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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특파원의 뉴욕 익스플로러

에드거 앨런 포 유해 모셔가기 경쟁

에드거 앨런 포 유해 모셔가기 경쟁

아주아주 오래전 바닷가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애너벨 리라면 당신도 알지 몰라요/ 이 소녀는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밖에/ 딴생각은 아무것도 없이 살았어요.’

미국의 ‘국민 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지은 ‘애너벨 리’라는 시다.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로도 잘 알려진 포는 미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최근 포의 유해를 둘러싸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뉴욕, 리치먼드 등 도시들이 자기 도시가 포의 유해가 안치돼야 하는 ‘진정한’ 고향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포는 어렸을 때부터 이 도시 저 도시를 옮겨다니며 살았다. 그는 1809년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부부 배우였던 아버지 데이비드 포와 어머니 엘리자베스 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2년 만에 부모를 잃은 포는 버지니아 리치먼드에 사는 스코틀랜드 출신 상인 존 앨런의 보호를 받으며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1849년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는 필라델피아와 뉴욕시 브롱크스에서 각각 몇 년씩 살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내년 1월 포 탄생 200주기를 앞두고 그가 인연을 맺은 몇 개 도시에서 그의 유해를 유치하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탄생 200주기 앞두고 그가 살았던 도시마다 유해 유치 나서

가장 최근에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필라델피아. 이 도시에서 포의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 에드워드 페팃 씨는 지난해 10월 필라델피아시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포가 머물렀던 필라델피아는 그의 대부분 작품에 영감을 준 곳”이라며 “포의 유해가 있어야 할 곳은 필라델피아”라고 주장하는 글을 실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당장 볼티모어의 한 공동묘지에 안치된 포를 모셔와야 한다”며 “내가 삽을 가져가겠다”고까지 했다. 포가 생전에 필라델피아에서 살았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에드거 앨런 포 국립기념관’에는 매년 1만5000명 정도가 방문한다. 이는 볼티모어에 있는 ‘포 기념관’의 연간 방문객 5000명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볼티모어가 이러한 주장을 참고 있을 리 만무하다. 볼티모어 포 기념관의 큐레이터인 제프 제로미 씨는 “필라델피아는 존 윌크스 부스의 유해나 가져가라”고 반박했다. 존 윌크스 부스는 볼티모어에 묻혀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암살범을 말한다.

뉴욕시에 살고 있는 포의 친척들은 포가 뉴욕에 살 때 작가로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며 브루클린의 한 묘지로 포의 유해를 안치하려 한 적도 있다. 한편 역사학자들과 영문학자들은 포가 어린 시절을 보낸 리치먼드에 포를 안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라델피아의 페팃 씨와 볼티모어의 제로미 씨는 내년 1월 토론회를 열어 담판 짓겠다는 계획이다. 포 유해를 둘러싼 두 도시의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8.11.25 662호 (p74~74)

  • 신치영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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