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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경북도의 수상한 보조금 - ‘박정희’ ‘새마을운동’ 묻지 마 지원

‘글로벌새마을포럼’ 보조금 지급 조건 어겨… 관련 새마을단체 사무실, 상주 인력 없는 ‘유령’ 의혹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대구시·경북도의 수상한 보조금 - ‘박정희’ ‘새마을운동’ 묻지 마 지원

대구시·경북도의 수상한 보조금 - ‘박정희’ ‘새마을운동’  묻지 마 지원

최외출 전 영남대 대외협력부총장. 박근혜 정권의 실세로 불리지만 최근 영남대 총장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외출 전 영남대 대외협력부총장이 대표로 있는 특정 단체에 예산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핵심은 이들 시도가 자체 보조금 조례를 어기고 사무실도, 상주 직원도 없는 연구단체에 각각 2억 원, 1억5000만 원씩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것. 실질적으로 보조금 지원을 받은 곳은 최 전 부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글로벌새마을포럼이라는 연구단체다. 글로벌새마을포럼은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K호텔에서 열린 같은 이름의 행사를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았다.



경북도, 조례 어긴 단체에 보조금 지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도는 지난해 글로벌새마을포럼에 1억5000만 원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 단체와 같은 이름의 행사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2015년 새마을국제화기구 출범지원 보조사업, 글로벌새마을포럼)이었다. 이 단체가 경북도에 보조금 지원 신청을 한 법적 근거는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 제3조 1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새마을운동조직에 출연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글로벌새마을포럼은 총예산 3억5000만 원 가운데 2억 원을 자체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1억5000만 원의 보조금 교부 신청서를 도청에 제출했다. 이 단체가 보조금을 받는 데 자체 부담금 조건을 내건 이유는 경북도 보조금 관리조례 제7조(보조금액에 대한 상당률의 자체부담 조건) 때문이다. 동일 조례 제11조는 보조금 결정 때 내건 조건을 반드시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

그러나 글로벌새마을포럼이 보내온 2015년 정산보고서를 보면 보조금의 용도인 포럼 행사 총예산액은 1억5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자체 부담액은 0원으로 기록돼 있다. 글로벌새마을포럼 측은 당초 약속과 다르게 자체 부담 조건을 지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경북도는 법규를 어긴 단체에게 보조금을 지원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이정미 의원실은 “경북도가 글로벌새마을포럼과 운영단체에 대한 구체적 확인 절차 없이 예산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매년 글로벌새마을포럼을 지원해왔는데 항상 좋은 성과를 내 지난해에도 지원한 것으로 안다”며 “지원사업 정산보고서에 글로벌새마을포럼 측 부담금이 0원으로 표기된 것은 당시 도청 실무 담당자와 포럼 실무 담당자 간 이해 차이로 발생한 서류상 실수”라고 해명했다.

대구시도 경북도와 같은 내용으로 글로벌새마을포럼의 보조금을 신청받았지만 대응 방식은 달랐다. 대구시 관계자는 “처음에는 포럼 주최자가 행사와 동명의 글로벌새마을포럼이라는 단체였다. 행사에 투입될 총예산 3억5000만 원 가운데 2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해달라는 내용이었고, 1억5000만원은 자체 부담으로 해결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체가 자체 부담금을 낼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관련 부서에서 반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조금만으로 공짜 행사 진행 의혹

실제 대구시 보조금 관련 조례에는 경북도와 마찬가지로 자체 부담금 조건을 건 경우 이를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제16, 17조에 명시돼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후에 포럼 주최자가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으로 바뀌어 다시 공문이 왔다. (이 재단은 자체 부담금 조건을 지킬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보조금 2억 원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결국 같은 사업(행사)에 지원된 보조금인데, 주최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반려된 사업에 지급한 셈이다. 더욱이 명목상 보조금을 받은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은 글로벌새마을포럼과 마찬가지로 6월까지 최 전 부총장이 원장이었다. 과연 ‘새마을’ ‘박정희’ ‘최외출’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대구시와 경북도가 선뜻 보조금을 지원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행사 보조금을 대구시, 경북도 양측으로부터 받은 것도 문제의 여지가 있다. 글로벌새마을포럼이 대구시와 경북도에 각각 보낸 보조금 요청서에 따르면 행사에 투입될 총예산은 똑같이 3억5000만 원. 실제 행사에 총예산 이상으로 들어간 돈이 없다면 글로벌새마을포럼은 자체 부담금 한 푼 들이지 않고 공짜로 행사를 진행한 셈이다. 포럼 주최 측이 대구시에 보낸 보조금 요청서의 자체 부담액 난에는 경북도 보조금(1억5000만 원)을 적어 내고, 경북도에 보낸 보조금 요청서에는 반대로 대구시 보조금(2억 원)을 자체 부담금으로 써 냈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는 모두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을 한다며 보조금 신청이 들어와 집행한 것이지, 같은 행사에 중복 신청했는지 여부는 현재 보조금 관리 시스템상 확인할 수 없다”며 “만약 같은 행사에 중복해 보조금을 신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1월 3일 이정미 의원은 보조금 의혹과 함께 “최 전 부총장이 ‘유령법인’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지목한 유령법인의 이름은 ‘글로벌새마을개발네트워크(GSDN)’. 글로벌새마을포럼이 지난해 9월 개최한 포럼을 통해 만들어진 연구단체다. 과연 이들 단체는 유령법인일까. 경북도와 대구시 관계자로부터 받은 두 단체의 연락처로 이틀에 걸쳐 전화를 해봤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통화연결음은 영남대 안내 컬러링. 두 단체의 연락처를 인터넷 전화번호부로 검색해보니 최 전 부총장이 원장으로 있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이 나왔다.



사무실도, 사람도 없는 유령법인  

대구시·경북도의 수상한 보조금 - ‘박정희’ ‘새마을운동’  묻지 마 지원

지구촌발전재단이 입주한 대구예술대 교육관(오른쪽). 문틈으로 보이는 지구촌발전재단 사무실에는 책상 몇 개만 놓여 있다. [박세준 기자]

기자가 11월 22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안에 있는 이 대학원을 찾아가 글로벌새마을포럼에 대해 물었으나 관계자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로부터 받은 글로벌새마을포럼 전화번호에 대해서도 역시 “대학원 내부에서 쓰지 않는 번호로 알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령법인이라는 의혹을 받는 GSDN은 외교부 소관 법인으로, 이 법인의 설립 목적은 ‘새마을 개발의 정신과 가치를 실천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GSDN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박근혜 정권의 주요 인사와 유엔 관련 인사의 사진 및 이름이 올라와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대선) 때 박근혜캠프행복교육추진단에 참여했던 기영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과 인요한 전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이승정 대통령자문위원, 이돈구 전 산림청장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 이사로는 뤼크 냐카자(Luc Gnacadja) 전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사무총장의 이름이 보인다.  

홈페이지에 오른 인물의 면면을 보면 규모 있는 단체인 듯하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상 GSDN은 ‘지구촌발전재단’이라는 단체의 세부 목적 사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GSDN의 법인 설립신고서에 적힌 연락처를 확인한 결과, 대구 시내에 있는 지구촌발전재단의 전화번호로 확인됐다. 지구촌발전재단은 1993년 최 전 부총장이 1억51만 원 출연금으로 설립한 학술 및 장학재단이다. 지구촌발전재단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앞서 보조금 논란을 빚은 단체인 글로벌새마을포럼과 GSDN 모두 이 재단이 하는 일개 사업일 뿐이었다.



최외출 전 부총장 “아무 문제없다”

대구시·경북도의 수상한 보조금 - ‘박정희’ ‘새마을운동’  묻지 마 지원

지구촌발전재단의 법인 등기부등본. 목적란에 글로벌새마을개발네트워크(GSDN)와 글로벌새마을포럼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제공·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같은 날 대구 시내에 있는 지구촌발전재단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겼고, 문 옆에 ‘지구촌발전재단’이라는 작은 현판이 붙어 있었다. 문틈으로 사무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사무집기는 고사하고 의자 하나 없었다. 인적 없는 사무실에 책상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재단이 입주한 건물의 경비원은 “4개월 전부터 6층은 사실상 비어 있었다. 가끔 늦은 밤에 지구촌발전재단에서 왔다며 젊은 사람이 찾아와 우편물을 챙겨 가곤 했다. 그것 말고는 6층에 아무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GSDN이 외교부에 제출한 법인 설립허가 신청서상 사무실 주소는 영남대 중앙도서관 14층 1401호. 해당 주소지를 방문해보니 사무실 입구에 ‘GSDN’이라고 쓰인 손바닥만 한 인쇄물이 붙어 있고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다. 몇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2시간 뒤 다시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정미 의원은 “전 유엔 인사, 현 정부 인사까지 관련된 법인이 사무실과 직원도 없는 유령법인 같은 상태다. 현 정권의 지원 아래 국제단체를 키워 차기 대권후보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세력을 지원하려는 계획이었던 것 같다. 이 작전이 최순실 게이트로 잠정 중단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장은 ‘주간동아’로 보내온 e메일을 통해 “사무실이 있어야만 연구단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무실과 상주 직원이 없더라도 고유번호증과 ‘법인으로 보는 단체의 국세에 관한 의무이행자 지정통지서’를 국세청으로부터 발급받으면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GSDN과 글로벌새마을포럼, 지구촌발전재단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구촌발전재단은 GSDN과 글로벌새마을포럼이 법인 조건을 준비하는 동안 행정직 지원을 받는 일종의 인큐베이터다. 현재 GSDN과 글로벌새마을포럼, 지구촌발전재단은 전부 다른 조직이며 실체가 있다. 세 단체 모두 운용 자금이 너무 적은 탓에 상근 직원을 채용할 수 없어 사무실을 비웠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주간동아 2016.11.30 1065호 (p12~15)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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