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원호 정치풍자소설

레임덕은 없다

7회 국가정립

레임덕은 없다

레임덕은 없다
서울역 대합실의 대형 TV 앞에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있다. 2008년 9월 초순의 오후 5시경, 지금 TV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 강만수가 도표를 펼쳐놓고 말하는 중이다.

“종교세와 관련해 일부 성직자께서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자는 운동을 하고 계십니다만,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내용과는 다릅니다.”

도면에 강만수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이번 종교세는 전 종교단체에 유입되는 모든 자금에 관한 세금입니다. 기부금, 성금, 십일조까지 포함한 모든 자금에 소득세를 징수하고 성금을 낸 신자들께는 당연히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갑니다. 따라서 신자들께는 오히려 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강만수가 현재 종교계에 유입되는 어마어마한 자금에 대해 설명했다. 십일조나 기부금, 사찰 건립비에 누가 얼마나 성금을 냈는지 오직 해당 종교 단체만 안다. 그것을 정부에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어깨를 편 강만수가 똑바로 이쪽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되면 종교계에서 걷히는 세금이 매년 최소한 100조는 될 것입니다.”

국가 예산의 3분의 1이 들어오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말할 것도 없고 전 국민 무상급식도 가능한 자금이다.

“큰일났군.”

부산행 KTX를 타려고 일어서면서 영도에 사는 오금택 씨가 혼잣소리로 말했다.

“국민투표 해볼 만하겠데이.”

“내도 종교세 걷는디 찍을란다.”

호남선 광주표를 끊은 박남훈 씨가 커다랗게 말했다. 박남훈 씨는 불교신자다.

“암만, 국민이먼 다 세금 내야제. 무신 돈이건 말여.”

# 당·정·청 수뇌 회의다. 아니, 선진당 이회창까지 참석했으니 우군 연합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러나 인원을 제한해서 정부 측은 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법무·문화·국토해양부 장관만 참석시켰고 당에서는 박근혜, 김무성, 홍준표, 홍사덕이 왔다.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과 정무·민정·경제수석만 배석했다. 요즘 이명박은 수시로 회의를 연다. 특히 당 관계자를 자주 불렀는데 정권 초창기에는 당을 뭘로 보고 무시하느냐며 불평하던 중진들이 지금은 귀찮다고 느낄 정도다. 세우리당 창당위원장이 된 박근혜하고도 지금 네 번째 만난다. 이명박이 먼저 말했다.

“민주당과 반정부 시민단체가 종교계와 연대를 추진하지만 예상하고 있었던 일입니다.”

말을 그친 이명박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명박과 시선이 마주친 행정안전부 장관 원세훈은 숨을 죽였다. 뭔가 또 한 건 터뜨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때 이명박이 말을 이었다.

“이번 종교세 국민투표 추진은 대한민국을 재정립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옆쪽에 앉은 이회창이 머리를 조금 비틀었다. 박근혜는 앞만 보고 있었지만 표정이 어둡다. 다시 이명박이 말했다.

“국민투표와 병행해 반국가단체, 반역자, 국보법 위반자를 검거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자들은 공안정국, 독재정권이라고 하겠지만 대선에서 국민은 저한테 그렇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러고는 이명박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범람해서 홍수가 난 것이나 같습니다. 제방을 고쳐 쌓아야지 늦으면 홍수에 휩쓸려갑니다.”

“붉은 물에 말이지요?”

하고 이회창이 불쑥 말을 던졌으므로 회의실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그때 이회창과 동행한 심대평이 물었다.

“반발이 격렬할 텐데 강경 진압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그럼 광우병 사태 이상 가는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부딪쳐야지요.”

모두의 시선을 받은 이명박이 말을 잇는다.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되었는데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방법으로 가라고 하면 안 되지요. 그럼 나를 찍어준 유권자를 배신하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방향을 잡고 나서 감싸 안든지 발로 차든지 해야만 합니다.”

발로 차라는 말이 우스웠는지 이회창이 풀썩 웃었지만 정부 측에서는 오히려 더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부딪쳐야 할 당사자는 정부인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전교조, 전공노, 민노총에다 수백 개의 재야단체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중이다. 정의구현사제단과 반정부 불교단체도 마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 같은 분위기가 돼 결집하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광우병 불길이 어이없이 사그라진 후에 이명박이 국민투표라는 자충수를 만들어냈다고 여길 만했다. 그때 이명박이 말했다.

“이제 대한민국 재정립이라는 정권의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이것이 정권을 교체시킨 국민의 열망이며 우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것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이명박의 표정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힘찼다.

“이명박이 이렇게 강수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민주당 의원 정세균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동료 의원 이강래에게 말했다.

“이거 어디까지 예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글쎄요.”

이맛살을 좁힌 이강래가 시선을 주었지만 초점이 멀다. 의원회관의 정세균 의원실이다. 8월의 베이징올림픽 열기가 끝나자마자 이명박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형 사건을 터뜨렸다. 이른바 종교세 국민투표. 그러나 이쪽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이것이 광우병 패전을 만회할 호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 이강래가 입술을 뗐다.

“그런 소문 못 들었습니까?”

“뭘 말요?”

정세균이 묻자 이강래가 헛기침부터 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명박이 무대뽀로 이러는 게 아니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글쎄 그 소문이 뭐냐니까?”

“이대로 나가면 정국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 아닙니까?”

“당연하죠. 종교계가 다 일어나는 데다 시민단체, 언론기관, 야당에다 노조까지 다 뭉치게 되었는데….”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강래가 묻자 정세균이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정세균은 경솔한 사람이 아니다. 이강래 또한 머리가 명석하기로는 천정배 못지않다. 이강래의 시선을 받은 정세균이 심호흡을 했다.

“아니, 그럼….”

정세균이 말을 그쳤을 때 이강래가 대신 대답했다.

“이명박이 전두환을 군(軍)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 등에 칼끝을 대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까? 나만 그런가?”

“그, 그러면.”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정세균이 눈을 부릅떴다.

“전, 전두환이….”

“이 기회에 전두환을 앞세워 다시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지금이 어떤 세상이라고….”

“그렇죠. 옛날하고 다르죠.”

쓴웃음을 지은 이강래가 길게 숨을 뱉는다.

“지금 젊은 친구들이 옛날처럼 민주주의 투쟁에 목숨을 바칠까요?”

“에이, 농담 마시오.”

머리까지 흔들며 정세균이 말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다.

“북한은 70대, 80대 장군이 수두룩합니다. 국군에 이런 인재가 있어야 군과 국가를 받치는 기둥이 됩니다.”

열렬하게 말한 전두환이 이명박 앞에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에는 이름과 계급, 전(前) 직책이 적혀 있는데 50여 명이나 되었다. 군 장성들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부분 하나회 출신인 퇴역 장군들이다. 전두환이 말을 이었다.

“이들을 복귀시켜 직책을 맡겨도 전혀 선후배 관계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제가 보장합니다. 군은 계급에 절대 복종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이명박은 눈만 껌벅였다. 청와대 집무실 안에는 이명박과 전두환, 그리고 국방부 장관 이상희와 안보수석 김성환까지 넷이 둘러앉았다. 극비회동이다. 다시 전두환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대부분이 하나회라는 이유로, 또는 정권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역당한 장군들입니다. 이들이 요직에 재기용된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측에는 엄청난 견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에.”

하고 이명박이 입을 열었다. 전두환의 시선을 받은 이명박이 정색하고 묻는다.

“뭐, 쿠데타 같은 건 없겠지요?”

“가능합니다.”

떡하고 그렇게 말했던 전두환이 이명박을 보았다. 이명박은 태연했지만 김성환의 얼굴이 대번에 누렇게 굳었다. 다시 전두환이 말을 잇는다.

“쿠데타가 가능하도록 보여야 합니다.”

“….”

“이번 군 인사의 목적은 북한 측에 대한 경고와 아울러 대한민국 내부의 친북·종북 세력에 대한 압박이니까요.”

“….”

“민주화도 좋고 시민운동도 좋다. 하지만 국기(國基)를 흔들면 군이 뛰쳐나온다 하는 위협이 필요합니다.”

“위험한데.”

입맛을 다신 이명박이 말하자 전두환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겉으로는 그렇게 드러내놓고 내부로는 견제장치를 확실하게 해놓으면 됩니다.”

그러고는 전두환이 부드러운 얼굴로 이명박을 보았다.

“제가 쿠데타 도사 아닙니까? 저한테 맡겨주시지요, 대통령님.”

이틀 후인 2008년 9월 8일, 청와대 소회의실에서 세우리당 고문 겸 국가원로 자문회 멤버인 전 대통령 넷과 박근혜, 그리고 이명박까지 여섯이 둘러앉았다. 원탁 뒤쪽으로 비서실장과 담당 수석들이 배석했지만 모두 얼어 있다. 인사를 마친 이명박이 입을 열었다.

“원로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군 인사 문제인데요.”

모두가 놀라 얼굴을 굳혔고 이명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군 전력과 정신무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퇴역 장성을 재복무시켜야 되겠습니다. 나이가 많지만, 북한은 70대, 80대도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명박의 시선이 네 전직 대통령을 차례로 훑었다.

“물론 제 책임이고 업무입니다만, 원로 여러분께서 지원해주신다면 힘이 나겠습니다.”

그때 안보수석실 비서관이 모두에게 서류 한 장씩을 나눠주었다. 이번에 재복무할 장군들의 명단이다.

“아니, 이기 뭐꼬?”

먼저 그렇게 말한 원로는 김영삼이다. 눈을 치켜뜬 김영삼이 서류를 손에 쥔 채 이명박을 보았다.

“모두 하나회 놈들 아이가?”

“어허.”

그때 전두환이 외침을 뱉었는데 방이 울렸다. 전두환이 김영삼을 노려보았다.

“거, 말씀 삼가시오. 하나회 놈들이 뭐요? 놈들이?”

“아니, 그럼 하나회 양반이가?”

지지 않고 김영삼이 대들자 전두환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쳤다. 눈이 이글거리고 있다.

“어따 대고 반말이야, 응?”

“아니 뭐라꼬?”

그때 김대중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어, 그만들 합시다. 남부끄럽게.”

“아이고, 왜들 이러십니까?”

하고 노무현까지 나섰으므로 둘은 겨우 입을 다물었다. 그때 이명박이 헛기침을 했다.

“이것이 저를 당선시킨 국민의 여망입니다. 저는 그 여망을 실행해야 합니다.”

그러고는 이명박이 네 원로를 차례로 보았다.

“하지만 모든 일은 네 분 원로께 꼭 보고를 하겠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보복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제 의지를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레임덕은 없다
“명배기가 전두환이허고 짰어.”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김영삼이 옆에 앉은 김현철에게 말했다. 청와대에 김현철이 수행하고 온 것이다. 심호흡을 한 김영삼이 말을 잇는다.

“두 놈이 손발을 맞춰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려는 기라.”

“아이고, 아버님. 그럴 리가요.”

쓴웃음을 지은 김현철이 머리까지 내젓는다.

“지금이 어떤 시대라고요. 전두환 씨를 이 대통령이 이용하려는 것이겠죠.”

“전두환이가 어떤 놈인데 이용당하겄노?”

버럭 역정을 낸 김영삼이 이 사이로 말했다.

“내가 하나회 잡아서 군대를 다 정리해놓았더니 이명배기가 전두환의 꼬임에 넘어간 기라. 큰일났데이.”

그 시간에 김대중과 노무현도 같은 차를 타고 청와대를 나오는 중이다. 김대중의 차에 노무현이 탄 것이다.

“공안정국에다 군이 전두환 씨를 내세워 힘을 과시할 테니 정국이 험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노무현이 묻자 김대중이 머리를 끄덕였다.

“아매 한편으로는 싸안으려고 할 거요. 강온 양면으로 나가겄제.”

“지금 종교세까지 벌여놓아서 전면전 양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렁께 군대를 끌어들인 거지.”

김대중이 눈의 초점을 잡고 노무현을 보았다.

“법과 원칙으로다가 밀구 나가먼서 공권력을 행사허먼 꿈짝 못 하제. 더군다나 군까지 뒤에 버티고 있응께.”

“그러지 않아도 친위쿠데타 소문이 났었습니다.”

“아주 강공으루 나가는고만.”

“종교세 국민투표 여론이 정권에 호의적으로 돌아갑니다.”

“긍께 시대가 변혔당께.”

길게 숨을 뱉은 김대중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이명백 씨가 인자 나를 어뜨케 이용헐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고만.”

노무현도 의자에 등을 붙이고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전직 다섯 명 중 병상에 있는 노태우를 빼놓고는 전·현직이 다 모인 셈이다. 그것이 이명박의 쇼라는 사람도 많았지만 슬슬 전직의 임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당신, 돌아갈 거요?”

박성주가 묻자 오철환은 머리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아직 5년은 더 일할 수 있어.”

“어이구, 이게 웬일인지. 도무지 난….”

한숨을 쉰 박성주가 오철환을 보았다.

“당신 나이가 지금 예순아홉이요. 그죠?”

“만으로 예순여덟이야. 아직 팔팔해.”

“예순여덟에 소장 달고 10여 년이나 어린 상관한테 경례하겠네?”

“아, 그럼 어때?”

눈을 치켜뜬 오철환이 가슴을 폈다.

“백 장군도 가겠대. 이번에 통보받은 예비역 중 안 간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그렇게 좋소?”

“아, 그럼.”

마침내 오철환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소장에서 전역한 지 14년, 하나회 숙청에 걸려 말 한마디 못하고 옷을 벗었다가 이제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철환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아내 박성주를 보았다.

“내 명예회복 따위는 관심도 없어. 오직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내 목숨을 바칠 테니까.”

오철환은 물론이고 이번에 복귀할 퇴역 군인들은 모두 자신이 재기용된 이유를 아는 것이다.

“이명박이가 미쳤어.”

전교조 사무국장 이병진이 이 사이로 말했다. 사무실 근처의 커피숍 안이다. 이병진이 앞에 앉은 민노총 선전부장 김춘식을 보았다. 둘은 광우병대책위에서 같이 일하다가 친해졌다. 오늘은 김춘식이 이병진을 찾아온 것이다.

“이번에 전두환이하고 군을 장악해서 기반을 굳혀놓고 종교세 국민투표를 통과시킨 다음 여세를 몰아 헌법을 개정한다는 거야.”

이병진이 말하자 김춘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는다.

“요즘은 하도 소문이 많아서. 헌법을 어떻게 개정한다는 거야?”

“대통령 연임, 5년씩 두 번.”

“정말인가?”

“소문이지만 이번에 종교세가 통과하고 보안법 위반자를 대대적으로 소탕하면, 우리 전력이 위축될 것은 당연하지 않아? 그때 대통령 연임을 밀어붙일 수 있는 거지. 가능성 있는 소문이야.”

“야단났는데.”

“이명박이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정말 미친놈 같아.”

혼잣소리처럼 말한 이병진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커피숍 안에는 손님이 그들 둘뿐이다.

“우리 뒷조사를 하는 건 분명해. 곧 들이닥칠 거야.”

“씨발, 투쟁해야지.”

어깨를 부풀렸다 내린 김춘식이 이 사이로 말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어.”

그때 이명박은 집무실에서 서류를 읽고 있었는데 책상 옆에는 대변인 이동관이 서 있다. 서류는 연설 원고다. 이윽고 서류에서 시선을 뗀 이명박이 이동관을 보았다.

“여기 말야.”

이명박이 연설문 한 곳을 손으로 짚었다.

“중도실용 정책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겠다고 한 말, 뺍시다.”

이동관의 시선을 받은 이명박이 쓴웃음을 지었다.

“날 찍어준 유권자는 이른바 우파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건국세력의 맥을 이어온 사람들이야. 난 이번에 대한민국을 확실하게 재정립하겠어.”

그러고는 이명박이 심호흡을 했다.

“내가 중도를 표방한다고 해서 좌익 세력, 친북·종북 세력이 협조해주지 않아. 내가 그 사람들을 잘 알아.”

이원호

레임덕은 없다
194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2014’ 등이 있다.




주간동아 834호 (p50~53)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