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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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의 시대 ‘인바운드 경제’ 모델 도입하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5-08 11: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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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새로운 시장의 탄생

    김상철 지음/ 한스미디어/ 432쪽/ 1만8500원

    “지난 세기 대한민국 경제는 ‘빠른 추격자’의 위치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를 뒤쫓는 수많은 추격자가 생겨나면서 성장동력이 빠르게 후퇴해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략이나 전술의 변화 없이는 새롭게 시작되는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2017년 한국 경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에게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다. 1983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입사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무역관장으로 일하며 한국의 수출 및 투자 유치 확대에 힘써온 저자는 “눈앞의 달콤함에 빠져 중국 의존도를 지나치게 키워온 것이 화근”이라고 진단한다.

    오랜 기간 한국 경제를 뒷받침해온 중국은 ‘올드 차이나’로 상징되는 세계 공장에서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뉴 차이나’의 모습이다. 중국 외 우리의 생존을 책임질 미래 시장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지난 세기에는 선진국이 소비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멕시코, 이란 같은 신흥국의 소비가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들 신흥국의 도시화 및 산업화는 소득 증가와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는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 공장으로서 ‘포스트 차이나’를 노리고 있고, 전 세계의 투자 자금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의 신흥국 시장 진출 대응이 중요해진 이유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현재 258개국과 교역하고 있다. 저자는 “수출을 위해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점 시장별로 기업 진출, 수출 상품 등과 관련된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된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적 상황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지만 불황 탈출의 돌파구가 될 몇 가지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에 가속도가 붙고, 미국발(發) 금리인상과 ‘트럼프 효과’로 한국 수출이 증가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유가 회복에 따른 산유국의 경제 개선도 긍정적 신호를 읽힌다.

    자본과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현재 ‘인바운드(Inbound) 경제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 유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자본, 인력 등을 국내로 끌어들여 내수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우리도 이 모델을 눈여겨보고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5~10년은 선진국과 신흥국이 시장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궁극적으로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 미래 시장에서는 철저히 준비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사랑하는 벗에게

    도정스님 지음/ 담앤북스/ 240쪽/ 1만4500원

    시 짓는 수행자 도정스님의 산문집. 세월이 갈수록 자꾸만 작아지고 소리 없이 아파하는 벗들에게 띄우는 편지글 117편을 담았다. 오래되고 다정한 벗일지라도 내 속내를 드러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벗을 오랜만에 만났다 헤어지면 아쉬운 부분이 남기 마련인데, 그 허전한 부분을 편지로 채운다. 정성껏 써 내려간 편지는 자신을 향한 솔직한 독백이기도 하다.










    남자 혼자 죽다
    성유진·이수진·오소영 지음/ 생각의힘/
    320쪽/ 1만7000원


    한국에서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한 해 1200명이 넘는다. 그리고 그들의 대다수가 남자다. 과연 그들의 죽음을 개인적 불행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지난 4년간 서울 무연고 사망자들이 어떻게 마지막 순간을 맞았는지 추적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무연사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히 그린다.









    찬란하게 47년

    홍석천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304쪽/ 1만6800원


    대한민국 유일한 커밍아웃 연예인 홍석천의 에세이. 그는 2000년 어느 날 방송에서 한창 주가를 올릴 무렵 “난 게이”라고 선언해 자신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수많은 사람이 그를 몰아붙였고 삶도 끝난 듯 보였다. 그로부터 17년, 서울 이태원에서 사업으로 성공했고, 건물주가 됐으며, 조카를 입양해 두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다.









    축적의 길
    이정동 지음/ 지식노마드/ 272쪽/ 1만6000원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의 경쟁력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개념설계’에서 나온다. 개념설계는 존재하지 않던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는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으며 높은 수익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개념설계 분야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 스케일 업 역량 키우기 등 개념설계의 바탕이 되는 축적의 전략을 다룬다.









    돌도끼에서 4차 산업을 보다
    석산 지음/ 평단/ 404쪽/ 1만7000원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융합과 연결이다. 이는 농경사회 때부터 이어진 칸막이 방식의 구조를 와해하고 모든 분야에 진입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저자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농경사회 이후 정착된 제도나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수렵사회의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조선부터 발해까지 한국 고대사에서 미래 경영 전략의 해법을 찾는다.










    스피노자의 귀환

    서동욱·진태원 엮음/ 민음사/ 640쪽/ 3만 원


    ‘내일이 지구의 종말일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피노자(1632~1677)의 말이다. 그는 신 없는 자유를 역설해 당대 보수세력에게 격렬한 증오를 샀다. 죽음 이후 계몽주의의 불씨가 됐지만, 올바로 알려질 기회를 갖지 못했다. 계몽주의, 낭만주의 비평 등 현대철학의 형성에 큰 영감을 불어넣은 스피노자 철학을 다룬다.










    박이문 지적 자서전

    박이문 지음/ 미다스북스/ 384쪽/ 8800원


    3월 별세한 둥지의 철학자, 지성의 참모총장을 꿈꾸던 저자의 고백을 담았다. 20세기 이후 한국 인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고인은 뛰어난 에세이스트였다. 혼신을 다해 쓴 글은 시적 운율로 빚은 산문시이면서 철학적 사색과 인간적 성찰을 담았다. 평소 고인은 “어떤 경우에도 삶의 존엄성, 삶의 성스러운 가치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생명과 리듬

    미키 시게오 지음/ 황소연 옮김/ 바다출판사/
    304쪽/ 1만5000원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이 서식한다. 이들은 자그마치 30억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새겨진 생명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인간 역시 기나긴 역사를 거쳐 진화한 자연의 산물로, 인간 몸에도 우주 리듬이 공명하고 있다. 20세기 마지막 자연철학자인 저자가 우주 리듬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생명 역사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이야기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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