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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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도전하는 삶 희망의 슛을 쏜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출전 시각장애인 축구팀 … 한 팀 5명 구성, 메달 목표 폭염 속 구슬땀

  • 춘천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08-18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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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고 도전하는 삶 희망의 슛을 쏜다
    “금메달입니다~, 금메달!”

    중국 베이징에서 연일 전해오는 태극전사들의 금(金)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거린다. 하지만 그 한 언저리에선 또 다른 금메달을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17일간의 베이징올림픽 경기 일정이 끝나면 9월6일부터 17일까지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축구대표팀은 단체 구기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남미 2개국, 유럽 2개국, 아시아 2개국이 출전하는 시각장애인 축구경기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두 나라가 금메달 경쟁을 벌이고, 한국 대표팀은 메달권 입상을 목표로 한다.

    8월11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송암동에 자리한 의암빙상경기장 옆 풋살구장. 선수들은 2대 2로 편을 갈라 연습에 한창이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눈에 안대를 두르고, 공을 향해 뛰어가느라 여념이 없다. 서로 다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몸싸움도 일반경기와 다를 바 없이 치열하다. 실제 경기는 장애인 필드플레이어 4명, 시각장애가 없는 정안인(正眼人) 골키퍼 등 5명이 한 팀을 이루지만 훈련은 2대 2 연습을 주로 한다.

    이옥형(42) 감독은 “개인기와 체력이 좋은 남미와 유럽 팀 선수들에 맞서기 위해 체력을 강화하고 개인기를 늘리는 데는 2대 2 연습이 최고”라고 말한다. 정상인도 소화해내기 힘든 강도 높은 훈련에 교체하고 들어온 선수들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물 줘. 물!”

    급하게 물을 들이켠 뒤에도 한동안은 정신이 없다.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최용수 씨를 닮은 팀의 에이스 오용균(36) 씨는 “힘들지만 모두 훈련에 자발적입니다. 지금은 더운 날씨가 곤혹스럽지만 조금이라도 더 공을 차야죠”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에도 이 감독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제가 훈련을 강하게 시켜요. 아직 컨디션이 100% 올라온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비장애인이 감독직을 맡아왔지만 이번 올림픽만큼은 시각장애인인 이 감독 자신이 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엔 대한장애인축구협회에서도 반대가 많았죠. 하지만 실력으로 보여줬죠. 지난해 아시아 예선대회에서 2등을 해 올림픽 티켓을 딴 것으로 증명한 겁니다.”

    단체 구기종목 유일한 출전권 획득

    시각장애인 축구대표팀은 7월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옆 전용축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끊이지 않는 매미 울음소리. 시각장애인들인 만큼 소리에 민감해 훈련장소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구한 곳이 바로 지금의 장소. 하지만 여기에도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폭염이었다. 경기장 바깥 온도는 33℃. 인조잔디의 열기를 감안하면 체감온도는 40℃를 훨씬 웃돌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온몸을 적시는데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말 그대로 땀범벅이다. “옷을 짜면 땀이 한 바가지는 나올 거예요”라는 선수들의 우스갯소리가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현재 선수단은 선수 10명에 스태프 3명, 현지 스태프 지원 2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두 달 이상 합숙하며 더운 날씨에도 막바지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사연을 지니고 베이징을 향해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골키퍼 조우현(23) 씨는 대학에서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했다. 2006년 포항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축구경기에 자원봉사자로 나섰다가 우연히 골키퍼를 맡게 된 것이 시각장애인 축구팀과의 첫 인연이다.

    “4학년이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였지만 베이징올림픽에 간다는 좋은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어요.”

    김정훈(33) 김난희(30) 씨 부부도 있다. 남편 김정훈 선수는 필드플레이어로, 아내 김난희 씨는 트레이너로 올림픽에 참가한다.

    “5, 4, 3 때려!”

    “살려줘, 살려줘, 그렇지. 반대로 줘.”

    꿈꾸고 도전하는 삶 희망의 슛을 쏜다

    김정훈, 김난희 씨 부부가 휴식시간을 이용해 뭉친 근육을 풀고 있다.

    김난희 씨가 남편을 향해 골대 뒤에서 연신 소리를 높인다. 김씨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공을 향해 움직이고 슛을 날린다. 비장애인인 김씨는 골키퍼인 조씨와 함께 시각장애인 축구경기의 눈을 담당한다. 조씨는 수비 위치를, 가이드인 김씨는 공격 위치를 지시하며 쉴새없이 말을 쏘아댄다. 선수들끼리도 서로 자신의 위치를 외쳐대며 공을 향해 달려간다. 감독의 고함소리에 특수 제작된 축구공 안의 쇳소리까지, 축구장 안은 ‘소리천국’이다.

    낮 12시가 훨씬 지나서야 끝이 없는 듯 보였던 오전 훈련이 끝났다. 모두들 훈련장 뒤쪽으로 달려가 웃통을 벗고 등목을 한다. 물장구를 치며 노는 순간만큼은 훈련의 고단함도 잠시 잊는다. 점심으로 나온 오징어덮밥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오후 훈련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숙소라고 해서 근사한 곳은 아니다. 훈련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자리한 모텔 3개 층을 빌려 임시 숙소로 활용한다. ‘억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이라도 지원을 해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각자 방으로 들어간 선수들은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붙인다. 스태프와 일부 선수들은 비디오 자료를 보며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을 한다. 그렇게 짧은 휴식시간이 지나면 선수들은 날씨가 선선해질 때를 기다려 다시 훈련장으로 나선다.

    태극마크 자부심 따뜻한 관심 절실

    9월1일 이들은 베이징으로 향한다. 지상파 중계방송도 하지 않고, 그 흔한 기업의 후원도 없다. 국민의 관심을 벗어난 ‘그들만의 경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장애인 스포츠에 작은 관심이나마 가져줄 것을 부탁한다.

    “올림픽이라는 빅 게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죠. 하지만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요.”(김재식 선수)

    “선수들 모두 자영업, 안마사 등 생업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저마다 개인 생활을 잠시 접었어요.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이옥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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