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2008.04.22

美가 권력 누리는 시대 내세울 것 없는 권력 역설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입력2008-04-14 1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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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와 신권력, 무슨 소리인가 했다. 각 정당 대변인이 미인으로 포진돼 있고, 잘생긴 사람이 힘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아, ‘주간동아’ 631호는 소재를 잡기가 힘들었나 보다. 아름다움이란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도 예쁜 얼굴에 더 눈길을 준다. 이것을 권력으로 언급하면 하나마나 한 소리다. 아니, 권력이 정말 내세울 만한 게 없는 상황임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시사주간지 커버스토리 주제라면 이 점이 지적됐어야 했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권력은 이제 총구나 펜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능에 충실한 상황이 된 것 같다. 이것이 권력인가?

    “권력에 취하던 시대를 지나 미가 권력을 누리는 시대” 운운의 글은 권력의 분명한 특성이나 역할이 없음을 지적하는 말이 돼야 한다. 미가 권력이었던 것은 인류 역사에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있었다. 그럴 때는 항상 정치가와 권력 또는 힘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주간동아’가 인간의 본능적 반응을 탐색해야 하는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번 호의 주제에 맞추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일까? 뉴스 인물에 한 미인의 사진이 나왔다. 그런데 삼성전자 상무라는 이분이 왜 뉴스 인물로 선정됐을까?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궁금해졌다.

    커버스토리와 동떨어지기는 했지만 트렌드 시사 이슈들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공무원 보신주의 탓’에 정보공개 청구가 있으나마나 하다는 기사도 특별했다. 공무원들이 이제 분명한 이익집단이 된 현상을 잘 알려줬다. 여기에 ‘봉하마을 아저씨’기사는 동물원의 무엇을 구경한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무료 입장, 무료 공연에다 로또 당첨 운까지 연결한 기사는 정작 핵심을 놓쳤다. 그분을 통해 국민들이 찾고 싶은 정치지도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확인했어야 했다. ‘백골단 아닙니다, 경찰기동대라 불러줘요’라는 기사는 갑자기 1980년대로 돌아가버린 경찰의 이야기였다. 이름이 무엇이든 경찰이 자리매김을 또 다르게 하는 것 같다. 한총련도 몰락한다는데 꼭 권력의 시녀처럼 보여야 하나.

    美가 권력 누리는 시대 내세울 것 없는 권력 역설
    어수선한 마음으로 기사들을 뒤적였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트렌드와 라이프 관련 기사였다. 봄 뱃살 빼는 비법부터 기차 이야기, 와인 스토리는 모두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이전에는 보지도 않고 지나갔던 ‘스티브 잡스에게 배우는 실전영어’도 새삼스레 읽어보았다. 631호는 그래서 영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는 내 행동은 전 국민이 겪는 영어 불안의 한 증상이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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