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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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문턱서 실족 또 ‘새’ 됐네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1-20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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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문턱서 실족 또 ‘새’ 됐네
    “지면 귀국하지 않겠다.” 일본으로 출정하면서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대회 5번째 우승 도전. 이세돌 9단은 이 대회 직전까지 4번의 우승 경력이 있고, 반대로 창하오(常昊) 9단은 5번 도전하여 번번이 준우승에 머무른 아픔이 있다. 따라서 창하오는 도요타덴소배가 우승 도전 여섯 번째인 셈인데 ‘만년 준우승’ 꼬리표를 떼야 하는 부담도 컸지만, 무엇보다 “이창호가 일찌감치 탈락한 이번에야말로 한국을 꺾고 기필코 우승해야 한다”는 13억 중국인의 기대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이었다.

    1대 1에서 맞은 최종국. 까지 창하오 9단이 필승지세의 국면을 만들었다. 도요타덴소배는 우승상금이 3천만 엔. 우승상금도 상금이려니와 마침내 중국의 우승 한을 풀 수 있게 된 것. 그토록 갈망했던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이때부터 부들부들 손이 떨리고 ‘새가슴’이 되기 시작했다. 흑1로 한 점을 탐한 수가 대역전극의 전주곡이었다. 왜 처럼 세차게 공격을 퍼붓지 못했을까.

    한 걸음 늦긴 했지만 흑3 이하로 포격을 퍼부은 건 좋았다. 헌데 나약하게 물러선 흑9는 또 뭔가? 의 흑1로 젖히는 것이 기세 아닌가. 다음 흑4·6으로 백이 곤란하건만…. 공격도 아닌 게 수비도 아니고 흑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백10~14의 멋진 수습타가 터지고 백20까지의 교환에 이어 흑A~백H로 수순을 진행하자 졸지에 백이 흑진을 죄다 깨며 깨끗하게 산 모습. 창하오 9단이 여섯 번째 준우승에 머무른 순간이다.

    곁에서 또다시 실족하는 남편을 바라보던 그의 아내 장쉔(張旋) 8단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백병전에서 승부는 누가 먼저 눈을 깜박이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성격이 굳세다면 최후의 시각까지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창하오가 조금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188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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