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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보수와 혁신 시민운동가 누가 웃을까

이석연 vs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출사표… 李는 여당에 밀리고 朴은 안철수 효과에 기대고

  • 송홍근 기자 arrot@donga.com

보수와 혁신 시민운동가 누가 웃을까

보수와 혁신 시민운동가 누가 웃을까
9월 21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처장이 범여권 단일후보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나라당이 그에게 추파를 던지다 관심을 거둔 모양새를 보여서다. 이 전 처장은 헌법정신,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자다. 뉴라이트 활동을 하면서 자유주의자로서의 색채도 드러냈다. 법, 체제를 혁신하려는 진보주의자와는 뿌리부터 다르다. 그는 악법도 지켜야 한다고 본다.

범야권 단일후보로 유력한 박원순 변호사는 법, 체제를 혁신하려 한 진보주의자다. 박 변호사도 9월 21일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악법은 법이 아니라고 본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악법은 더는 법일 수 없다.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못하는 법은 고쳐야 한다. 악법도 법이라는 논리는 독재정권이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정당하지 못한 내용을 국민에게 강요할 때 사용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독약을 먹고 죽음으로써 아테네의 악법에 저항한 것이다.”

일관된 소신과 시민운동 닮은꼴

이 전 처장은 박 변호사에게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졌느냐?”고 묻는다.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논리가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부각되고,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박 변호사는 한국 현대사의 일부를 민주주의가 압살된 ‘야만시대’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 전 처장은 한국이 이룬 성취에 주목한다. 이 전 처장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에 국한해 있다. 이렇듯 박 변호사와 이 전 처장은 특정 정파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이념색은 오히려 대개의 정당 정치인보다 강하다. 생각은 서로 다르지만 ‘일관된 소신을 가졌다’는 점은 똑같다.

이 전 처장은 호남(전북 정읍) 출신이다. 박 변호사는 영남(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 다 시민운동을 했다. 박 변호사는 참여연대, 이 전 처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 몸담았다. 정치권의 러브콜을 거절해온 것도 비슷하다.

참여연대 인사 중 일부는 노무현 정부 때 권력에 참여했다. 박 변호사는 시민운동가의 정치 참여를 옹호했으나 정권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생활 속 시민운동을 모토로 내세운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일에 집중했다. 사법개혁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힘을 보탰다. 법무부 장관 하마평이 나돈 적도 있다.

이 전 처장이 몸담은 경실련은 출범 초기부터 이념 스펙트럼이 넓었다. 진보로 분류되는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와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등이 경실련 출신이다. 이 전 처장은 보수가 반개혁으로 비치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시민운동은 진보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보수와 혁신 시민운동가 누가 웃을까
안철수 같은 파괴력엔 미지수

이 전 처장과 박 변호사는 2000년 낙천·낙선 운동 때 처음으로 충돌했다. 이 전 처장은 선거법이 잘못됐더라도 법을 위반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보수주의자로서의 색깔을 드러냈다. 정치적 중립성을 주제로 삼은 두 사람의 논박은 학술논문에서도 인용된다. 이 전 처장은 “정치권 참여, 요직 진출은 시민운동의 본질에서 벗어난 행동이다. 시민운동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 변호사는 “제도 개혁을 이루는 게 시민운동이 나아갈 길이다. 정치를 바로잡으려면 참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전 처장은 2004년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인단 간사를 맡았다. 참여연대는 당시 “한국사회 발전을 막는 ‘오적’ 중 1명”이라고 그를 비판했다. 이 전 처장은 “서울을 옮기자던 분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는데 지금도 옮겨야 한다고 보는지 묻고자 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처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그는 “고민이 좀 됐다. 장관급을 제안했으면 거절했을 텐데, 차관급이어서 부담이 덜하고 국가에 봉사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이 전 처장은 공히 ‘준비된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다. ‘안철수 나비효과’가 둘을 불러냈다. 박원순과 이석연의 맞대결을 보기는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 전 처장을 돕는 보수 시민단체는 박 변호사의 우군으로 구실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같은 파괴력을 갖지 못한다.

이 전 처장은 9월 19일 “범여권 단일화는 열려 있다. 10월 초 한나라당 후보에게 밀린다고 평가받으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는 “연연하지 않고 큰길을 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석연-박원순-한나라당 후보 3자 구도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보수 표를 쪼갰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어서다. 그가 범여권 단일후보가 될 수 있을까. 박세일-이석연 보수 신당 얘기도 나온다.

박원순, 이석연 두 사람은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박 변호사는 리버럴해 보이지만 일할 때는 깐깐하다. 아랫사람이 힘들어한다. 그와 일을 해본 사람의 상당수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전 처장은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은 아니지만 원칙주의자다. 원칙에 거슬리는 걸 못 본다. 성정이 깐깐해 사람이 모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간동아 805호 (p30~31)

송홍근 기자 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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