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 돌려주는 ‘공정무역’ 전도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4-22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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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 돌려주는 ‘공정무역’ 전도사
    열혈 환경운동가가 기업 CEO로 변신했다. 서울 안국동에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공정무역 전문 매장 ‘그루’(02-739-7944)의 이미영(42·사진 오른쪽) 대표가 그 주인공. 대학 졸업 뒤 여성환경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운동가’의 삶을 살던 이 대표가 기업을 세운 건, 사회운동 과정에서 만난 네팔, 방글라데시 등 제3세계 여성들의 삶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여성이더군요. 그들의 빈곤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공정무역’에 대해 알게 됐어요.”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무역 방식을 가리키는 말. 국경을 넘어 싼 임금을 찾아다니는 다국적 기업의 운영 방식을 거부하고, 생산을 통해 발생한 부가가치를 생산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대표는 2007년 우리나라에 공정무역 이념과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회사 ‘페어트레이드코리아’를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기업 생활에 뛰어들었다. 그가 대표를 맡았을 뿐, 사실 이 회사는 여성환경연대, 여성민우회, 원불교, 주민생협 등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NGO(비정부기구)와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시민 주식회사다.‘그루’ 매장을 통해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라오스 4개국에서 수입한 의류와 패션 소품 등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수공예품은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생산자들에게 많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어요. 옷을 하나 만들려 해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도 많이 늘릴 수 있고요. 일자리가 늘어나면 생산자 집단이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그루’에서 판매하는 한 블라우스는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식물에서 섬유를 채취하고, 그 섬유로 실을 만들어 염색한 뒤 다시 베틀로 직조해 재단, 봉제하기까지 수십 명의 손길이 들어갔다. 가격은 6만8000원. 이 대표는 “소비자가 이 블라우스를 제값 주고 사면, 베틀로 옷을 짓는 라오스 여성이 충분한 식량을 살 수 있고, 절망에 빠진 인도의 면화 재배 농민이 자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저는 사람들이 자선하는 마음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것은 원치 않아요. 가격표를 보기 전에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그걸 만든 사람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면, 공정한 거래의 방식으로 공정무역에 동참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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