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9

2010.03.30

“정부와 소통”… 출구전략 시기상조?

한국은행 신임 총재 김중수 OECD 대사 내정 … 성장 지속, 당분간 저금리 될 듯

  • 김창익 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 window@mt.co.kr

    입력2010-03-23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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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소통”… 출구전략 시기상조?

    한국은행 총재에 내정된 김중수 OECD 대사.

    3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은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의 후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김중수(63) 대사를 내정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임명 절차가 끝나면 김 내정자는 4월 1일 취임, 2014년 3월까지 한은 총재로 재임한다. 김 내정자는 경기고(K)와 서울대(S) 경제학과 출신으로, 정통 엘리트 코스(KS)를 밟았다. 정운찬 국무총리와는 1947년생 동갑내기로 막역한 사이다. 서울대 재학시절 조순 전 경제부총리 밑에서 동문수학했다.

    졸업 후 한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위원과 연구조정실장을 지냈고, 2002~2005년 KDI 원장을 역임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초대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다.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동에 따른 청와대 전면 개편으로 물러났다가 같은 해 8월 OECD 대사에 임명됐다.

    한은 총재에 김 대사를 내정한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와 한은의 거시정책 조율을 위한 무난한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김 내정자는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그가 업무 수행과정에서 한은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김 내정자는 학계, 관계 등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륜을 갖췄을 뿐 아니라, 국제 경험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 시장주의자 평가

    이번 한은 총재 인선은 김 내정자와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청와대 강만수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간 3파전이었다. 김 대사가 내정되기까지 이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낙점하기 직전까지도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채 당초 후보군이 계속 하마평에 오르내릴 만큼 엎치락뒤치락했다. 누가 한은 총재에 적합한가라는 기본 조건과 복수의 정치 상황이 얽혔다. 한은 개혁은 물론, 올해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서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 정부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었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목소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기에는 오랫동안 한은 총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어 위원장이 앞섰다. 어 위원장이 한은 총재를 맡고 싶어한 데다, 한은 내부에서도 어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고려대 총장 시절의 경영능력을 고려할 때 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잘 개최할 인물일뿐더러, 이 대통령과의 호흡도 잘 맞을 인사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 위원장이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지나치게 튄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어 위원장이 대통령의 측근이고,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결국 낙마했다.

    강 위원장도 한때 유력 후보로 부각됐다. 강 위원장의 한은 총재 유력설은 3월 4일 채권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을 정도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한은 총재 자리에 관심 없다고 밝힌 데다, 한은 노조의 반발과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를 고려해 최종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은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를 배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론됐다. 잡음 없는 인선을 위해 한은 출신 인사가 한 번 더 총재를 맡는 방안도 제기됐다. 한은 부총재 출신인 리딩투자증권 박철 회장이 하마평에 올랐고, 한은 이주열 부총재도 물망에 올랐다. 글로벌 감각과 국제금융 분야 전문성을 감안해 고려대 박영철 석좌교수도 거론됐다.

    “정부와 소통”… 출구전략 시기상조?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가운데).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이 대통령은 한은 총재로 정책 조율형인 ‘김중수 카드’를 선택했다. 김 내정자가 한은 내부를 잘 다스리고 정부와 거시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일에 최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G20 의장국의 중앙은행 총재로서 국제금융계의 어젠다를 선정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전체를 봐가면서 금리 결정”

    그러나 김 내정자가 한은 개혁과 독립성 유지 등 산적한 과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가 경제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강력한 리더십으로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를 헤쳐나갈 공격형 경제수석감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경제가 안정돼가는 시기에 물가 안정과 성장 지속 등의 과제를 추진해나가는 데 적임자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가 친(親)정부 성향이란 점에 비춰, 시장에서는 출구전략 시기가 늦춰지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면 전체적인 상황을 봐가며 협의해야 한다. 협의가 필요한 사항을 정책 하나만 갖고 전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면 되면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출구전략의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출구전략을 펼 때는 재정정책, 금융정책, 통화정책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은 내부에서는 김 내정자의 인사 스타일에 관심이 높다.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의 뒤를 이어 김 내정자가 총재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검토할 사안 중 하나가 부총재보 인사와 그에 따른 국·실장 후속 인사다. 이번 인사는 한은 내부의 인사 적체 문제를 그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KDI 원장 재직 시절 김 내정자의 인사 및 조직관리 스타일은 평소 개개인의 업무능력과 잠재력을 꼼꼼히 파악해뒀다가,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의 최측근이던 KDI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KDI 원장 시절 전 직원의 능력과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심지어 주차장에 주차된 차의 번호판만 보고도 ‘아무개가 벌써 출근했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에 비춰 김 내정자는 후보자들의 과거 업무 영역과 성과, 개인별 업무 추진 성향 등을 따져서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은 이사급 인사의 핵심인 송창헌 부총재보(총무담당)와 이광주 부총재보(국제담당)의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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