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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직함, 그녀의 우아함을 만나다

폴 로저 빈티지 샴페인 ‘서 윈스턴 처칠’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그의 강직함, 그녀의 우아함을 만나다

그의 강직함, 그녀의 우아함을 만나다

◀서 윈스턴 처칠 빈티지 샴페인.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널],
▶윈스턴 처칠(왼쪽)과 오데트 폴 로저.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대단한 샴페인 애호가였다. 그는 특히 폴 로저(Pol Roger)라는 샴페인을 좋아해 점심과 저녁식사 때마다 약 500ml(3분의 2병)씩 즐겼다고 한다. 처칠의 폴 로저 사랑은 이후 두 가문의 우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 파리주재 영국대사관에서는 종전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곳에서 처칠은 오데트 폴 로저를 만났다. 오데트는 폴 로저의 3대손인 자크의 아내다. 프랑스 장군의 딸인 그는 전쟁 중 시아버지를 도와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용감한 여성이었다. 파리까지 자전거로 12시간 달려 자금을 운반하다 독일 나치정권의 비밀국가경찰 게슈타포에게 취조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처칠은 지적이고 아름다운 오데트에게 호감을 느꼈고 오데트 또한 처칠의 인품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37년이란 나이 차에도 돈독한 우정을 유지했다. 처칠은 자신의 애마에게 오데트 폴 로저라는 이름을 붙였고, 오데트는 매년 처칠의 생일에 폴 로저가 만든 최고급 샴페인을 한 상자씩 보냈다. 1965년 처칠이 사망하자 폴 로저는 영국으로 수출하는 샴페인 레이블에 20년간 검은 테두리를 둘러 애도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처칠이 사망한 지 10년째 되던 해인 1975년 폴 로저는 빈티지 샴페인 ‘서(Sir) 윈스턴 처칠’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샴페인은 처칠이 생전에 좋아하던 스타일을 복원한 것이다. 50년대 이후 샴페인은 식전주로 마시기 좋게 가벼운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처칠은 음식과 잘 어울리는 묵직한 스타일을 즐겼다. 서 윈스턴 처칠의 양조법은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샤르도네(Chardonnay)보다 피노 누아르(Pinot Noir)가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자세한 블렌딩 비율은 극비다. 폴 로저는 처칠의 꿋꿋한 의지와 기상이 느껴지는 샴페인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한다고만 말한다.

서 윈스턴 처칠은 포도 수확이 월등한 해에만 만드는 빈티지(Vintage·생산연도) 샴페인이다. 여러 해 와인을 섞어 만드는 일반 샴페인에 비해 빈티지 샴페인은 고급이다. 서 윈스턴 처칠은 폴 로저가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폴 로저는 서 윈스턴 처칠의 숙성에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다른 빈티지 샴페인의 숙성기간이 7년 정도인 데 비해 서 윈스턴 처칠은 최소 10년간 숙성시킨다. 현재 구매 가능한 서 윈스턴 처칠 최신 빈티지는 2004년 산이다.



서 윈스턴 처칠의 기포는 크림처럼 부드럽다. 잔에 담긴 샴페인에서도 기포가 금방 사라지지 않고 마시는 내내 실처럼 가늘게 끊임없이 올라온다. 긴 숙성기간 기포가 샴페인에 충분히 녹아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모금 머금으면 진하고 달콤한 과일향, 부드러운 질감, 탄탄한 구조감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처칠의 강직함과 오데트의 우아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듯한 맛이다.

‘시간은 돈이 아니라 품질이다.’ 긴 시간 공들여 샴페인을 만드는 폴 로저의 양조 철학이자 소중한 인연을 오래 간직하는 가문의 성격이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5대손 위베르 드 빌리는 할머니 오데트가 들려준 처칠 총리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서 윈스턴 처칠은 두 가문의 우정이 탄생시킨 명품이다.






주간동아 2016.12.07 1066호 (p73~73)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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