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4

2005.07.19

“장사 30년, 요즘 최고 힘들데이”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 씨, 유명세 빠진 채 장사 전념 … 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여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07-14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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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 30년, 요즘 최고 힘들데이”
    노무현 정부 30개월.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사진) 씨 입에서도 단내가 나는 눈치다. 2002년 대선 당시 그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 찬조 연설에 나서 방황하던 전국의 표심을 노 후보에게로 돌아서게 한 주인공. 그는 그때의 영광과 기쁨으로 지난 30여개월을 살아왔다. 그러나 갈수록 처지는 자갈치시장의 분위기 때문에 자갈치 아지매의 속마음은 타들어간다. 특히 자갈치시장에 ‘나라님’에 대한 이런저런 험담이 나돌 때마다 이 씨는 이중으로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 후 이 씨의 삶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침과 궤를 비슷하게 그린다. 대통령이 잘나가면 그도 잘나갔고, 대통령이 헤매면 그도 덩달아 헤매기 일쑤였다. 이 씨 기억으로 대선 후 몇 개월이 이 씨에게는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

    “노 대통령이 안 됐으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자갈치(시장)에서 내가 어찌 살아남았겠나.”

    건강 안 좋아 병원 신세 지기도 … “대통령 못한다는 소리 들으면 속상해요”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손을 내밀었고, 기분은 하늘을 날았다. 주변에서 민원과 청탁이 몰리기도 했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던 시기였다. 그때는 장사도 잘됐다. 자갈치 아지매를 만나러 일부러 광주에서, 대전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가면서 기념으로 자갈치 아지매의 ‘아귀’를 사갔다. 오라는 데도 많았다. 우리당 모임 등 가는 곳마다 그는 유명세를 치렀다. 그러나 호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참여정부 출범 후 대통령과 야당이 수시로 전선을 형성했고, 그 과정에 노 대통령의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 자갈치시장 기류가 조금씩 바뀌었다. 대통령 측근들 비리도 드러났다. 그 후유증은 즉각 경부선을 타고 자갈치시장을 덮쳤다. 그런 사고가 터지면 주변 상인들은 들으라는 듯 일부러 욕을 더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을 때는 적지 않게 속이 상했다고 한다.



    “말을 많이 하니 국민이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왜 저런 말을 할까.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말을 안 하니 문제가 없지.”

    지난해 총선 때는 동생 때문에 가슴앓이를 적지 않게 했다. 동생이 덜컥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김정길 전 의원을 따라 열린우리당(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는데 동생은 민주당에 출마했으니, 그로서는 낭패였다.

    “참 곤란했다. 나는 우리당 소속인데, 동생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고… 할 수 있나. 그래도 동생인데. 고민하다가 동생 지지 연설을 했다. 민주당과 우리당이 합쳐줬으면 좋겠다.”

    “경제가 어렵고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 씨는 주변 눈치가 보였고, 속이 탔다. 이 씨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래도 꾹 참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달랬다. 이러저런 모임에, 시장 장사에, 마음고생에, 결국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병원 신세도 숱하게 졌다. 그러나 이 씨는 몸이 아픈 것보다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가 더 부담스럽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자기 장사가 심각하다.

    “다른 사람들이 다 어렵다고 한다. 사실 참 힘들다. 30년 동안 자갈치(시장)에서 장사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것은 처음이다. 지난봄에는 전복 먹장어를 싸들고 권양숙 여사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30년 장사를 했는데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권 여사가 참고 견디자고 했지만.”

    그러나 자갈치 아지매 이 씨는 남들처럼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욕하지 않는다.

    “내가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내가 욕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노 대통령에 대한 이 씨의 애정은 지금도 식을 줄을 모른다. 그러나 색깔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는 영광이었고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연민과 기우가 상당 부분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이 씨는 전화 통화에서 노 대통령을 이렇게 변호했다.

    “경제 나쁜 것이 대통령 탓인가.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이 카드를 남발한 후유증 때문에 그렇지…. 잘 될 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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