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1

2005.02.01

자궁 속 ‘혹’ 칼 안 대고 줄였어요

물리·침·약물 치료 병행으로 효과 ‘쑥’ … 미혼·수술 겁내는 여성들 선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1-26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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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궁 속 ‘혹’ 칼 안 대고 줄였어요

    자궁근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

    생리할 때 유난히 복통이 심하고 생리혈도 많이 나옵니다. 또 늘 가슴이 답답하고 자주 화가 나며 잠이 잘 오질 않습니다.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면서 더워졌다가 다시 금방 추워져서 짜증이 날 정도예요.”

    경기 일산에 사는 이진경씨(44·가명)는 이런 증상 때문에 2년 전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자궁에 3.8cm짜리 근종(혹)이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악성종양(암)이 아니라 양성종양이어서 안심하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가 한 달 뒤 검진을 받아보았더니, 그새 자궁근종은 5cm까지 커져 있었다. 병원 측에서는 바로 근종을 떼어내는 수술을 권했지만 그녀는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폐경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이 싫었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 치료제 ‘미령환’ 벌써 입소문

    결국 비수술적 요법으로 근종을 치료하기로 한 그녀가 선택한 병원이 바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율한의원(원장 정주화). 율한의원은 여성전문 병원으로 수술하지 않고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명성이 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먼저 더위와 추위를 번갈아 느끼는 자율신경 실조증을 완화해주기 위해 가미소요산을 쓰는 한편, 율한의원이 자체 개발한 근종 치료제 미령환과 미령탕을 이씨에게 권했다. 여기에다 자궁을 청결하게 하는 세궁단(삽입제)을 함께 썼다.

    물리 치료와 침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나자 그녀에게는 확연한 변화가 생겼다. 안면홍조증과 생리 시 복통, 생리혈의 과다 증상이 거의 사라진 것.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놀랍게도 이씨의 근종은 약 3.9cm로 1.1cm가 줄어들었다. 이씨는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면서 잠도 잘 잔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정 원장은 근종 치료 약에다 우울증·체력 저하 같은 갱년기 증상 치료 처방을 함께 썼고, 그 두 달 뒤 근종의 크기는 2cm 정도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정 원장은 “폐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근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과 갱년기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다.



    자궁 속 ‘혹’ 칼 안 대고 줄였어요

    환자에게 약침을 놓는 모습.

    자궁근종은 말 그대로 자궁의 근육에 생긴 양성종양으로, 크기는 콩알만한 것부터 어른 주먹보다 큰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20% 정도가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한 자궁근종은 대부분 30, 40대 중년 여성에게서 발생하지만 요즘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에게서도 종종 나타나는 질환이다. 폐경기 이후에는 저절로 크기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정 원장은 “갑자기 생리혈의 양이 많아지면서 머리가 어지럽고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아프거나, 생리혈에 덩어리가 섞여 나오고 아랫배에 딱딱한 혹 같은 게 만져지면 자궁근종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갑자기 생리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면 병원을 찾아 자궁에 혹이 생겼는지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는 게 정 원장의 충고. 더욱이 청소년이나 폐경기 전의 여성으로서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출혈이 있거나 소변을 자주 보고, 또 통증이 따르는 경우는 자궁에 혹이 있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자궁 속 ‘혹’ 칼 안 대고 줄였어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근종을 검사하고 있는 정 원장.

    자궁에 근종이 발견될 경우, 양방에서 주로 쓰는 방법은 호르몬을 투여해 생리를 하지 않게 하거나(근종이 작은 경우), 수술을 통해 근종을 잘라내는 것이다. 또 근종이 큰 경우 자궁 전체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호르몬 요법이나 적출술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 것이 사실이다.

    아랫배 통증·생리혈 양도 크게 줄어

    정 원장은 “자궁이 제거되면 난소가 남아 있더라도 그 기능에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며 “자궁 적출술을 받은 여성의 50%가 난소 기능을 일찍 상실함으로써 조기에 폐경이 되고, 심장질환이나 뼈엉성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더욱이 질의 분비물 부족으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체력 저하, 자궁 상실로 인한 우울증 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게 지금까지 밝혀진 적출술의 부작용이다. 특히 미혼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에게는 양방치료법이 불임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한방에선 자궁근종과 같이 여성의 생식기에 생긴 종양 질환을 ‘징가’라고 총칭하고, 이를 다시 장담·석가·혈고 등으로 나눈다. 자궁근종은 이 가운데 돌처럼 딱딱하다 하여 석가로 분류되며, 이는 기(氣)가 잘 순환되지 못하면서 혈(血)이 뭉쳐서 생기는 ‘혈병(血病)’으로 해석된다.

    한방에서 자궁근종이 있는 환자 대부분에게 냉기를 없애는 치료를 시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가 잘 순환하지 못하는 원인이 복부에 차가운 기운이 뭉쳐 있어서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율한의원에서는 ‘냉치료 패키지’를 2일간 시행한 뒤 근종이 생긴 원인에 따라 ‘어혈’ ‘습담’ ‘기체’ 등으로 나누어 각각의 유형에 맞게 처방한다”며 “어떤 사람은 냉치료만 받고도 손발과 아랫배가 따뜻해지는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자궁 속 ‘혹’ 칼 안 대고 줄였어요

    율한의원 내부.

    그 다음에 처방되는 약이 바로 율한의원의 근종치료 노하우가 담긴 미령환과 미령탕. 미령탕은 예부터 전해오는 여성용 기본 처방에다 환자에게 맞는 약재를 가감한 것으로, 주로 먹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침으로도 사용한다. 저하된 자궁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약재 추출물을 정제해 경락에 약침으로 주입하는 것. 정 원장은 “이밖에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온욕치료, 특정 약재를 가루 내 물이나 술에 개서 복부에 바르는 약울법, 자궁 마사지, 질에 삽입해 치료하는 질 좌약 세궁단 등을 적극 활용해 먼저 과다 출혈이나 복통 등과 같은 증상을 개선시킨 뒤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간다”며 “이렇게 하면 일단 수술을 해야 하는 단계는 피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근종의 크기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재즈댄스를 즐기는 직장여성 김이령씨(38)도 바로 이런 치료로 새 인생을 찾은 경우. 직장에 다니면서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느라 결혼을 미뤄온 그녀는 2004년 6월 배에 뭔가가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다가 무려 12~13cm나 되는 자궁근종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미혼인 데다 몸에 칼을 대는 것이 싫은 그녀는 병원의 강력한 적출수술 권유를 뿌리치고 한방치료를 결심했다.

    자궁 속 ‘혹’ 칼 안 대고 줄였어요
    경북 구미에 사는 그녀가 율한의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근종이 배를 불룩 나오게 할 만큼 커져 있었다. 손으로 만져질 정도. 미령환과 미령탕, 세궁단, 침치료, 온열치료 등 갖가지 치료가 진행되면서 심했던 아랫배 통증과 냉대하, 생리혈의 양이 크게 줄었고 두 달이 지나자 근종은 전체적으로 2cm 작아졌다. 큰 근종일 때 2cm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상당한 크기의 감소로, 불룩했던 배는 쑥 들어가 이제 육안으로 근종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다. 그녀는 현재 탕약을 먹고 세궁단을 쓰면서 근종의 크기를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정 원장은 “수술을 받지 않고 한방치료를 하는 여성들은 주로 30대의 미혼여성과 40대 초·중반의 수술을 받지 않으려는 여성, 그리고 40대 후반·50대 초반의 폐경 전후기 여성들”이라며 “율한의원에서는 기존의 침요법과 약물요법만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뿐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예민한 여성 환자를 위해 치료실은 모두 환자 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게 개인실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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