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5

2004.12.23

뛰자! 남-북한, 함께 가자! 독일로

월드컵 축구 최종예선 A, B조 편성 … 한국 껄끄러운 ‘모래 바람’ 뚫기 지상 과제

  • 최원창/ 조이뉴스24 축구전문기자 gerrard@joynews24.com

    입력2004-12-16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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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자! 남-북한, 함께 가자! 독일로

    11월18일 몰디브전에서 승리해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티켓을 거머쥔 한국 축구대표팀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행을 위한 대한민국의 마지막 전쟁 상대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로 결정됐다.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12월9일 오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거행된 최종예선 조 추첨에서 이들 팀과 A조에 속했다.

    반면 북한은 일본 이란 바레인 등과 B조에 포함돼 아쉽게 같은 조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남-북한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남-북한 동반 본선행을 이뤄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세계 언론들도 남-북한 동반 진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같은 조에 속한 일본과 이란 등은 ‘북한 비상령’을 발동하며 긴장하고 있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아시아 최초로 본선에 올랐고, 북한은 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아시아 최초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한국은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5회 연속 본선에 올라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남-북한의 월드컵 도전사는 그 자체가 아시아 축구사인 셈이다.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과 40년 만의 부활을 다짐하고 있는 북한이 ‘독일 상륙작전’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번엔 꼭 ‘동반 본선행’ 의기투합

    한국은 50여년간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항상 복병이었던 ‘중동의 모래 바람’을 막아내야 본선행이 가능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한국에 여전히 껄끄러운 상대임이 틀림없지만, 최근 전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독일전 0대 8 대패 등 무득점 3전 전패로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7월 아시안컵에서도 단 1승을 챙기지 못하고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84년 아시안컵 우승 이후 5회 연속 결승에 올라 세 차례 우승, 두 차례 준우승을 거뒀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비참한 결과였다.

    94년 이후 13명의 감독을 갈아치우며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을 새로 영입하며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3승5무3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지만 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2대 0으로 승리한 후 15년간 2무1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쿠웨이트는 유독 한국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한국 킬러’로 불려왔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6승3무8패로 최종 예선 진출국 가운데 유일하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쿠웨이트는 최근 세대 교체 후유증에 시달리며 올 초 걸프컵에서 최하위를 간신히 면한 데다 2004년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0대 4로 대패하며 과거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맹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5승1무(16득3실)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전력의 핵심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성남 일화에 패한 파크타코르에 소속돼 있어 전력 파악도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샤스키흐(디나모키예프) 등 서너 명의 유럽파가 합류한 우즈베키스탄은 전형적인 유럽형 팀이어서 파워와 조직력에서 한국이 압도해야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월9일 쿠웨이트와 첫 홈 경기

    최종 예선 조 추첨 결과를 지켜본 한국의 조 본프레레 감독과 일본의 지코 감독의 반응은 엇갈렸다. 본프레레 감독은 “조 편성에 만족한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상대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지코 감독은 “6경기 모두 결승전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정신력이 필요하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3대 4로 패배를 안겼던 이란을 피한 데다, 정치적인 요소가 가미될 수 있는 북한과 다른 조에 속해 큰 부담은 덜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시아 최강의 공격력을 보유한 이란과 같은 조에 속했고, 북한과 바레인 모두 껄끄러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0대 0으로 비겼고, 바레인과 치른 준결승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4대 3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게다가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한참 아래인 북한마저 최근 국제 무대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좀처럼 전력을 파악할 수 없으며, ‘강한 반일감정’으로 일본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3승2무3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일본은 2월9일 첫 홈 경기 상대가 북한이라는 점과 6월8일 평양 원정경기가 인조잔디 구장에서 낮에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더욱 크다.

    조 추첨 결과를 받아든 본프레레호는 발빠르게 상대팀 분석에 돌입했다. 12월10일부터 24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지는 17회 걸프컵에 대표팀 본프레레 감독을 비롯해 이춘석 코치, 신승순 비디오분석관, 서현옥 기술위원 등 3명을 현지로 급파해 대회에 참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전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11일 B조에 속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맞대결을 직접 참관한 본프레레 감독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본프레레호는 2005년 1월8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하는 전지훈련에서 상대팀 약점을 꿰뚫을 ‘맞춤형 훈련’을 할 계획이다. 또한 콜롬비아(1월15일)와 파라과이(18일 또는 19일) 등 남미 강호들과 잇따라 평가전을 치른다. 이후 대표팀은 2월4일 국내에서 이집트와 평가전을 펼치는 것을 끝으로 설날(2월9일) 벌어질 쿠웨이트와의 첫 홈 경기에 ‘올인’할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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