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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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저터널 어디까지 왔지?

일본 조사터널 570m 뚫어 … 한국 “경제 활성화 vs 민족감정 자극”

  • 가라쓰=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10-14 1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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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해저터널 어디까지 왔지?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조사터널. 길이가 570m에 이르고 나고야만 해저를 통과한다.

    일본 규슈(九州) 사가(佐賀)현 가라쓰(唐津)시. 후쿠오카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이 작은 도시는 오징어회로 유명하다. 이곳의 싱싱한 오징어회를 먹으러 일본 각지에서 관광을 온다.

    그런가 하면 한민족에게는 아픈 역사가 숨어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한반도로 출병한 곳이기 때문. 두 차례의 전쟁 동안 왜군이 지휘본부로 사용한 나고야 성터도 이곳에 있다.

    그런데 이곳이 한국과 일본 간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동남부 지역과 일본의 규슈를 해저터널로 잇는 이른바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조사터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만든 ‘조선해협 철도터널 계획’에서 처음 구상된 것으로 전해진다.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1981년 11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가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포함하는 ‘국제평화고속도로(국제하이웨이) 사업’을 주창하면서부터. 이후 일본에서 ‘일한터널연구회’가, 한국에서 ‘한일해저터널연구회’가 발족해 한일 해저터널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1986∼89년 4년에 걸쳐 한일 해저터널 가능성 조사를 위한 파일럿 터널을 뚫었고, 이후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공사를 중단했다가 2006년 3월 재개했다. 가라쓰시에 있는 조사터널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까지 파놓은 터널의 길이는 570m이고 나고야만 해저를 통과한다.



    1983년부터 일본 측 해저터널 지질조사를 담당해온 후지하시 겐지(60) 소장은 “조사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에 조사터널을 더 파내려가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조사 결과 한일 해저터널을 굴착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해저터널이 해저단층을 건드려 지진해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지질조사 및 지진계를 곳곳에 설치해 연구한 결과 터널이 지진해일을 유발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규슈-쓰시마-부산 연결 프로젝트

    후지하시 소장, 그리고 한국에서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 공론화 작업을 주도하는 평화통일재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일 해저터널 경로로 ‘부산-거제도-쓰시마섬(대마도)-이키섬-가라쓰’로 이어지는 대마도 횡단 노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터널 전체 길이는 217km, 해저 길이는 141km로 건설되면 세계 최장의 해저터널이 된다(영국-프랑스를 잇는 50.54km의 유로터널보다 4배 이상 길다).

    공사비용은 약 10조엔(약 130조원), 공사기간은 10년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후지하시 소장은 “최근 굴착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기에 비용과 기간은 이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며 “터널 건설에 따른 한일 양국의 경제효과는 (건설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통합이 가능해짐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한 새로운 동북아 경제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당수 한국인은 섬나라인 일본에게 ‘대륙 진출로’를 제공하는 등 일본에게만 경제적 이득이 될 것으로 본다. 터널의 일본 측 시발점인 가라쓰 지역이 임진왜란의 출병지였다는 점도 한국인에게 거부감을 주는 대목. 한편 일본에서는 대다수 국민이 한일 해저터널에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알고 있는 사람들도 해저터널의 비용 대비 효과를 그리 높지 않게 본다.

    이에 대해 평화통일재단 고부안 사무차장은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담당하는 부분은 전체의 10분의 1에 그쳐 비용 면에서 부담이 크지 않다”며 “해저터널이 뚫리면 작게는 쓰시마를 비롯해 규슈 지역과의 교류를 통해 부산 등 남부지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크게는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미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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