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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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우석은 돼지 농장으로 간다

매주 3회 홍성서 어미 돼지 인공 착상 수술 … “내가 있을 곳은 연구실, 하던 일 계속”

  • 홍성=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news.co.kr

    입력2005-06-16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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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黃우석은 돼지 농장으로 간다

    세계적 저명인사가 된 지금도 황우석 교수는 돼지 난자 착상 실험을 직접 하고 있다.

    “변한 것도 없고, 변해서도 안 된다. 내가 있을 곳은 연구실이고, 난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다.”

    체세포 복제기법을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를 놀라게 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연구 결과 발표 이전이나 이후나 자신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왜 달라져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전 세계를 향해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발표한 지 한 달이 돼가는 지금도 그는 전보다 더 열성적으로, 더 오랜 시간 실험실에 머물고 있다.

    6월2일 목요일 오후 2시, ‘미래국가유망기술위원회’ 회의를 마친 황 교수는 검은색 세단에 몸을 실었다. 특수경호를 받게 된 뒤부터 그의 곁에는 늘 서너 명의 경호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교통수단도 9인승 승합차에서 대형 세단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의 목적지는 바뀌지 않았다.

    바로 충남 홍성의 돼지 농장. 월·목·토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그가 찾는 곳이다. 홍성 농장은 축산농가의 전형적인 돈사(豚舍)다. 농장 초입부터 돼지 분뇨냄새가 진동을 하고 파리 떼가 극성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오래 머물기가 힘겨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그러나 황 교수에겐 어느 곳보다 특별한 곳이다. 그가 줄기세포 연구와 함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공장기용 돼지 연구가 이뤄지는 곳, 즉 이식용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의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이 농장에서는 인간의 면역세포를 가진 돼지를 수태한 어미 돼지들이 연구원들의 세심한 보호를 받고 있었다. 황 교수팀은 이 돼지 농장에서 매주 3회 임시 실험실을 설치하고, 어미 돼지에게 특별한 난자를 인공 착상하는 수술을 한다.



    “관리보다 난 여전히 직접 실험”

    황 교수가 유명세를 타면서, 그의 주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이곳저곳에 불려다니느라 연구할 시간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이제 황 교수는 실제 실험에 몰두하기보다는 연구 전체를 총괄 관리하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언제나 현장에 있겠다는 것.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 전, 공동연구를 하던 미국의 한 과학자가 ‘이번 결과를 발표하고 나면 당신은 이제 실험실에선 은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난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절대로 실험실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고, 난 여전히 직접 실험한다.”

    자신의 말대로 황 교수는 홍성 농장에서 수술복을 입고 직접 메스를 든다. 홍성 농장에 오가는 시간만 왕복 4시간. 그러나 수술 시간은 1마리당 3~4분이면 족하다. 겨우 10여분 걸리는 수술 실험을 위해 홍성까지의 먼 길을 마다 않는 것이다.

    사실 홍성 돼지농장은 제대로 된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돈사 한쪽에 마련된 수술 공간은 돼지들의 사육 공간과 마찬가지로 오물이 진창을 이루고 있는 데다, 축사 특유의 몸집 큰 파리 떼들이 연신 날아드는 통에 여간한 인내력이 아니고선 집중하기가 힘들다.

    黃우석은 돼지 농장으로 간다

    자신이 직접 키운 돼지를 안고 있는 황 교수.

    연구팀은 이런 환경에서 간단한 조명과 수술대만 설치해 수술 실험 공간을 만들었다. 수술에 필요한 도구들은 모두 그때그때 서울에서 실어 나른다. 때문에 실험이 있는 날이면 대여섯 명의 대학원생으로 꾸려진 수술팀이 부산하게 움직여야 한다.

    육중한 어미 돼지를 다루는 일도 만만치 않다. 반항하는 돼지들을 수술 공간까지 끌고 와 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눕히기까지의 과정은 차라리 씨름에 가깝다. 연구팀은 수술복을 두 겹씩 입고 목이 긴 고무장화까지 신었지만, 수술 실험이 끝날 무렵이면 모두 돼지 오물에 범벅이 되고 만다.

    그만큼 피곤하고 힘든 실험이니 이제 그만 젊은 대학원생에게 넘겨줘도 될 터이지만, 황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착상 실험에 사용하는 난자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생하고 있습니다. 한 번 시술에 필요한 난자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1000만원이 넘고요. 그러니 최종 단계인 착상 수술을 함부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메스를 들 수 있는 한 내 손으로 직접 하겠습니다.”

    과학자인 만큼, 과학자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국민 기대 부응 더 열심히 연구 … 지켜봐 달라”

    황 교수의 이런 고집은 홍성 농장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그는 서울대 실험실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손으로 실험을 하고, 매일 진행 상황을 체크한다. 직접 실험에 관여하지 않고서는 과제 전체를 기민하게 조절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학생들은 황 교수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한다.

    黃우석은 돼지 농장으로 간다

    지난 20여년간 인공 장기용 돼지 연구의 초석이 된 충남 홍성 농장의 허름한 외관.

    이렇게 연구 시간이 늘다 보니 그의 개인적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한다. 뉴스를 볼 시간도, 인터넷을 검색할 시간도 거의 없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그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박주영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누리꾼(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인터넷에서 황 교수의 인기가 박주영과 비슷하다는 설명에 황 교수는 대뜸 “박주영이 누구냐”고 물었다. 박주영이 젊은 축구선수이고 차범근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재목이라는 설명을 듣더니, 그는 “내가 축구선수만큼 인기가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든다. 설명하는 사람이 오히려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한참 동안 누리꾼들의 반응과 황 교수를 따라 수의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야 그는 자신의 인기를 실감했는지, “생명과학을 하겠다는 사람이 무턱대고 수의과에 진학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연구해야겠다”는 것.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연구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다. 내 본분에 충실하겠다. 지켜봐 달라.”

    국민적 기대를 안고 있는 황 교수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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