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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TV 영역 넘본다

컴퓨터 기능 달린 셋톱박스형 ‘IPTV’ … 채널 무제한·디지털 쌍방향 ‘장점’

인터넷, TV 영역 넘본다

인터넷, TV 영역 넘본다
인터넷은 우리들의 저녁시간을 TV로부터 빼앗아갔다.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기에 우리들은 편한 소파와 넓은 화면을 버리고 작은 모니터 앞에 앉았다. 인터넷은 그런 식으로 신문과 잡지의 역할을 잠식해갔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융합이라고는 하나 방송마저 통신이 삼킬 수 있다는 뜻이다.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는 일종의 컴퓨터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를 TV에 달아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고 또 받아 보는 것을 말한다. 유·무선 전파를 통해 모든 채널이 다 송출되는 것이 아니라 보고 있는 채널만 인터넷을 통해 송출되므로, 이론적으로는 채널의 수가 무제한이 된다. 게다가 이를 제어하는 권한이 방송사가 아닌 통신사로 넘어간다. 인터넷이 지닌 디지털 쌍방향 대화의 다양한 장점도 그대로 계승한다.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과 같은 문화가 TV에도 생길지 모른다.

포털처럼 TV에도 댓글 다는 시대?

뿐만 아니라 셋톱박스는 가정 내 콘텐츠 서버의 구실도 할 것이다. 파일로 녹화(DVR)를 해 모바일 단말기나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모아서 볼 수도 있다. TV 시청도 인터넷을 활용하듯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했던 디지털의 새로운 활용법이 방송을 분명히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파에 앉아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일에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IPTV는 예상 밖의 히트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 TV 영역 넘본다
그렇다면 통신과 방송은 화해할 수 없는 사이일까. 특히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채널을 재판매하고 관할해왔던 유선방송과 케이블 업자들이다. 이미 2004년 케이블방송 업계는 통신사업자들이 미디어 그룹으로 발전하려는 야심을 억누르기 위해 ‘IPTV에 대한 케이블TV 업계 입장’을 방송위원회에 제출했고, 이는 정통부와 방송위의 갈등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케이블 위에 인터넷을 얹는 것으로 신시대를 대비해왔던 케이블 업자들로서는, 인터넷 위에 자신들이 얹힌다는 설정에 적잖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통신사업자들은 한술 더 떠 TV 포털을 만들어 기존 포털의 장악력을 해체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로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최대 유선통신사인 SBC커뮤니케이션처럼 IPTV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한국의 현 세태처럼 경쟁 구도로 가는 것. 과연 무엇이 길일까.

인터넷으로 가는 가장 큰 관문인, PC를 제공해왔던 MS는 이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SBC커뮤니케이션도 MS의 솔루션 Microsoft TV IPTV 에디션을 채택, 모토롤라나 사이언티픽 애틀랜타 등의 셋톱박스 제조업자들과 함께 IPTV를 기획 중이다. 미국 통신업자 Verizon도 디즈니사의 12채널을 이 플랫폼으로 다룰 계획이다.

스스로가 망사업자이자 포털인 일본 야후는 이미 이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지니고 있다. 아직 맹아적인 형태지만 야후 BBTV는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야후 BB 가입자 중 약 65%가 이용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부각된 것. 트리플 플레이(음성 영상 데이터)의 이상도 꿈만은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IT839가 제시한 광대역통합망(BcN)의 비전도 꿈만은 아니다.

KT,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 등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보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IPTV에는 여러 가지 숙제가 많다. 광고를 삭제하는 지능형 셋톱박스가 등장한다면 기존의 방송이 구성해온 수익의 얼개는 어떻게 되는지, 기본적으로 능동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인터넷에 수동적인 방송이 성공적으로 적응될지 의문이다. 이미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이 충분한 채널의 TV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섬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과 로컬의 문제도 있다.

국내 통신사들 눈치 보며 시기 저울질

IPTV의 세상이 펼쳐진다면, 이론상으로 월경 문제는 위성방송 이상의 것이 될 것이다. 지구 반대편 방송국의 화질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익을 위한 방송 규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헷갈린다. 기술적인 문제도 풀어야 한다. 미국 조사에서 IPTV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나쁜 화질이었다. 작금의 대(大)화면 추세를 받쳐줄 정도의 화질이 나올지 걱정된다. 화질을 위해 한정된 대역폭을 낭비하는 것도 탐탁지 않다. 그러나 어쩌면 BcN이 완성되었을 미래에는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는 IP 기반일지도 모른다.

IPTV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또 다른 데 있다. 가장 대중적인 가전인 TV에 쉽고 친근한 정보 단말의 소명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폭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중국의 IPTV는 좋은 예다. 중국에는 3억6000만의 TV 시청자와 2000만명의 브로드밴드 사용자가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정보화의 시작점을 무엇으로 삼는 것이 좋을까. 정보 전쟁은 끝이 없이 진화 중이다.



주간동아 2005.12.27 516호 (p74~75)

  • 김국현/ 과학칼럼니스트 goodhyun@good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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