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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해외 IT 기업 삼키는 ‘중국 공룡’

렌샹, IBM-PC 사업 부문 인수 결정 … 선진 기술 확보 중국 정부도 적극 지원

해외 IT 기업 삼키는 ‘중국 공룡’

2004년 12월, 중국 최대의 PC 생산 기업인 렌샹(Lenovo)은 총 1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IBM의 PC 및 노트북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앞으로 5년간 IBM의 ‘씽크(Think)’란 브랜드 사용권까지 넘겨받기 때문에 IBM-PC는 순식간에 ‘미제(美製)’에서 중국제로 바뀌고 말았다.

렌샹은 그저 중국 안에서만 잘나가는 PC 업체가 아니라 순식간에 글로벌 마켓 시장을 선도하는 HP나 델 같은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올라선 것. 렌샹과 IBM-PC 사업 부문의 2003년도 사업 규모를 합치면 전 세계 PC 시장의 8%, 총 120억 달러 매출에 판매 대수만 1190만대에 달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PC제조회사가 되는 셈이다.

순식간에 글로벌 마켓 시장 선도

이미 중국은 일본을 넘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PC 소비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에서 강력한 유통망으로 무장한 렌샹은 IBM이 가진 높은 기술력과 뛰어난 고객지원 시스템을 단번에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광활한 PC 시장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수많은 IT(정보기술) 기업들의 기대를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또한 렌샹의 사업 영역은 PC에 머물지 않고 기업용 서버 장비 시장, 네트워크 장비 시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 IT 기업들은 큰 경쟁자의 부상에 긴장하는 눈치다.

이같이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IT 기업 인수는 세계적으로 큰 화젯거리를 낳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한국의 부실기업은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 심지어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 기업에까지 손길을 뻗친 상황이다.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기술 유출’ 논란이 불거졌지만,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을 지속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큰손으로 등장한 중국 기업에 반가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기 시작했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의 IT 기업들이 첫 번째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오랜 기간 국내 PC 시장을 선도했던 한 중견회사가 중국 기업의 인수 표적이 됐다는 것은 업계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오히려 그 회사가 중국 기업들과 물밑 접촉에 발 벗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인수 합병의 대상 또한 범위를 가리지 않는다. 2003년에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인 하이디스의 인수를 시작으로, 2004년 3월에는 국내 CDMA 장비제조업체인 현대시스콤의 CDMA 관련 지적재산권이 중국계 통신회사 UT스타컴에 매각됐으며, 온라인 게임업체인 액토즈소프트는 약 1억 달러에 중국 최대의 게임업체인 샨다에 최대주주 자리(약 38%)를 넘겨주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해외 IT 기업 인수를 중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밖으로 뛰쳐나가라’는 중국 정부의 조우추취(走出去ㆍ해외진출) 정책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선진기술을 보유한 해외 유수 기업들을 사냥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진기술을 돈으로라도 확보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중국 기업들의 확장 정책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같이 정부 정책이 쉽게 효과를 거둔 까닭은 우선 중국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국영기업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한 렌샹의 경우 지분의 60% 이상을 중국 정부(중국 과학원)가 소유하고 있어 정부가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해외 프로젝트 투자를 위해 낮은 대출 자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인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기 때문에 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이 한층 본격화할 것이다”고 예측한다.

위안화 평가절상 땐 본격화 예상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개별 기업의 국적이 어디인지 논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할지 모르나, 인해전술을 연상케 하는 중국발(發) IT 기업 인수 공세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IT 업계에서는 비용관리 및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수익성이 없는 사업들을 정리해가는 시점에서, 웃돈을 얹어가면서까지 기업사냥에 나선 중국의 행보는 사뭇 구세주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렌샹의 IBM-PC 부문 인수처럼 단순히 부가가치가 낮은 영역의 중국 이양만이 아니라 비슷한 방법으로 첨단 분야의 기업 인수를 지속해나간다면, 막강한 시장을 더한 중국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20세기 말 ‘실리콘밸리’라는 IT 혁명의 원조가 됐던 미국이 석유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차근차근 실리를 챙기며 ‘팍스 아메리카나’를 넘어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주간동아 2005.01.11 468호 (p64~65)

  • 김영철/ IT 칼럼니스트 kyc748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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