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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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후지쯔배도 일본은 없다

이세돌 9단(흑) : 위빈 9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6-17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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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후지쯔배도 일본은 없다
    ‘후지쯔배는 한국 땅!’

    한국 바둑이 8년 연속 ‘후지쯔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서울에서 열린 제18회 후지쯔배 8강전에 출전한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송태곤 7단이 약속이나 한 듯 중국과 일본 선수를 물리치고 모두 4강에 올라 일찌감치 우승을 굳혔다.

    후지쯔배는 일본이 주최하는 세계기전으로 그들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대회다. 1988년 대만의 거부 잉창치(應昌期) 씨가 바둑사상 첫 세계대회(응씨배)를 그해 가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바둑 선진국으로 자처하던 일본이 화들짝 놀라 서둘러 그해 봄에 급조한 대회가 후지쯔배다. 세계대회 효시를 일본이 아닌 다른 국가에 빼앗기는 게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잔치판은 일본이 벌였으나, 잔칫상은 늘 한국이 차지했다. 18차례 대회가 펼쳐지는 동안 한국이 우승컵을 가져간 횟수가 무려 11회. 98년 이후로는 해마다 도쿄 일본 기원에 태극기가 걸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있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올해는 후지쯔배 대회 사상 한 나라의 선수들이 4강을 모두 꿰차는 엄청난(?) 일까지 벌어졌다. 8연패도 신기록이다. 일본으로서는 환장할 노릇. 준결승, 결승은 7월 2, 4일 도쿄에서 열린다.

    ‘장면도’ 후지쯔배 3회 우승에 도전하는 이세돌 9단. 그러나 올해 LG배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39세의 관록파 위빈(兪斌) 9단을 맞아 시종 고전을 면치 못하다 종반에 이르러서야 따라잡았다. 흑●와 ▲ 두 점이 모두 들어간다면 어렵다. 흑1로 건너붙인 것이 끝내기의 묘착. 백2·4를 유인한 다음 흑5로 막은 게 치밀한 순서. 백6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을 때 흑▲를 선수로 살려와 국면을 뒤집는다. ‘참고도’ 백1에 끊는 것은 욕심이다. 이 모두 ‘장면도’ 흑1·3의 효과다. 250수 끝, 흑 2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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