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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박사의 ‘자녀들과 함께 數學하기’

정확한 의사표현이 관찰·사고력 키우기 ‘첫걸음’

정확한 의사표현이 관찰·사고력 키우기 ‘첫걸음’

정확한 의사표현이 관찰·사고력 키우기 ‘첫걸음’
신호등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이외에 또 무슨 색이 있을까요. 지금은 모두 초록색이라고 말하겠지만, 어렸을 적 다른 하나의 색이 초록색인지 파란색인지 고민하던 생각이 날 것입니다.

집에 있는 아이들의 크레용을 살펴보면 비슷한 색의 크레용에 각기 다른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파란색만 해도 종류가 다양한데, 아이들은 각각의 이름들로 색을 구별해 부르더군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파란색 아무 거나 가져와”라고 말하며 다양한 파란색의 세계를 무시하곤 합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이곳 아이들이 어항 속에 있는 똑같아 보이는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붙여 구별해 부르고 그 특성을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만일 그 물고기들 각자의 이름이 없었다면 아이들의 관찰력도 키워지지 않았겠지요.

수학책의 모든 단원들에 정확히 이름을 부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방정식 단원에서는 ‘무엇을 방정식이라고 부를까’라고 질문하지요. 때로는 그림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말로 정확히 기술할 수 있어야 그 다음에 나오는 문제를 풀 수 있어요. 그리고 방정식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각 용어의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합니다.

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한 면이 많더군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많은 단어를 알아야 하듯, 수학을 배우기 위해선 수학에서 정의하는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 학습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어서 오히려 어색하기도 합니다.

특히 ‘척하면 척’하고 통해야 하는 우리 문화 속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지는 것보다 적당히 이해심 넓게 넘어가는 것이 좋은 성격으로 호도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는 사소한 차이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사회랍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비슷비슷한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어떤 정보가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는지 구별하는 판단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유사한 성질 가운데 그 차이를 분명히 가려낸다는 것을 의미해요. 따라서 자녀들의 수학적 사고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표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애매한 대명사보다는 정확한 명사를 사용해 표현해보세요. “전에 거기서 그 사람이 그랬어”가 아니라 “이틀 전 저녁 뉴스에서 기상 캐스터가 내일은 아침에만 비가 온다고 했어”라고 명확히 이야기해보세요. 부모가 먼저 정확히 말한다면 책상에 앉아 수학 문제 하나를 아무 생각 없이 풀게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수학 교육이 될 수 있어요. 아이들도 부모를 좇아서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할 테고, 이는 관찰력과 사고력을 길러준답니다.

언젠가 알레르기 때문에 해조류를 먹지 못하는 수학자가 조개요리를 맛있게 먹는 동료에게 그게 어떤 맛이냐고 묻는 광경이 떠오릅니다. 조개의 씹히는 맛과 특유의 향내, 쫄깃쫄깃함과 먹고 난 뒤 입에 남는 느낌까지 하나하나 정확한 단어로 설명해주더군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외국인에게서 매운 배추김치의 맛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어떻게 설명해주었을까요. 여러분도 한번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주간동아 2005.07.05 492호 (p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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