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8

2008.10.28

‘침묵의 살인자’ 간암 중년 남성 정조준

평균 발병 연령 점점 낮아져 2005년엔 43.3세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8-10-20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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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살인자’ 간암 중년 남성 정조준

    피로감, 식욕부진, 전신 무력감,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심하게 나타날 경우 간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간은 각종 영양분을 인체 여러 조직에 전달, 저장하고 알코올이나 약물 등을 해독하는 중요한 장기다. 하지만 어지간히 아파도 표를 내지 않는 ‘무던한’ 장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간질환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간을 혹사하고 최악의 경우 간암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듣는다.

    10월20일은 ‘간의 날’. 이를 맞아 소리 없이 중년 남성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간암의 발병 원인과 증상, 치료법과 최신 트렌드인 먹는 간암치료제에 대해 알아본다.

    간암은 우리나라 남성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로, 간암으로 인한 중장년층의 사망은 생산성 저하, 가족 부양 실패라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불러온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63만명이 간암으로 진단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만1174명(국립암센터 자료)의 간암 환자가 발생한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암 발생 통계’에 따르면 2003~2005년 35~64세 남성군의 간암 발생률은 10만명당 75.7명으로, 위암에 이어 발생률 2위를 차지했다. 간암의 평균 발병 연령은 45~50세 전후로 남성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발병률을 보인다.

    자각증상 거의 없어 말기 상태로 발견되기도

    더욱 심각한 것은 1999년 이후 남성의 간암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암 발생 통계’에 따르면 1999년 48.5세이던 간암 평균 발병 연령은 2005년에는 43.3세로 무려 5세 이상 낮아졌다. 이젠 40대 남성도 결코 간암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암은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처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간암은 상대적으로 주요 원인이 밝혀져 있다. 주원인으로 만성간염 바이러스를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간암 환자의 70%가 B형 만성간염을 앓고 있다. 나머지는 C형간염, 알코올성 만성 간질환, 원인이 불명확한 경우가 각각 10%씩 차지한다.

    국립암센터의 간암 위험요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10명 중 1명 정도가 알코올성 만성 간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증가 추세여서 앞으로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증가와 더불어 이에 따른 간암의 발생위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간암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상당히 진전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단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암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아무런 치료도 할 수 없는 말기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하루빨리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흔히 간암의 증상으로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전신 무력감, 오른쪽 윗배 불쾌감, 소화불량 등이 관찰된다. 하지만 이들 증상은 다른 질병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간질환이나 간암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대표적인 간암 증상이므로, 극심한 피로나 식욕부진 등이 오래 나타나면 간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간암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다.

    간암 진단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방사선검사가 필요한데, 그중 초음파검사가 간편하고 경제적이며 정확도도 높아 선별검사로는 우선적으로 활용된다.

    간암 치료법으로는 수술 요법과 비수술 요법이 있다. 조기 검진으로 간암을 초기에 발견했다면 간 절제술이나 간 이식술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간기능이 나쁘거나 고령, 또는 다른 건강상 이유로 수술을 받기 어려울 때는 국소적으로 암을 죽이는 치료를 시도한다. 여기에는 경동맥 화학색전술, 알코올 주입법, 고주파 열치료 등이 있다(표 참조).

    이 밖에도 새롭게 등장한 간암치료제 넥사바가 있다.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토실레이트)는 단일표적 항암제보다 한 단계 진화된 다중표적 항암제다. 단일표적 항암제가 암세포나 혈관 내피세포 중 하나만 공격하는 원리라면, 다중표적 항암제는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는 물론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내피세포까지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따라서 종양의 증식과 혈관 생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반면, 기존 세포 독성 항암제가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끼쳐 생겼던 탈모, 구토 등의 부작용은 줄임으로써 상대적으로 내약성이 우수하다.

    세계 최초의 먹는 간암치료제 등장 ‘희소식’

    ‘침묵의 살인자’ 간암 중년 남성 정조준

    잦은 술자리는 간에 부담을 주어 각종 질병을 야기한다(위). 최초의 먹는 간암치료제 넥사바.

    넥사바는 다중표적 항암제이자 세계 최초의 먹는 간암치료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았고, 현재 시판 중이다. 넥사바는 말기 간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신적 항암 요법이다. 하루 2회 복용하는 경구용 제제라 말기 간암 환자들이 주사를 맞기 위해 내원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며, 휴약 기간 없이 지속적으로 복용할 수 있어 기존 항암제처럼 일일이 치료 주기를 챙길 필요가 없다. 또한 함께 복용하는 약물과의 복약 조절이 편리해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세계적 종양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의 화두는 넥사바였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간암 환자 대상의 넥사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그 결과에 따르면 넥사바는 말기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47% 이상, 무진행 생존율은 74%까지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넥사바는 다양한 환자군, 즉 연령과 전이 여부, 혈관 침투 여부 등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과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만성 B형간염을 앓는 환자가 자각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만성 B형간염 환자 중에는 치료과정에서 별다른 증세가 없거나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를 소홀히 하다 간암 말기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 간암은 자각증상이 뒤늦게 나타나므로 말기에 병원을 찾았을 땐 완치 가능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간암 위험인자를 보유한 사람들은 정기 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간암 치료법 비교
    구분 특징 비고
    수술적 치료
    간 절제술 - 잔존 간기능 양호 국소적 치료로 초기 간암의 경우에 제한됨
    - 암 크기 2~3cm 이하 혈관 및 타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
    간 이식술 - 연령 65세 이하
    - 암 크기 3cm 이하, 3개 이하
    - 간 외 전이 없어야 함
    - 간 제공자를 찾기 어려움
    비수술적 치료
    경동맥 화학색전술 - 암의 크기가 작고 소수인 경우
    - 간 외 전이 없어야 함 절제 불가능한 경우에도 사용 가능
    알코올 주입법 - 암 개수 3개 이하이면서 크기 3cm 이하
    고주파 열치료 - 말기 간암에 사용 가능
    전신적 항암 요법-간암 치료의 최신 트렌드
    세계 최초의 먹는 간암 치료제 ‘넥사바’ - 진행성 간암에서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전신적 항암 요법
    - 먹는 약으로 집에서 암 관리 가능
    - 한국인 포함한 말기 간암 환자의 전체 생존율 47% 이상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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