면 그대로 달려와 해칠 것만 같은데, 이곳 치타는 의외로 얌전하다. 여자들 사이로 치타가 다가가니 신음소리와 비명소리가 교차한다.

    농장 가축을 해치는 치타를 총으로 사살하는 일이 번번해지자, 뜻있는 일부 주민이 울타리 안에 치타를 넣고 기르면서 치타파크가 문을 열었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내는 입장료로 치타파크를 운영해나간다고 한다. 현재 치타파크에는 새끼 때부터 애완동물처럼 키워온 치타 3마리와 야성이 살아 있는 포획된 26마리가 산다. 저녁 무렵 트럭 2대에 나눠 타고 철제로 된 담을 넘어 야생 치타가 사는 곳으로 갔다. 이곳 치타들은 사람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바짝 긴장해야 한다. 트럭 주위로 몰려든 20마리 넘는 치타에게 고기를 던지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툼을 벌인다. 길게 자란 수풀 사이로 은밀히 움직이는 치타를 보니 살아 있는 야성이 절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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