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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고시 3차 면접 ‘돈 먹는 하마’

6명 중 1명 탈락 피 마르고 살 떨리고…스피치 학원 등 다니며 너도나도 차별화 전략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고시 3차 면접 ‘돈 먹는 하마’

고시 3차 면접 ‘돈 먹는 하마’

고시학원을 가득 메운 행정고시 준비생들. 이들은 필기시험 합격 후에도 치열한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긴 머리는 단발로 자르고 눈썹 라인을 깔끔하게 다듬으세요. 말할 때 입을 오물거리는 버릇도 고치고요.”

지난 6월 초 외무고시 3차 면접을 앞두고 A(25)씨는 이미지 컨설턴트를 두 차례 만나 일대일 수업을 받았다. 아나운서와 승무원 지망생 사이에서 꽤 유명한 그는 A씨의 발성, 발음, 제스처 등 스피치 기술에서부터 헤어, 화장, 옷 스타일 등까지 세세히 지적했다. 1시간 30분의 1회 수업을 받는 데 수업료는 15만 원. A씨는 총 2회에 30만 원을 주고 강사를 만났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몇 년째 외시·행시 최종합격자를 배출한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그의 수업을 들었다. 3차 면접을 볼 수험생 4명이 같은 강사의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이 A씨를 불안하게 하면서도 안도하게 했던 것.

3년의 고시생활 끝에 6월 24일 외무고시 최종합격의 꿈을 이룬 B(26)씨는 면접을 앞두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3차 면접 준비를 같이 했던 스터디 팀원이자 경쟁자인 친구가 고액의 면접 특강 듣는 것을 알고 초조해하길 몇 주일. 고액강의는 6일 동안 유명 강사가 3차 면접생을 대상으로 실제 면접처럼 프레젠테이션 작성법과 발표법을 지도한다. 수업료는 1인당 70만 원대. 면접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절반 가까이가 그 수업을 듣는다는 소문을 들은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만히 있자니 불안하고, 듣자니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공포의 1박2일

외무고시와 행정고시, 이른바 고등고시 면접 탈락자가 크게 늘면서 수험생 사이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안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고액과외에서부터 아나운서 학원 수강 등 고시 사교육시장이 번성하면서 일부에선 “이제 고시도 돈 없으면 합격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큰 실수가 없으면 2차 필기시험이 곧 최종합격이라는 등식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세태는 갈수록 거세지는 면접 경쟁률 때문이다. 2010년도 외무고시는 2차 합격자 42명 중 7명이, 2009년도 행정고시는 2차 합격자 292명 중 48명이 면접에서 탈락했다. 6명 중 1명이 불합격한 셈. ‘2차 필기시험=최종합격’의 등식이 깨지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 정부는 이때부터 면접시험 탈락자 비율을 20~30%까지 확대하고 학력이나 필기성적 등의 자료를 배제하는 무자료 면접방식을 도입하는 등 면접시험을 강화했다. 이후 고등고시 3차 면접은 수험생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특히 올해 행정안전부 인력개발기획과와 외교통상부 인사기획관실은 외교 역량을 갖춘 인력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외무고시 면접시험 평가항목에 외교역량평가와 영어토론면접을 추가하고, 면접방식도 당일에서 1박2일 합숙으로 바꿨다. 외교통상부 인사기획관실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3차 면접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외교관에 적합한 인성과 역량을 갖춘 수험생을 뽑는 데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어 면접시간을 늘리고 면접방식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3차 면접은 주로 5~6명이 함께 치르는 조별면접과 개별면접 형태로 진행되고, 면접위원은 정부부처 전·현직 인사와 대학교수, 민간 채용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고시 3차 면접 ‘돈 먹는 하마’

모의면접 중인 일반기업 취업준비생들. 고시 3차 면접 준비도 이에 못지않다.

올해 외무고시에 합격한 C(28)씨는 “6명 중 한 명이 떨어지는데 그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면접이 두렵기까지 했다”며 당시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연세대 국가고시지원센터 관계자는 “고시생들이 2차 필기보다 3차 면접을 앞두고 살이 더 빠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학생들이 2차는 장기적으로 공부 계획을 짜고 대비할 수 있지만, 3차는 준비기간이 짧고 운도 많이 작용해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외무고시는 6월 7일 2차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고 6월 18일 면접이 치러졌는데, 준비기간이 열흘 정도로 짧다 보니 2차 합격 여부를 알기도 전에 면접을 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면접을 앞둔 수험생들이 가장 흔하게 선택하는 준비법은 같은 처지에 놓인 수험생끼리 ‘스터디’를 하는 것이다. 수험생 10명 중 9명은 스터디를 하고 2~3개의 스터디를 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 스터디 팀원은 지난 면접에 나온 문제와 출제 예상문제를 통해 실제 면접을 대비한다. 최근에는 카메라로 자신의 발표 모습을 녹화, 팀원과 함께 모니터링을 하는 등 준비방식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1회당 10만~20만 원 단기 고액과외

스터디 외에도 면접 준비방법은 다양하다. 고시 합격자 비율을 높이려는 대학들은 고시반을 개설하고 면접특강, 모의면접 프로그램 등을 마련 중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무료이거나 참가비가 저렴해 이를 이용하는 수험생도 많다. 지난해 행정고시에 합격한 E(25)씨는 “고시반 출신의 합격자 선배가 면접 팁을 알려주거나 행정학과 교수님이 모의 면접관으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1·2차 필기 과목을 가르치는 주요 고시학원에서도 면접을 앞둔 학생들을 위한 임시 3차 특강을 마련하기도 한다. 올해에는 6회에 20만~30만 원 하는 3차 특강이 성황을 이뤘다.

모든 준비생이 기본적으로 스터디와 특강 등을 듣다 보니 일부 수험생은 고액의 과외를 받거나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학원을 찾는 등 차별화 전략을 세운다. 과거에 행정고시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민간 채용전문가에게 개별과외를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채용전문가 F씨는 “1인당 3회에 5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전년도 합격자를 배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험생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강의를 부탁한다”고 털어놓았다. 행정고시 면접위원 출신 강사를 불러 특강을 주최한 C고시학원 관계자는 “학원은 다수가 듣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하다. 수험생들이 소수로 팀을 짜 면접위원 출신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스피치 강사, 아나운서 학원, 이미지 컨설턴트를 찾는 수험생도 늘고 있다. E씨는 고시 최종합격자를 배출한 경험이 있는 스피치 강사를 찾아 일대일 수업을 받았다. 수업료는 6회에 60만 원으로 자신의 모습을 녹화한 비디오 영상을 보면서 말투, 태도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면접을 앞둔 수험생들이 단기적으로 고액과외나 강의를 듣는 세태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면접위원들은 단기간의 학습을 통해 표준답안을 말하거나 미리 각본을 짠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험생을 금세 알아챈다. 앞으로 평소의 가치관이나 사고력, 논리력 등 기본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평가항목을 강화하고 면접시간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대부분의 고등고시 수험생은 나날이 돈이 많이 드는 면접시험 준비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1박2일의 면접이라고 해도 역량을 평가받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제가 아무리 역량을 갖춰도 누군가는 떨어지는 시험이기 때문에 앞으로 고등고시 면접 사교육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 같습니다.”



주간동아 2010.07.12 745호 (p56~57)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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