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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엘비오 코뇨가 만든 우아함과 순수함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명장 엘비오 코뇨가 만든 우아함과 순수함

명장 엘비오 코뇨가 만든 우아함과 순수함

유기농으로 경작하는 엘비오 코뇨 포도밭(왼쪽). 엘비오 코뇨 가족. 왼쪽부터 손녀 엘레나, 사위 피소레, 딸 나디아. [사진 제공 · 에노케타코리아]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Barolo)’. 바롤로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Piemonte)의 작은 마을로, 마을 사람들은 네비올로(Nebbiolo)라는 포도로 이 와인을 만들었다. 매혹적인 적갈색을 띠는 이 와인에선 진한 베리, 장미, 민트, 감초, 커피, 담배 등 다채로운 향미가 마법처럼 피어난다. 하지만 바롤로는 네비올로의 강한 타닌 때문에 적어도 10년은 묵혀야 제맛이 난다. 타닌은 오랜 시간 입자가 서로 뭉쳐 커져야만 입안에서 부드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바롤로 생산자들은 타닌을 길들이려고 2500~3000들이 큰 나무통에서 최소 4~5년간 와인을 숙성시켰다. 이렇게 오래 묵혔다 출시해도 병 숙성을 5년 이상 더 거쳐야 와인이 겨우 마실 만해졌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일부 생산자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에서 쓰는 225들이 작은 오크통을 이용해 숙성기간을 단축하고 출시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현대적인 바롤로를 만들어냈다. 전통파 생산자는 오크향이 밴 와인은 진정한 바롤로가 아니라면서 이 방법을 배척하고, 현대적인 생산자는 좋은 기술은 받아들여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지금도 두 의견의 대립이 첨예하다.

이런 가운데 엘비오 코뇨(Elvio Cogno) 와이너리는 전통을 지향하면서도 오랜 병 숙성 없이 바로 즐길 수 있는 바롤로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엘비오 코뇨는 피에몬테를 주름잡던 와인 명장이었다. 그는 마르카리니(Marcarini)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하며 전설적인 바롤로 와인을 여럿 만들어냈다. 1990년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엘비오 코뇨 와이너리를 설립했고, 그가 작고한 지금 딸 나디아(Nadia)와 사위 발테르 피소레(Valter Fissore)가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엘비오 코뇨는 와인 품질은 포도밭이 좌우하며 좋은 바롤로는 밭의 특징을 잘 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와인을 만든다. 네비올로 포도밭 네 곳을 모두 유기농으로 경작하면서 밭 성질에 맞춰 네비올로도 각기 다른 클론을 심었다. 와인을 밭별로 따로 만들어 출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발효도 배양 효모를 쓰는 대신 포도에 붙어 있는 자연 효모로만 한다. 모든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밭의 특성을 와인에 최대한 담기 위해서다.





명장 엘비오 코뇨가 만든 우아함과 순수함

엘비오 코뇨 바롤로 카시나 누오바 와인, 브리코 페르니체 와인, 라베라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에노케타코리아] [사진 제공 · 에노케타코리아]

엘비오 코뇨는 전통 방식대로 큰 나무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킨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바롤로는 막 출시된 것을 마셔도 타닌이 부드럽고 신선한 베리, 미네랄, 담배, 홍차 등 우아한 향미가 끊임없이 피어난다. 비결이 무엇일까. 피소레는 와인을 40일간 발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효기간이 짧으면 타닌이 주로 포도껍질에서만 추출되지만 기간이 길면 포도씨에서도 나와 타닌이 부드러운 구조로 바뀐다는 것이다. 작은 오크통을 쓰지 않는 이유도 나무통에서 우러난 타닌이 와인에 더해져 입안이 마르는 느낌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출시된 뒤 바로 마셔도 맛있고 오래 숙성시켜도 맛있는 엘비오 코뇨. 이런 품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전과 실험을 반복했을까. 피소레는 장인 엘비오 코뇨가 위대한 스승이자 멘토였다고 말하면서 바롤로 한 잔에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흘린 땀과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했다. 엘비오 코뇨에서 느껴지는 힘과 우아함이야말로 대를 이어 지켜가는 바롤로의 순수한 맛이다.






주간동아 2016.11.16 1063호 (p76~76)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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