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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투수의 강속구 왜?

상대적으로 희소 3~4km 빠르게 인식 … 류현진·김광현·봉중근 등 ‘별들의 전쟁’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좌완투수의 강속구 왜?

좌완투수의 강속구 왜?
한화 류현진은 5월 1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선발 등판, 매 이닝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무려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9이닝 5안타 1볼넷 1실점 역투로 완투승을 챙겼다. 투구 수 122개 중 스트라이크는 88개였다. 이날 무엇보다 값진 기록은 한국 프로야구 통산 정규 이닝(9이닝) 최다탈삼진 신기록이다. 1983년 롯데 최동원(구덕 삼성전), 1992년 해태 선동열(잠실 OB전), 1998년 해태 이대진(인천 현대전)이 나란히 갖고 있는 기존 16개를 넘어서고 새 역사를 쓴 것이다.

류현진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꼽히는 선수는 SK 김광현이다. 이 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끌었으며 모두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지녔다. 그리고 체인지업(류현진)과 슬라이더(김광현)라는 각기 다른 명품 구종까지 갖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좌완투수라는 점.

왼손잡이가 유독 많은 프로야구

바야흐로 좌완투수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올 시즌엔 두 선수뿐 아니라 롯데 장원준, 넥센 금민철, LG 봉중근 등 좌완투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올해 완봉승을 거둔 3명 중 2명(장원준, 금민철)이 좌완투수다. 묘하게 류현진 이전 매 이닝 탈삼진 기록을 가진 3명은 모두 우완투수였다. 그렇다면 좌완투수는 우완투수보다 유리하다는 게 사실일까. 아니면 단순히 근래 들어 특출한 좌완투수가 많아진 것일까.

2001프로야구 등록 투수(211명) 중 좌완투수(43명)의 비율은 20.4%였지만 2005년에는 25.4%로 증가했고, 2009년에는 24.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좌완투수의 수가 프로야구 초창기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다수는 우완투수다. 한국인 중 왼손잡이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야구는 왼손잡이가 유독 많은 종목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야구계에는 ‘시속 150km를 던지는 좌완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값어치가 있으면서도 드물기 때문이다.



시속 140km를 가정했을 때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47초. 우타자의 처지에서 보면 우완투수가 던지는 공은 자신의 등 뒤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좌완투수의 공은 바깥쪽에서부터 들어오는 모습을 쳐다볼 수 있다. 따라서 우타자는 좌완투수보다 우완투수에 상대적으로 곤란함을 겪으리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불과 0.001초라도 먼저 공을 봐야 안타를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로는 경험이란 요소 때문에 역전된다. 어린 시절부터 우완투수의 공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좌완투수의 팔을 떠난 공은 처음부터 볼 수 있지만 바깥쪽에서부터 자신을 향해 파고 들어오는 공을 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탓이다.

‘같은 구속이면, 좌완의 공이 3~4km 빨라 보인다’는 속설이 있는 것도 그래서다.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타자가 느끼는 위협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좌완투수의 공은 우타자의 바깥쪽에서 몸 쪽으로 향하는 궤적을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타자가 느끼는 순간의 두려움이 구속 증가라는 시각효과를 낳는다. 이런 점 때문에 우타자는 좌완투수의 바깥쪽보다 몸 쪽 공이 더 빨라 보인다. 한화 구대성이 전성기 시절 몸 쪽으로 향하다 급격히 꺾이는 직구를 던지면 우타자들에겐 공포 수준이었다.

같은 이유라면 좌타자는 우완투수의 몸 쪽 공을 더 빠르게 느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는다. 주류가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다. 왼손타자 전문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는 있어도, 오른손 타자만을 상대하는 우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만일 김광현, 류현진 같은 투수가 대세를 이룬다면 우완투수인 KIA 윤석민의 공이 더 빨라 보일 것이다.

좌완투수의 강속구 왜?

한국의 대표적인 좌완투수 봉중근(LG), 이현승(두산), 장원준(롯데) 그리고 김광현(SK)(왼쪽부터).

눈 뜨고 있는데 도둑질 못한다

희소성이 체감속도의 증가로 이어지면 타자의 마음은 더 급해질 수밖에 없다. 우타자의 경우 좌완의 공은 각도상 멀어지는 각이 아닌 다가오는 각이지만, 더 빨리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LG 봉중근이나 한화 구대성처럼 최대한 공을 숨기고 나오는 투수들의 ‘스니키 패스트볼(Sneaky Fastball)’을 상대할 땐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주자를 바라보고 플레이하는 좌완투수는 등지고 던지는 우완투수보다 1루 견제가 용이하다. “눈 뜨고 있는데 도둑질하기가 쉬울 수 있느냐”는 말이 적용된다. 야구 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 자료에 따르면 2009프로야구에서 1루 견제아웃(견제도루 실패+견제사)은 총 82회가 나왔는데, 이 중 좌완투수(41회)가 기록한 비율은 50%였다. 2009프로야구 등록 투수(250명) 중 좌완투수(52명) 비율이 24.8%, 전체 투구 이닝(9447.2)에서 좌완이 소화한 이닝(2735.2)의 비율이 29%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1루 견제아웃을 가장 많이 기록한 장원준(6회)과 공동 2위 이현승, 조현근(이상4회)도 모두 좌완투수다. 도루 허용률 역시 좌완투수(0.636)가 우완투수(0.765)보다 낮았다. 장원준은 “일단 좌완투수는 퀵모션이 느려도 견제로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좌완의 견제아웃 41번 중 견제도루 실패가 30회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것은 스타트하는 주자를 보면서, 투구 또는 견제 동작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발휘된 결과다. 우완투수도 똑같이 41번의 견제아웃을 기록했지만 견제도루 실패는 11회에 그쳤다. 장원준의 견제아웃(6회) 가운데도 견제도루 실패가 5회나 차지한다. 본질적으로 좌완투수의 1루 견제 장점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개인마다 능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두산 김현수, LG 박용택, 삼성 최형우, KIA 김원섭 등은 우투좌타다. 수비를 할 땐 오른손잡이가 되고, 타석에선 왼손잡이가 되는 셈. 한국 프로야구에 우투좌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이들은 대부분 오른손을 주로 쓰면서 좌타자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왼손 능력’을 더 개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좌타자는 우타자에 비해 1루까지 두 걸음 정도 빨리 갈 수 있고, 타격 후 몸의 중심이 1루 쪽으로 자연스럽게 향하는 등 이점이 많다. 몸을 틀어 다시 1루로 뛰어야 하는 우타자보다 유리하다.

반면 좌완투수 중 오른손잡이는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들다. 타고난 두 팔의 근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은 이론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타격을 할 때는 우타자도 왼손을 함께 사용해왔기 때문에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충분히 좋은 좌타자가 될 수 있다. 스위치히터의 절대다수는 우타자가 왼손 타법을 익힌 경우다.

그러나 아주 드물지만 타고난 오른손잡이면서 좌완투수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메이저리그 랜디 존슨이 그렇다. 한국 대표 좌완인 류현진 역시 마찬가지다. 류현진은 오른손잡이지만 야구를 배울 때부터 왼손으로 던졌다. 물론 젓가락질 등 일상생활은 오른손으로 한다. 스위치히터처럼 우투수로 성장하다 좌완투수로 바꾼 전례는 찾기 힘들다. 올 빅리그 시범경기에서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등판했던 ‘양손투수’ 팻 벤디트는 그런 면에서 ‘희귀종’에 가깝다.



주간동아 2010.05.24 738호 (p76~77)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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