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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 6·2지방선거 현장 속으로 01

“무슨 놈의 수정 … 다 끝났슈”

‘세종시 여진’ 충남 연기군 ▶ 겉으론 평온, 민심은 부글부글

“무슨 놈의 수정 … 다 끝났슈”

“무슨 놈의 수정 … 다 끝났슈”

세종시 예정부지 한복판에 자리한 연기군 남면 양화1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기자에게 지역 민심을 전하고 있다.

“내가 한마디만 하지유. 한나라당(후보)은 무조건 안 돼유.”

“심대평도 이제 끝났어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총리 한다고 이회창이랑 싸우고, 당을 찢고 뛰쳐나온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유. 말 안 한다고 아무 생각도 없는 줄 아나, 참.”

5월 19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앞 택시 승차장. 삼삼오오 모인 택시운전사들에게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지역 분위기를 묻자 격한 발언이 쏟아졌다.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정부와 한나라당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연기군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세종시)에 가장 많은 땅을 내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다. 남면 양화리 뒷산인 전월산을 중심으로 대략 반경 5km 이내가 세종시 부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시 수정안이 이번 지방선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

연기군은 1개 읍, 7개 면으로 이뤄져 있다. 거주인구는 8만여 명, 투표권자는 6만3000여 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조치원읍에 산다. 읍 중심에는 군내에서 가장 큰 ‘중앙시장(전통시장)’이 있다. 이곳을 찾은 날, 마침 5일장이 섰다. 읍내 곳곳엔 군수와 도의원, 군의원에 출마한 후보들의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20일이 되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선거 운동원들이 시장 곳곳을 누볐다. 방앗간, 쌀집, 떡집, 반찬가게 등 수십 년째 장사를 이어온 터줏대감들의 가게에는 이미 수십 장의 선거명함이 쌓였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이미 치열한 선거전이 치러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기군수 후보는 모두 6명. 한나라당에서는 언론인 출신 이규진 후보를 내세웠고, 민주당에서는 연기군청에서 잔뼈가 굵은 홍영섭 후보를 공천했다. 현역 군수인 유한식 후보는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했고, 강남구청장 3선을 역임한 권문용 후보는 국민중심연합 후보로 나섰다. 미래연합은 김준회 후보를 냈다. 무소속으로는 이성원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한나라당 빼고 모두 원안 사수

이들 중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후보는 한나라당 이 후보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원안 사수다. 선거 초기 판세는 1강1중4약. 5월 초 실시한 지역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자유선진당 유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55.6%) 속에 민주당 홍 후보의 추격(15.8%)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정당지지도에서는 자유선진당(24.7%)보다 민주당(28.2%)이 앞섰다. 판세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이 1, 2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결과다. 한때 이 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심 대표(국민중심연합)에 대한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실제 유권자들의 밑바닥 정서는 어떨까. 중앙시장에서 45년째 쌀가게를 운영한다는 올해 72세의 한 할아버지 이야기다.

“정부 부처가 내려오면 기업은 당연히 따라 내려오게 마련인데, 정부가 기업들을 앞세워 수정한다고 하니 누가 좋아하겠나. 만나는 사람마다 다 그런 이야기 한다. 오죽했으면 (이완구) 지사가 그만뒀겠나. 심대평도 문제다. 조그만 충남을 가지고 이회창이랑 나눠 먹으려고 하니 욕먹는 거다. 자유선진당은 힘이 없어서 문제고….”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물론 국민중심연합 심 대표에 대한 못마땅함이 잔뜩 묻어났다.

시장에서 30년째 채소를 파는 유순희(67) 할머니는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 세종시도 그냥 하던 대로 하지 굳이 왜 바꾸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종시 원안대로 하고, 그동안 지역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을 찍겠다”고 했다.

“무슨 놈의 수정 … 다 끝났슈”

연기군수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규진, 민주당 홍영섭, 자유선진당 유한식 후보 선거사무소(위부터). 현 군수인 유 후보의 우세 속에서 홍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은 세종시의 중심지인 양화리 주민 사이에서 더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려는 것도 그렇거니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농사짓던 금강 하천둔치 농지까지 모두 몰수했기 때문이다.

양화1리 임붕철 이장은 “우리 동네 사람들은 세종시에 뺨 맞고, 4대강에 또 맞고, 양 보라지(뺨) 다 맞은 꼴”이라면서 “우리 마을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면 역적 취급을 당한다”고 말했다.

물론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24년간 다른 지역에서 미용실을 하다 1년 전 중앙시장에 터를 잡았다는 곽명임(53) 씨가 전하는 지역 민심이다.

“처음에는 수정안에 엄청 반대했으나 지금은 뭐라도 빨리 결정됐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다. 솔직히 세종시 원안대로 하는 게 좋겠지만 수정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마음대로 내놓고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어찌 됐든 한나라당 후보는 찍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민주당 대약진의 ‘발판’ 되나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하면서 연기군 유권자 사이에는 상반되는 두 가지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현 군수인 유 후보에 대한 ‘동정론’과 ‘민주당 대세론’이다. 유 후보는 지난해 세종시 원안고수 촉구를 위한 군민대회에서 단식과 함께 삭발까지 강행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2008년 10월 말 재보궐 선거로 취임하면서 군수직을 1년 반 정도밖에 하지 못한 것도 동정론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곽씨는 “(유 후보가) 지난해 고생 참 많이 했다. 1년 반밖에 못했는데 한 번은 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세론은 자유선진당 이 총재와 국민중심연합 심 대표 결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한나라당을 떠난 지지층이 갈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민주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충남도지사에 도전한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치원읍 죽림리에서 부동산컨설팅을 하는 김동백(54) 씨는 “민주당이 세종시 원안을 추진했던 당인 데다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연기군에서도 민주당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군수가 힘이 있으려면 최소한 도지사와는 같은 정당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유 후보의 동정론이 앞서지만 민주당 대세론에 힘입은 홍 후보가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5월 13~17일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충남 전체 정당지지도를 보면 민주당이 23.1%로 가장 높게 나왔고 한나라당 23%, 자유선진당 19.8% 순이었다. 주목할 것은 연기군을 포함한 대전 근교권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28.3%로 평균보다 5% 이상 높은 반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지도는 각각 17.8%와 16%로 평균보다 상당히 낮게 나왔다는 사실. 이런 결과는 세종시 이슈가 충청권에서 연기군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대약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한나라당 측은 30% 안팎으로 나오는 세종시 수정안 찬성론자들의 표 결집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는 “정치적으로 왜곡이 돼서 그렇지 수정안을 찬성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이들만 결집해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정안 찬성론자들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일치한다는 전제 아래서나 가능한 기대다.



주간동아 2010.05.24 738호 (p22~23)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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