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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인천 송도 신도시의 그늘 01

송도국제학교 설립심사 전격 중단

단독확인▶ 교과부 “네 번 독촉에도 핵심서류 미제출” … 美 채드윅 과도한 요구로 협상 몸살

송도국제학교 설립심사 전격 중단

송도국제학교 설립심사 전격 중단

송도국제학교 전경과 교실.건물 외벽은 국회의사당 지붕과 비슷한 산화동판과 브라질 이페나무 등 고가 자재로, 내부는 첨단 디지털 장비와 친환경 내장재로 꾸몄다.

미국 명문 사학 채드윅(Chadwick)을 운영기관으로 정해 외국교육기관 설립 신청을 냈던 송도국제학교 설립 심사가 3월 15일 전격 중단된 사실이 ‘주간동아’ 취재 결과 처음 확인됐다. 당초 2008년 9월 개교 예정에서 두 차례 개교를 연기한 송도국제학교로서는 올 3월 유치원생으로 부분 개교한다는 수정 계획도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설립 심사는 중단됐고, 학생도 없는데 송도국제학교에서는 26명의 외국인 교사가 급여를 받으며 근무하는 웃지 못할 일이 한동안 계속되게 됐다. 채드윅과의 협상과정에 대해서도 ‘백기투항’ 등 뒷말이 무성하다. 송도국제학교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 지난해 12월 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청장 이헌석·이하 인천자유청)과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미국 LA의 비영리 교육기관인 채드윅을 운영기관으로 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설립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채드윅은 1935년에 세워진 K-12 과정의 명문 사학. 하버드대, 예일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재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평균성적이 미국 상위 5%에 들어 ‘웨스턴 어소시에이션 오브 스쿨(WASC)’에 가입돼 있다. WASC에 가입한 학교를 다니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쉽기 때문에 송도국제학교 졸업생의 미국 진출도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천자유청은 밝혔다. 이 청장도 올해 초 “2월까지 교과부 인가를 받아 가을학기에 개교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월 15일까지 도착 안 하면 올 개교 불가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인가는커녕 심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지난 2월 교과부 외국교육기관 심사위원회를 통해 미국 현지 학교와 교육청 등을 방문해 실사를 벌인 터라 교과부의 심사 중단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교과부에 설립 신청을 했다지만, 정작 건물 소유주인 NSIC와 채드윅 간의 임대차 계약서와 재정 지원 등을 담은 확정계약서 같은 핵심 서류는 보내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4차례 서류를 보내라고 요청했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 변호사가 마지막 문구를 다듬고 있다’는 해명만 돌아왔다. 서류가 도착해야 심사를 할 것 아닌가. 3월 15일부로 송도국제학교(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심사를 중단했고 인천자유청 등에 공문을 보내 이 사실을 알렸다. 설립 인가 신청 6개월째인 5월 15일 이전에 서류가 도착하지 않으면 올해 9월 개교도 불가능하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그렇다면 왜 인천자유청과 NSIC는 교과부에 외국교육기관 설립 신청을 하면서 핵심인 채드윅과의 임대차 계약과 학교운영 손실분 지원 범위를 담은 재정운영 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을까. 인천자유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교 주변에선 ‘이면 합의설’ 솔솔

“채드윅은 설립 승인 이후 학교 로고 사용부터 운영 전반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이어서 채드윅과 NSIC 간 협상에 시간이 걸린 듯하다. 임대차 계약 등은 서머리(요약) 형식으로 작성해 교과부에 설명했다. 곧 대주단(채권은행단) 동의를 얻어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는 재개될 것으로 본다.”

채드윅과 NSIC의 최종합의안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은 ‘칼자루를 쥔’ 채드윅의 과도한 요구와 NSIC의 미온적 대처로 시간만 끌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한다.

“명문 사학을 데리고 오는 장점도 있지만 채드윅이 과도한 요구를 해 협상이 길어졌다. NSIC가 5년간 4000만 달러(약 451억 원)의 운영비와 기숙사 건립비용(300억~400억 원), 새 운동장 건립비용(약 300억 원) 등을 대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4000만 달러에는 학생 수 부족 등으로 인한 채드윅의 재정 손실과 교육프로그램 이용료, 송도국제학교 임대료 보전금 등이 포함됐다. 매년 800만 달러 정도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기숙사와 운동장 문제는 추후 합의해나가기로 했다. 채드윅은 계약서 작성에 따른 변호사 비용까지 청구했다. NSIC로서는 개교 약속에 쫓겨 ‘백기투항’한 셈이다.”(관계자 A씨)

“학교 설립 허가가 나면 ‘Up-front fee (일종의 계약금)’ 수십만 달러를 주고 학생이 늘어 ‘브레이크 이븐 포인트(Break Even Point·손익분기점)’에 도달하면 학생 수 1인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것도 논의됐다. 손익분기점은 학생 수 1000명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전체 학생 수 2100명(학비는 2만~2만 5000달러)이 다 채워지면 매년 순수익이 1000만 달러(약 113억 원) 이상 나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채드윅이 챙기게 된다.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은 될 것이다. 물론 손실은 NSIC의 몫이다.”(관계자 B씨)

“채드윅이 처음부터 과다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와 보니 개교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 협상 시간을 끌어도 유리하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요구조건이 점차 많아졌다. 문제는 이 돈은 NSIC가 송도에서 땅장사로 이득을 남겨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값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관계자 C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채드윅은 학생 수 부족 등으로 손실이 나거나 반대로 학생이 많아져 수익이 나도 모두 큰돈을 벌게 된다. 결국 이런 내용을 골자로 채드윅과 NSIC는 3월 초에야 최종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대주단에 학교운영비 대출 심사를 받고 있다. 인천자유청 등은 대주단 동의를 얻어 미제출된 서류를 내면 곧 교과부 심사가 재개된다고 보지만 은행 관계자의 반응은 사뭇 대조적이다.

“현재는 실무자가 검토하는 아주 초기 단계다.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상가 분양이 늦어지고 있고 외환위기 여파 등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 현금 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 여건은 예전보다 나빠졌다. 윗선에서 결정자가 적극 진행하라는 의지가 없다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어쨌든 NSIC와 채드윅 간 세부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그동안 협상을 주도한 NSIC의 한국인 협상팀이 배제된 채 게일인터내셔널 스텐 게일 회장과 채드윅 관계자, 송도국제학교 조지 넬슨 총교장 등 미국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학교 주변에서 ‘이면 합의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도국제학교 설립을 주도하는 NSIC의 게일사 측은 “송도국제학교와 관련해서는 채드윅과의 협상은 물론 어느 것 하나 확인해줄 수 없다. 스텐 게일 회장 등 고위층과의 전화 연결도 불가하다”는 답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의 확인 요청 질문에 “(기자가) 아는 그대로다. 할 말이 없다”며 대화를 피했다.

그렇다면 임대차 계약 부분은 어떨까. 임대차를 놓고 교과부와의 갈등도 ‘심사 중단’에 한몫했다.

송도국제학교 설립심사 전격 중단
“개교 준비 중인 반포외국인학교는 50년, 대구국제학교는 20년 장기계약이다. NSIC의 ‘비공식 답변’은 채드윅과 5년 임대계약을 하고 이후 계약을 갱신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제업무단지 조성사업 시행자인 NSIC는 2014년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만약 NSIC가 학교를 팔고 회사를 청산하거나 운영기관을 바꾸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이런 경우를 숱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확실한 안전장치를 요구했다. 공식적인 합의(임대차 계약) 문서를 보내달라고 수차례 얘기했는데 역시 기다려달라는 답변뿐이었다.”

특혜와 형평성 논란 속에 지난해 6월 송도국제학교를 위해 시행령(2011년 말까지 설립 승인 신청하는 외국교육기관은 내국인 학생 수 비율을 5년간 학생 정원의 30% 이내로 한다)까지 고쳐가며 내국인 학생 입학을 도우려 한 교과부로서는 더욱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NSIC가 돈이 많이 드는 외국 명문 사학 대신 ‘적당한’ 외국교육기관을 데려 오려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임대차 계약은 당초 ‘5년+계약 갱신’에서 교과부의 요구를 반영해 20년 장기임대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송도국제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한 26명의 외국인 교사의 근무 여부도 협상과정에서 논란이 됐다고 한다. 학생은 없지만 이들 교사에게는 NSIC가 연간 40억 원가량의 급여와 체재비를 지급하고 있다.

인천자유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밴쿠버 국제학교재단(VIPSS)을 유치할 때 국제 ‘페어(교사채용 박람회)’를 통해 이미 계약을 맺은 교사들이다. VIPSS 설립 심사가 반려되면서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채드윅 측에서도 이들 교사를 계약기간까지 고용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고 미끼용’ 전락 책임져야

물론 교과부의 심사 중단이 서류 제출을 독촉하기 위한 ‘압박용’일 수도 있고, 대주단의 ‘OK’ 사인을 받은 뒤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 재개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개교 지연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중요 합의는 하지 않은 채 설립 신청을 냈고, 합의 내용과 심사과정을 비밀에 부쳐 오해와 억측을 낳았고, 이에 따라 일부 언론은 3월 개교 소식을 전하며 인근 상가분양 기사도 함께 실어 국내 투자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했다는 비판은 고스란히 인천자유청과 NSIC로 향한다.

송도국제도시의 국제화를 뒷받침하고, 외국인 정주(定住) 환경 개선을 위해 야심차게 진행해온 송도국제학교가 아파트와 상가 분양 광고에만 등장하는 ‘미끼용’이라는 이미지는 누가 만드는지도 곰곰 따져봐야 할 때다.

* 송도국제학교

NSIC가 지난해 5월 완공한 외국교육기관. 7만1400m2 부지에 총 건축면적 5만 2400m2 으로 국제 규격의 축구장과 육상트랙, 수영장 등이 들어섰다. 유치원~고교 과정을 운영한다. 정부는 2011년 말까지 총 정원(2100명)의 30%가량을 내국인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해 이 학교에 국내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해 캐나다 비영리 교육기관인 밴쿠버 국제학교재단(VIPSS)을 운영기관으로 정하고 설립승인 신청을 했으나, 교육과정과 재정안정성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교과부 승인을 받지 못했다. 앞서 미국 인터내셔널 스쿨서비스(ISS)는 학생 수 부족과 과실송금(외국에 투자해 얻은 이익금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 금지 등의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

*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미국 개발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사(社)와 포스코건설이 7대 3 비율로 투자한 합작회사.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돼 2002년 3월 인천시와 토지공급계약(면적 3.8km2, 1조 2600억 원)을 체결했다. 그동안 송도컨벤시아·중앙공원 등을 건립했지만 개발사업과 외자유치 실적이 부진해 최근 인천시가 일부 토지를 재매입해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주간동아 2010.03.30 729호 (p54~56)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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