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3

2012.09.03

“법률시장 개방 환영 국내 로펌 경쟁력 충분”

법무법인 화우 윤호일 대표변호사

  • 김민지 인턴기자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kimminzi4@naver.com

    입력2012-09-03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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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시장 개방 환영 국내 로펌 경쟁력 충분”
    국내 5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법무법인 화우의 윤호일(69·사진) 대표변호사는 판사를 거쳐 세계 1위 로펌인 미국 베이커 앤드 매켄지(Baker · Mckenzie)에서 10년간 파트너 변호사로 일했다. 공정거래법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한다. 아시아경쟁연합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한 윤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법률시장 개방은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 토종 로펌에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법률시장 개방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국내 로펌과 해외 로펌 간 경쟁, 협력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문화가 발전하리라고 본다. 기업, 개인, 국가 등 소비자 처지에서는 로펌이나 변호사 선택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가 정착하는 기회가 되리라 전망한다.”

    ▼ 기업이나 개인이 지불해야 할 법률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법률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낮아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로펌 간 서비스 질 경쟁이 심해지면서 로펌은 그만큼 보상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 법률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소송만능주의 현상이 생길 우려도 있는데.

    “그럴 개연성도 있다. 법 지배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소송도 늘어날 것이다. 정부, 기업, 개인의 법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좀 더 법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 외국 로펌이 지식재산권 관련 분야, 집단소송이나 인수합병(M·A)과 관련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리라는 분석도 있다. 현실화한다면 기업과 사회에 그만큼 부담이 될 텐데.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미국처럼 집단소송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징벌적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집단소송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를 몇 년 전부터 도입했지만, 실제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는 별로 없다. 또 집단소송을 하는 문화도 아니다. 우리나라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이 아직은 작은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것도 분명히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 시장 뺏길 수 있다

    ▼ 국내 로펌이 시장을 뺏길 수도 있는데.

    “한국법과 관련한 부분은 지금까지 한국 로펌이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외국에 가서 하는 일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소송을 벌일 경우 미국 현지 로펌끼리 경쟁이 너무 심해 우리가 따라갈 수 없다. 우리가 직접 하는 것보다 외국 로펌과 협력해 서비스를 함께 하는 것이 낫다. 앞으로도 한국 로펌은 한국 일을, 미국 로펌은 미국 일을 주로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법률시장을 개방해도 지금이나 앞으로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 로펌과 한국 로펌의 실력 차가 크고 서비스 질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면, 소비자도 좀 더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받으려고 외국 로펌을 찾을 것이다. 우리 로펌도 이제 글로벌 로펌이 되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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