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1

2010.06.14

‘청심과욕’ 자세를 아십니까?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0-06-14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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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참, 할 말이 없네요. 면목이 없어요.”

    6월 8일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고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전화통화였지만 고개를 떨어뜨렸을 만큼 긴 한숨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18대 국회 하반기에는 재선을 위해 지역구에 ‘올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쇄신 논의가 뜨겁습니다. 전체 168명 의원 중 89명(53%)이 초선인데, 쇄신 모임에 계파를 초월해 모일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돌격대장’으로 각인될 만큼 제각각이었던 초선의원들이 ‘쇄신 우산’ 아래 처음 모인 겁니다. 이들은 당의 변화를 통해 쇄신의 추동력을 이끌어내자는 데는 의견 일치를 봤지만, 구체적인 ‘실행 파일’을 얘기할 때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당정청(黨政靑) 전면개편론자도 있었고, 자성론자와 청와대 보호론자도 있었습니다.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이를 놓고 쇄신 모임에 참여했던 또 다른 초선의원은 “결국은 ‘재선 욕심’이었다”라고 고백합니다. 특정 계파를 두둔하고, 특정인을 보호하고, 쇄신 모임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상당수 의원의 모습은 결국 ‘재선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명분은 쇄신이지만 삼삼오오 모이면 결국 재선 얘기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상당수를 내준 상황에서 2년 뒤 총선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당 인기마저 추락하면 다음 총선에서는 ‘수도권 줄초상’이 뻔하다.”

    ‘청심과욕’ 자세를 아십니까?
    지역구가 텃밭인 영남도 아니고, 인지도마저 낮은 수도권 초선의원이 긴장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앞장서 쇄신을 주장하면서 뒤에서는 주판알을 튕긴다면 2년 뒤 ‘금배지 연장의 꿈’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이러한 이중적 모습은 결국 당 쇄신을 어렵게 할 것이고, 국민은 2년 뒤 이를 간과하지 않을 거니까요.



    대통령에게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보내면서도 지방선거 패배를 안긴 국민의 민의를 곱씹어본다면,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은 지금 ‘청심과욕(淸心寡慾·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적게 함)’의 자세부터 배워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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